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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가 구상, 박원순 마무리 … 정치 변수 이겨낸 마곡 R&D 시티

중앙일보 2018.06.19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이명박(左), 박원순(右)

이명박(左), 박원순(右)

서울시의 마지막 남은 논밭을 연구개발(R&D) 단지로 바꿔보자는 아이디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지낼 때인 2005년 12월 처음 나왔다. 당시 서울시는 마곡을 정보기술(IT)·생명공학(BT)·나노공학(NT) 등 최첨단 기술을 연구하는 ‘마곡 R&D 시티(MRC)’로 조성하는 계획을 확정·발표했다.
 

2005년 계획 발표 후 4년 뒤 첫 삽
박 시장, 공원 조성 아이디어 더해
“진영 논리 넘어 결실 맺은 사례”

당시 서울시는 마곡 R&D 시티에 세계적 연구소와 국내외 기업·대학을 유치하려고 했다. 이 시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현재 미국의 바텔 연구소와 벨 연구소, 일본의 이화학 연구소 등 세계적 연구소 등이 입주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입주 의사를 밝힌 국내 대기업 연구소도 이미 두세 곳이나 된다”고 설명했다. 이 구상은 도레이·S오일 등 일부 외국기업을 제외하곤 현실화되지 않았다.
 
후임인 오세훈 시장은 2007년 마곡단지 개발에 ‘한강 르네상스’계획을 접목시켰다. 한강을 최대한 이용하는 환경친화적 도시로 마곡 R&D 단지를 개발할 구상이었다. 이를 위해 마곡지구 한가운데로 한강물을 끌어들여 12만 평 넓이의 인공호수를 조성하기로 했다. 현재 잠실 석촌호수의 1.5배 규모였다. 이 호수는 한강변의 서남 물재생센터(하수처리장) 및 유수지와 함께 40만㎡(약 20만 평)에 이르는 수변지역(워터프론트)을 형성하게 된다는 게 당시 구상이었다. 연구개발단지와 컨벤션센터·호텔 등은 호수 주변으로 배치한다는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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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 R&D 시티 프로젝트는 2009년 9월에서야 첫 삽을 떴다. 하지만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불황의 여파가 부동산시장에도 이어지면서 마곡지구 계획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서울시 재정이 악화하고 강서지역 주민들까지 반대하면서 워터프론트 계획은 힘을 잃기 시작했다. 하지만 R&D 시티 구상은 계속 이어졌다. 2011년 5월 서울시는 워터프론트 사업을 대폭 변경하기로 했다. 한강물을 끌어들여 뱃길을 만든다는 계획은 폐기하고, 대신 20만㎡ 규모의 호수와 공원을 만들기로 했다.
 
서울시는 마곡 R&D 시티를 이끌 ‘앵커 기업’으로 LG그룹을 꼽았다. 삼성·현대그룹과 달리, 한 곳에 집적화된 연구시설이 없는 대기업 그룹이었기 때문에 LG그룹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이후 계약조건을 두고 ‘밀당’이 이어졌지만, 서울시의 구상대로 2012년 초 LG그룹이 입주 신청을 했다.
 
2011년 10월 보궐 선거로 서울시에 입성한 박원순 시장도 전임 오세훈·이명박 시장과 정치적 이념은 달랐지만, 마곡 R&D 시티 프로젝트는 그대로 이어갔다. 박 시장은 2013년 8월 기존 계획에 더해 마곡에 여의도공원 2배 규모의 대형 공원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마곡·가양동 일대에 식물원과 호수공원을 결합한 세계적 수준의 ‘서울 식물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서울 식물원은 오는 10월 개장한다. 박 시장은 지난 1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서도 서울시장 후보 신분으로 마곡 R&D 단지를 통해 신산업과 중소벤처기업을 육성, 시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 ‘서울 스마트시티’ 공약을 밝힌 바 있다.
 
신창호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마곡 R&D시티는 이명박 시장이 그 씨를 뿌리고 오세훈 시장이 이어받아 박원순 시장이 꽃을 피우는 셈이 됐다”며 “경제 발전을 위한 R&D는 진영의 논리를 넘어서 이어져야 한다는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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