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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발작 전조인가 … 코스피 2400·원화값 1100원 붕괴

중앙일보 2018.06.19 00:02 경제 3면 지면보기
18일 원화가치가 달러당 1104.8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 만에 최저치다. [뉴시스]

18일 원화가치가 달러당 1104.8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 만에 최저치다. [뉴시스]

연이은 빅 이벤트에 피로가 쌓였다. 지친 시장이 쓰러졌다. 18일 국내 증시와 원화가치가 일제히 급락했다. 코스피는 2400선이 무너졌다. 2376.24에 장을 마쳤다. 원화가치도 미끄러졌다. 전 거래일보다 7.1원 내린 1104.8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 만에 달러당 1100원대로 떨어졌다.
 

외인 매도에 증시 석달 만에 출렁
원화값 13일 이후 2.51% 떨어져
일부선 “원화가치 정상화 과정”
미국과 중국 무역 갈등이 큰 변수

시장에 무리를 준 것은 누적된 ‘수퍼 위크’의 충격이다. 지난주 북미 정상회담(12일)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13일),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종료 선언(14일)까지 버텨내던 시장이 마지막 일격에 무너졌다. 15일 미국과 중국이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며 무역 전쟁이 재점화되자 시장이 휘청댔다.
 
원화값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18일까지 이틀 동안 원화값은 21.7원이나 하락했다. 신흥국 통화가치 변동폭과 비교해도 원화의 충격은 컸다. 미 Fed가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지난 13일 이후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2.51%나 떨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에 5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은 아르헨티나 페소화(-7.09%)에 이어 낙폭이 가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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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강했던 원화가치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화가치가 출렁이자 외국인이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진폭을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18일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만 3200억원어치의 주식을 던졌다. 그동안 많이 올랐던 전기전자 위주로 팔아치웠다. 박춘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동안 움직이지 않던 원화가 급격하게 약세로 돌아서자 외국인이 대규모 차익 실현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원화가치와 주가의 하락이 시장의 변곡점이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신흥국의 ‘긴축 발작’이 전염될 가능성도 크지 않은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국내총생산(GDP)대비 경상수지와 정부부채 등의 지표로 주요 신흥국의 위기 가능성을 점검한 결과 한국은 대만 등과 함께 안전군으로 분류됐다.
 
그럼에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최근의 경제 지표는 불안감을 키우기에 충분하다. 가장 먼저 빨간불이 켜진 곳은 고용 시장이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7만2000여 명 늘어나는 데 그치며 ‘고용 쇼크’를 기록했다.  
 
한국 경제의 엔진인 수출에도 경고등이 들어왔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4월까지 정보통신기술(ICT)를 제외한 수출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ICT 제외한 수출(전년동기대비)은 2월(-0.8%)과 3월(-0.2%), 4월(-7.0%) 석달 연속 역성장했다.
 
블룸버그는 “고용지표 등 한국 경제가 약화 신호를 보내면서 원화가치 하락을 더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고용쇼크에다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업종의 수출이 감소한 것  등을 감안하면 한국 경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추가로 올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투자자의 믿음이 옅어지며 원화가 약세로 돌아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화가치 하락에도 당국의 손발은 묶인 상태다. 통화당국이 앞으로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기로 밝히면서 원화가치 지지에 나서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환율과 주식 시장의 흐름을 좌우할 가장 큰 변수는 역시 미·중 무역전쟁의 향방이다. 시장은 양국이 실제로 관세를 부과하는 시점인 다음달 6일까지 시장이 출렁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한 주스테 싱가포르은행 총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의 변동성은 당분간 더 커질 것이고, 투자자는 더욱 방어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화 교보증권 연구원은 “원화의 흐름을 결정하는 것은 선진국의 경기 회복 여부”라며 “유럽과 일본 경기 회복이 확인되면 원화가치는 1000원대 초반까지 다시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이 더 격화해 위안화 가치가 오르게 되면 원화가치도 덩달아 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현옥·조현숙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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