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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정포 천적 미 ‘210 화력여단’ … 북한이 철수 노린다

중앙일보 2018.06.19 01:11 종합 6면 지면보기
지난해 한·미 연합 통합화력격멸훈련에서 다연장 로켓포(MLRS)가 화력 시범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한·미 연합 통합화력격멸훈련에서 다연장 로켓포(MLRS)가 화력 시범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주한미군의 지상군은 제2 보병사단이다. 경기도 동두천의 미군기지인 캠프 케이시에 주둔한 제210 화력여단이 2사단의 주력 대포병 전력이다. ‘서울 불바다’를 위협하는 북한군 장사정포를 개전과 거의 동시에 궤멸시키는 ‘대북 불바다’ 부대가 210 화력여단이다.
 

‘서울 불바다’에 맞설 주한미군 핵심
평택기지 이전 안한 최후 인계철선
북, 장사정포 철수와 맞교환 노려

북한이 재래식 전력 군축을 본격적으로 꺼낼 징후가 감지되면서 북한의 속내는 바로 210 화력여단의 무력화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9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4일 열렸던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군축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왔다. 이 소식통은 “회담에서 장사정포와 해안포가 언급되지는 않았다”면서도 “북측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으로 우발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해 우리 측이 이에 반박하는 과정에서 ‘전방의 재래식 무기(대량살상무기가 아닌 무기)를 후방으로 철수해야 한다’는 취지의 얘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북한 역시 ‘후방 철수’ 대화에서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다는 취지다. 정보 당국자는 “북한은 사전에 치밀하게 짜놓은 각본에 따라 남북회담을 진행한다”며 “북한이 향후 재래식 전력의 군축을 선제적으로 제기하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재래식 무기 군축을 본격 거론할 경우 남북 모두가 전방 부대를 후방으로 재배치하자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이때 북한이 핵심적으로 지목할 부대가 주한미군 210 화력여단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부대는 북한군 포대를 공격하는 MLRS(다연장로켓), M109A6 자주포를 갖춘 부대다. 북한군이 쏜 포탄의 궤적을 역추적해 좌표를 찍는 대포병레이더 장비를 갖춘 것은 물론이다. 이 때문에 210 화력여단은 북한이 가진 군사전략적 우위인 ‘서울 불바다’를 허구로 만들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일각에선 화력으로만 보면 한국군 군단급에 해당한다고 평가한다.
 
210 화력여단은 동시에 다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주한미군의 자동 참전을 약속하는 마지막 ‘인계철선’이다. 의정부·동두천·문산 등에 분산 배치돼 있던 주한미군 2사단은 평택 미군기지로 옮겨가며 210 화력여단을 제외하곤 사실상 남하했다. 따라서 210 화력여단마저 뒤로 물리면 전방의 미군 인계철선 부대는 더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 북한 입장에선 실질적인 효과에 상징성까지 얻을 수 있다.
 
물론 북한이 장사정포 부대를 MDL(군사분계선) 북측 후방으로 후퇴할 경우 한국 역시 핵무기와 더불어 최대의 위협인 수도권을 겨냥한 북한 포병 전력의 위협을 줄이는 큰 효과를 얻게 된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은 수도권을 노리는 장사정포를 꺼내 한국이 거부하기 힘든 협상판을 짰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서울 불바다 해소=대북 불바다 해소·인계철선 해체’라는 식의 등가로 볼 수 없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한·미 연합군의 재래식 전력은 북한의 핵 전력에 맞대응하는 성격이 있기 때문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북한이 비핵화를 중도에서 중지했는데 재래식 전력을 남북이 줄였을 경우 북한 핵 위협에 대한 재래식 전력의 억제력을 손상한 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철재 기자, 정영교 통일문제연구소 연구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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