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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마르면 물 마시듯 세계 40여개 산 올랐죠

중앙일보 2018.06.19 00:28 종합 23면 지면보기
등산의 즐거움을 세상에 알리는 스티븐 베너블스. 15권의 책을 썼다. [사진 울주세계산악영화제]

등산의 즐거움을 세상에 알리는 스티븐 베너블스. 15권의 책을 썼다. [사진 울주세계산악영화제]

“등반은 하나의 이야기다. 도전과 고통, 실패와 극복, 두려움과 즐거움이 모두 있다.”
 

알파인클럽 전 회장 스티븐 베너블스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참석차 방한
영국인 첫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

스티븐 베너블스(64)는 산에서 이야깃거리를 만드는 등반가이자 이를 대중에게 알리는 이야기꾼이다. 무산소로 에베레스트에 오른 최초의 영국인인 베너블스는 17세에 전문 등반을 시작해 히말라야·알프스·안데스 등 세계 유명 산지 40여 곳을 탐험했다. 세계 최초의 산악회인 알파인클럽 회장을 역임한 유명 등반가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등반기를 담은 책을 15권 이상 출간해 보드맨-태스커 산악문학상, 밴프 마운틴 북 페스티벌 그랑프리와 베스트북을 수상했다. 2007년에는 그가 시나리오를 쓴 산악 다큐 영화 ‘알프스(The Alps)’가 개봉했다. 지난 9~10일 베너블스는 ‘울주세계산악영화제’와 산악전문매체 ‘마운틴저널’ 초청으로 울산과 서울을 찾아 ‘에베레스트 그리고 그 너머’를 주제로 다양한 등반 경험을 들려줬다. 그를 9일 울산 울주군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에서 만났다.
 
1988년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시 험난하기로 유명한 동벽캉슝페이스에 신루트를 개척했다. 새로운 길을 가는 이유가 뭔가.
“누군가 간 길을 가는 것은 너무 지겹다. (웃음) 히말라야 산맥에 가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 그래서 더 특별하고 어려운 등반을 하고 싶다. 당시 전문가들은 나에게 ‘정신 나갔다(mad)’고 했지만 우린 해냈다. 미답봉(未踏峯)에 오르는 것은 불확실성이 크다. 어디까지 가능할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새 길을 개척한다. 인간은 더 어려운 일을 하고 싶은 열망을 타고난다. 그게 도전의 큰 동기다.”
 
영화 ‘알프스’는 등반가이자 산악잡지 편집자인 존 할린 3세가 험난하기로 유명한 스위스 알프스의 아이거 북벽을 오르다 세상을 떠난 아버지 존 할린 2세를 추모하며 같은 곳을 등반하는 이야기다. 이번에 한국에 번역 출간된 『히말라야 알파인 스타일』은 베너블스가 99년 앤디 팬쇼와 공동 집필한 책이다. 히말라야 40개 산의 등반 역사와 정보를 담고 있다.
 
등반기를 책·영화 같은 콘텐트로 남기는 이유는.
“등반은 거대한 이야기다. 첫 책인 『페인티드 마운틴(Painted Mountains)』을 읽으면 왜 산에 오르는지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산악 책이나 영화를 보고 등반에 흥미를 느꼈으면 한다.”
 
왜 산에 오르나.
“배고프면 음식을 먹고 목마르면 물을 마시는 것처럼 등반하고 싶기 때문에 한다. 물론 큰 고통이 따르지만 그것을 다 이겨내고 목적을 이뤘을 때 즐거움은 대단히 크다. 또 등반하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 갈 수 있다.”
 
등반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었나.
“20대 초반 너무 많은 실패로 동기를 잃었다. 등반을 완전히 접으려 했지만 동생과 히말라야 트레킹을 가서 생각을 바꿨다. 너무 아름다웠다. 92년 인도 판치출리 하산 중 두 다리가 부러진 뒤로는 고산 등반보다 남극 사우스 조지아섬 등 탐험에 눈을 돌렸다.”
 
포기하려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에베레스트 등반은 정말 힘들다. 그래도 계속 나아가는 것은 스스로 실망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포기한 뒤에 ‘좀 더 열심히 할걸’ 후회하느니 두렵더라도 계속 나아가는 게 낫다.”
 
부상 때문인지 베너블스는 다리를 절었다. 그럼에도 올 9월 사우스 조지아의 미답봉 3곳 등반을 목표로 삼았다. 아직 주제를 정하진 않았지만 다음 책도 낼 계획이다. 베너블스는“한국에 처음 왔는데 팔을 다쳐 북한산·설악산 등반을 못 하는 것이 아쉽다”며 “영국 산악회와 한국 산악회가 교류하는 기회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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