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트북을 열며] 김동연과 장하성, 공존하기 어려운 ‘투 톱’

중앙일보 2018.06.18 01:43 종합 30면 지면보기
김원배 경제부 기자

김원배 경제부 기자

6·13 지방선거가 끝나면서 2020년 총선까지는 큰 선거가 없다. 보다 긴 호흡으로 경제에 집중할 수 있는 시기가 왔다. 여당이 압승했지만 한국 경제엔 이런저런 불안 요인이 적지 않다. 이를 슬기롭게 헤쳐 가려면 경제팀의 역할이 중요하다. 표면적으로 경제 컨트롤타워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지만 김 부총리는 끊임없이 ‘패싱론’에 시달렸다.
 
현 정부조직법상 기재부 장관은 부총리를 겸임하고 경제 정책을 총괄 조정한다. 그러나 한국적인 특성상 실제 영향력은 직위의 높고 낮음보다 최고 권력자와의 거리에 비례한다는 게 정설이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대통령 비서실에 장관급인 정책실장 자리를 부활했다. 청와대 직제상 장하성 정책실장 밑에 경제수석, 일자리수석, 사회수석, 경제보좌관, 과학기술보좌관이 있다. 경제, 산업, 노동, 과학 분야에 교육, 문화, 환경, 여성·가족 등의 분야를 총괄하고 있으니 ‘정책 컨트롤타워’라고 부를 만하다. 조직 구성으로 보면 경제 분야는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의 ‘투 톱’ 체제라고 보는 게 맞다.
 
하지만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은 최저임금 인상 등 핵심 현안에서 뚜렷한 인식 차를 보였다. 투 톱이 조화를 이루려면 같은 철학을 공유하거나 인간적 신뢰가 두터워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두 사람이 그런 관계로 보이지 않는다.
 
지금 월드컵이 한창이다. 축구팀에 비유하면 최전방 투 톱의 호흡이 맞지 않는다. 투 톱 중 한 명은 닥치고 공격하는 스타일이라 열성 팬도 많고 감독의 신임도 두텁다. 주장은 아니지만 다른 선수들이 그를 따르는 것 같다. 반면 다른 한 명은 실전 경험이 많은 데다 수비 가담 능력이 좋다. 그래서 주장을 맡았지만 출신이 달라서인지 다른 선수들이 패스를 하지 않는다.
 
두 선수가 역할을 분담한다면 금상첨화지만 서로 믿지 않고 플레이를 하면 팀 전체가 위기에 빠진다. 이미 여러 번의 슈팅은 골대를 빗나갔고 실점도 했다. 더구나 앞으로는 더 강한 상대와 만난다. 그럴 때 감독은 결단해야 한다. 선수를 교체하거나 전술을 바꾸는 것이다.
 
현재 한국 경제 상황은 심상치 않다. 1분기 소득 분배 지표가 악화했고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10만 명대를 밑돌았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의 금융 불안이 커졌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도 격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부인하긴 했지만 장 실장의 사의설이 돌았다. 누구를 기용하고 어떤 정책을 택할지는 대통령의 몫이지만 현 경제팀에 변화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김원배 경제부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