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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팎에서 밀려드는 불안한 경제 먹구름이 보이지 않는가

중앙일보 2018.06.19 01:32 종합 30면 지면보기
대북 문제와 지방선거에 가려져 있던 나라 안팎의 경제 악재들이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밖에서는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안에선 소득주도성장 실험의 후폭풍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언제 경제 위기로 번질지 모른다. 경제 불안 해소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고 있다.
 

환율 급등에다 통상전쟁, 증시 급락까지
경제 현장의 목소리 경청해 위기 막아야

당장 금융시장이 문제다. 그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7개월 만에 1100원 선으로 올라섰다. 코스피는 거래일 기준 나흘간 4% 가까이 떨어져 2376.24로 내려앉았다. 금융 불안의 뇌관은 미국의 경기회복이다. 경기과열을 우려한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올 들어 두 차례나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한·미 금리 격차는 0.5%포인트로 벌어졌다. 미국은 연내 두 차례나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공산이 커져 자칫 외국인 자금의 이탈로 금융시장 발작까지 우려된다.
 
설상가상으로 미·중 무역전쟁도 불을 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제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 부과 방안에 서명하자 중국은 즉각 미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로 응수하고 나섰다. 중국이 한국에서 중간재를 수입해 조립한 뒤 미국에 수출하는 규모가 상당한 만큼 한국은 고래 싸움에 낀 새우처럼 엉뚱한 희생양이 될 우려가 커졌다.
 
내부 불안은 더욱 심각하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취업자 증가 폭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넉 달 연속 20만 명에 그치는 고용참사가 빚어졌다. 5월에는 증가폭이 7만2000명으로 곤두박질해 김동연 경제부총리조차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다음달부터는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서 기업 현장은 패닉에 빠져들고 있다. 탈원전의 부작용도 심각하다. 원전 가동률이 50~60%대로 떨어지면서 한국전력은 2분기 연속 적자행진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서울에서 기습 이사회를 열어 아직 더 쓸 수 있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신규 원전 4기 건설 백지화를 결정했다. 이런 원전 때리기는 국제유가가 치솟는 가운데 벌어지고 있어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제 선거가 끝나고 북핵 위기가 잦아들면서 국민 관심사는 경제에 쏠릴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성장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달라”고 했지만 현 정부에 과연 그런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소득주도성장에 많은 어려움이 있으나 시간이 걸려도 반드시 이뤄내겠다”며 기존 정책 노선 고수를 선언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15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규제개혁을 건의하는 간담회를 가졌지만 달랑 15분을 할애했다. 박 회장이 이 자리에서 “그간 38차례 건의한 상당수의 규제개선책이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으나 먹혀들 기미가 없다. 경영자총협회 역시 이날 ‘혁신성장 규제개혁 과제’ 9개를 정부에 제출했지만 내용을 보면 새로울 것이 전혀 없었다.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팀은 일방통행을 멈추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안팎에서 밀려드는 먹구름 속에서 경제주체들의 불안감부터 해소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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