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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인터뷰] "인턴 수련기간 2년으로 늘려 초진의사 확충해야"

중앙일보 2006.04.23 21:15 종합 29면 지면보기
의료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의학 학술단체의 연구 수준을 매년 평가하고, 평점 미달 학회는 과감히 퇴출시키겠다고 말하는 김건상 신임 대한의학회장.
[신동연 기자]
만난 사람=고종관 의학전문기자

김건상 새 대한의학회 회장
의사 재인증제도는 세계적인 추세
위암·당뇨·유방암 치료 국제 수준



지난 2월, 필리핀에 있는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부에선 국내 의학계로서는 매우 뜻 깊은 사업 하나가 결정됐다. 대한의학회가 개발해 사용하고 있는 koMCI(콤시:문헌 인용 정보 체계)를 아시아 서태평양지역의 의학논문 검색 시스템으로 공식 채택한다는 내용이다. 콤시가 각국에서 활용되면 미국의 SCI와 같은 위력을 발휘하면서 우리나라가 아시아권에서 의학정보교류의 구심점이 되는 것이다.



한국의학의 산실인 대한의학회가 40년을 맞았다. 서양의학의 역사에 비하면 극히 짧은 기간이지만 우리나라 의학은 눈부신 양적·질적 성장을 했다. 임상과 기초의학 모두 최고 의료기술국과 어깨를 겨루거나, 바짝 뒤를 쫓고 있다. 그러나 갈 길은 아직 멀다. 급변하는 의료 환경이 의학계에도 개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의학회는 지난달 29일 새회장으로 김건상 중앙대의대 교수(진단방사선학)를 맞았다. 그에겐 두 가지 화두가 주어졌다. 바로 환자를 위한 ‘고품질 의료’와 ‘연구의 국제경쟁력’이다.







-WHO의 콤시 채택을 축하드린다. 어떤 의미가 있는가.



"아시아의 SCI라고 생각하면 된다. 기자가 쓴 기사의 제목을 입력하면 어느 매체가 몇 번 인용했고, 당시 신문 발행 및 판매 부수는 얼마나 됐는지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해 보라. 논문의 저자는 콤시를 통해 인정.평가받는다. 국가 또는 기관의 연구 수준을 평가하고, 연구비 지원, 학위 인정, 학술상 심사 등에도 활용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학문적으로 맹주가 된다. 5월께 WHO 요원들이 방문한다. 10여 년 노력의 결실이지만 정부 지원 없이 라면 먹으며 발품 팔아 만든 것이다.(웃음)"



-우리나라 의료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우리가 조사한 4개 의료 분야 650개 질환 치료 평가에 따르면 세계 최고기술 수준에 근접하거나 대등한 기술이 상당수 있었다. 예컨대 위암.당뇨병.유방암.소장.혈액투석.신장이식.간암 치료술 등은 최고 등급인 80~100점으로 나왔다. 그러나 로봇 인공관절 치환술, 성기능장애 유전자 치료, 인공 간 개발 등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이 필요한 분야도 있었다. 의학회에선 무분별한 해외 원정 치료를 막기 위해 국내 우수 기술에 대한 홍보를 계속할 예정이다. 또 의료 발전과 동남아 의료 허브를 만들기 위한 정책 수립을 위해서도 이런 기술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



-요즘 학회가 우후죽순 생기면서 질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는데.



"학회 고유 목적을 벗어난 학회가 많이 늘었다. 유사한 이름 또는 중복된 내용의 학회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따라서 의학회에선 이를 계도하고, 자격 미달 학회는 과감히 퇴출시킬 계획이다. 매년 학회를 평가해 200점 만점에 180점 이상이면 우수학회로 인정해 상을 주고, 120점 미만이면 경고장을 보낸다. 그리고 3년간 두 번 이상 120점 이상 받지 못한 학회는 자격을 박탈한다. 학술지 수준을 높이기 위해 편집인협의회도 만들었다. 만일 신생 학회가 의학회 회원이 되려면 과거엔 내용과 상관없이 학술지를 3년간 만들면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편집인협의회의 심사를 통과해야 가입할 수 있다."



-항간엔 '3~5월에 아프지 말라'는 얘기가 있다. 암기 교육으로 의사국시를 통과한 새내기 의사들이 일시적으로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의대 교육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의료시장 개방의 핫이슈가 의사자격에 대한 상호인증제다. 우리나라 의대 교육이 부실할 경우 상대국 의사자격은 인정해 주면서 국내 의사자격은 인정받지 못하는 황당한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우리나라 의대 교육 내용은 좋지만 현장 교육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상대국에서 '필기시험만으로 면허를 준다'고 시비 걸면 할 말이 없다. 그래서 2~3년 내에 의사국가시험에 실기시험을 포함하기로 보건복지부와 합의했다. 의료법에도 이미 반영했다."



-응급실에서 동맥혈을 뽑지 못해 쩔쩔매는 인턴도 있다고 들었다. 전공의 교육은 믿을 만한가.



"전공의는 정부가 인정한 수련병원에서 교육을 받는다. 인정 기준은 병원협회가 만들고, 감수는 26개 전문과목 학회가 한다. 그런데 최근 학회가 합격 점수만 통보하던 역할에서 수련병원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받았다. 전공의 교육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문제는 인턴 교육이다. 수련교육위원회가 있는 대학병원급은 괜찮다. 하지만 과장 한두 명이 있는 병원에선 제대로 된 교육이 불가능하다. 학회에선 레지던트만 챙기니 인턴은 알아서 배워야 한다. 인턴은 지금까지 병원에서 값싼 의료인력을 충원하는 수단으로 사용해 왔다. 병원 생존의 문제가 걸려 있어 쉽게 제도를 바꾸긴 힘들다. 그렇더라도 인턴과정을 마치면 적어도 혼자 진료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인턴은 레지던트를 준비하는 기간이 아니다. 점차 인턴제도를 졸업 후 의무수련제도로 전환하고 싶다. 지금의 1년으로는 짧다. 2년간 의무수련 기간을 마치면 국민이 안심하고 진료받는 의사가 돼야 한다."



-요즘 전문과목 영역이 파괴되고 있다. 가정의학과나 마취과의사가 성형수술을 하고, 외과의사가 소아 환자를 본다. 의료법상 문제는 없지만 자신의 전공과목을 포기하는 것은 교육의 본래 목적에도 맞지 않고, 의료의 질 저하도 우려된다.



"기초의학을 제외하고, 의대 졸업생의 99%가 전문의를 지원한다. 또 전문의가 된 뒤에는 절반이 개원을 한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경영이 어려우니 과를 넘나들며 진료를 한다. 의료전달체계의 문제는 1차 진료를 보는 의사가 턱없이 부족한 데서 비롯된다. 현재 인턴 수련 기간을 2년으로 늘려 1차 진료 의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현재 이 문제를 복지부 연구비를 받아 연구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환자가 초진받을 때 전문의를 잘못 찾아가 전문적인 진료를 받지 못하는 의료 부실을 막을 수 있다. 의료비 절감과 의료 효율성.접근성 모두 좋아진다."



-인구가 고령화하면서 나이 든 의사도 늘어나고 있다. 의사자격은 언제까지 유효한가. 주기적으로 면허 갱신을 하는 나라도 있지 않은가.



"민감한 문제다. 한번 기차를 타면 중도에 내리는 법이 없는 것이 현행 의사면허제도다. 고령화도 그렇지만 다른 직업을 전전하던 사람이 다시 의료업을 시작할 때 역시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로선 연수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의학 발전이 하루가 다르기 때문에 평생 교육으로 의료 수준을 높여야 한다. 따라서 매년 받는 연수교육 평점을 8점에서 12점으로 높였다. 단계적으로 40점 이상 가야 한다. 고질적으로 이수하지 않으면 면허정지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것이 의사들의 살길이며, 국민을 위한 최소한의 도리다. 현재 면허 재인증 제도를 채택한 나라는 많지 않고, 미국도 주마다 다르다. 하지만 세계적 추세는 재인증 제도로 간다는 것이다. 영국에는 의사와 함께 의료소비자가 참여해 의료 수준을 평가하고, 부적합하다고 판단된 의사를 솎아내는 기구가 있다."



-의료계에도 3D과가 생기고, 수입이 전공을 선택하는 기준이 됐다.



"답답한 현실이다. 우리 시대엔 전공을 선택할 때 명예.보람.적성을 먼저 따졌다. 요즘엔 순서가 바뀌어 수입이 기준이다. 과거엔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것이 고귀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수입이 되느냐 안 되느냐를 가지고 결정한다. 따라서 전문가 집단의 윤리관 확립이 중요하다. 현재 각 대학에선 윤리강좌 외에도 '의료와 사회' '의료와 인문.예술' 등의 강좌를 늘려나가는 추세다. 의학회에선 레지던트 커리큘럼 안에도 윤리교육을 포함할 계획이다. 의학윤리교육학회와 협력해 공통과목으로 의료윤리학을 개설하고, 교재를 개발해 각 학회의 참여를 유도하겠다. 기술만이 아닌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대한의학회가 국민 건강을 위해 직접 전면에 나서기도 하는데.



"의료정보의 범람과 웰빙 바람을 무시할 수 없다. 무분별한 정보와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은 국민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래서 지난해 보완요법학회에선 국민이 선호하는 70개 건강제품 등을 광고된 내용대로 효능이 있는지 조사해 발표했다. 대부분 근거가 미약했다. 효능이 없다고 발표된 업체에선 학회장까지 와서 시위를 해 경찰이 좌장 신변보호를 할 정도였다. 이런 평가 사업을 3년마다 계속할 예정이다. 건강 관련 보도도 모니터링하고 있다. 건강자료심의위원회를 만들어 신문.방송매체에 소개된 내용을 평가해 언론사에 자료를 배포하고 있다. 문제는 인터넷이나 무가지에 유포되는 건강정보다. 신문과 방송은 자체적으로 내용이 걸러지거나 의학전문가들이 포진해 있어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의학정보는 근거를 찾을 수 없는 내용이 너무 많아 이를 모두 감시하기 어렵다. 의학회에서 기준을 만들고, 정보에 대한 인증은 정부가 맡아 줘야 한다."



고종관 의학전문기자 <kojokw@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김건상 교수는 …



·1945년 1월 대구 생



·69년 서울대 의대 졸업



·81년 미국 마운트 사이나이 병원 연수



.90년 일본 게이오대 교환교수



·97~99년 중앙대의료원장 겸 용산병원장



·2002~2003 대한의학회 부회장 겸 고시실행위원장



·2002~현재 대한병원협회 병원신임위원회 부위원장



·2004~2005년 보건의료인 국가시험원 의사시험위원장





◆대한의학회는 …



우리나라 의학 학술단체의 총본산이다. 1966년 32개의 작은 학회가 모여 분과학회협의회를 만든 것이 효시. 4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국내 의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견인차 역할을 했다. 현재 의학회에 가입한 학회는 138개, 11만여 명(일부 회원 중복)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학회에서 만드는 학술지는 영문잡지를 포함해 150여 종. 이를 통해 매년 1만2000여 개의 논문이 쏟아져 나온다. SCI에 등재한 학회지만도 7개. 이 중 의학회에서 발행하는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등 2종은 SCI 코어(핵심) 저널로 인정받았다. 주요 사업은 의사의 자질 향상과 연구 진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의대교육과 전문의 양성을 위한 제도 마련, 의학용어 제정, 의학통계 구축, 기초 및 임상의학의 발전을 위한 지원이 의학회에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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