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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저커버그'가 말하는 새로운 '부의 공식'

중앙일보 2018.06.18 00:35
일본 후쿠시마현 시골마을의 가난한 편모 가정에서 자란 그는 집에 돈이 많을수록 선택의 기회도 많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다른 집에는 당연하게 있는 물건이 그의 집에는 없다는 사실을 초등학생 때 눈치챘다.
 

[사토 가쓰아키 미탭스 대표 인터뷰]
궁핍한 경제형편에 와세다 법대 중퇴
10년 만에 연매출 100억엔 회사 키워
"돈보다 가치 중요한 시대 온다"

와세다대 법학부에 입학했지만 전 재산은 고작 150만엔, 학비와 생활비를 생각하면 2학년까지 버티기도 빠듯했다. 대학 4년 학비도 벅찬데, 법조인이 되려면 법학대학원 학비 1500만엔이 더 필요했다. 
 
“돈이 없으면 얻을 수 없는 직업에 매달리기보다 자신의 능력으로 먹고살 수 있는 직업을 갖자” 
결단을 내렸다. 뒤늦게 컴퓨터를 배워 스타트업을 차리고 대학을 중퇴했다. 결국 10년 만에 연매출액 100억엔이 넘는 글로벌 기업의 사장이 됐다. ‘일본의 마크 저커버그’로 불리는 사토 가쓰아키(佐藤 航陽·32)의 이야기다.
사토 가쓰아키(가츠아키) 미탭스 대표

사토 가쓰아키(가츠아키) 미탭스 대표

 
사토가 2007년 창업한 미탭스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수익화 플랫폼 사업을 한다. 미탭스는 2015년 도쿄증권거래소 마더즈에 상장됐고, 지난해 연매출 135억7200만엔(한화 약 1357억원)을 기록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옹호론자인 사토는 최근 한국어로 출간된 저서 ‘머니 2.0’에서 현재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꼬집으며 “테크놀로지의 발달 때문에 경제 민주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포스트 자본주의 개념으로 ‘가치주의’에 주목한다. 지난해 개인의 시간이 통화가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로 시간을 초 단위로 거래하는 ‘타임뱅크’를 설립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와 e-메일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10년도 안 돼 가난한 대학생이 성공한 CEO가 됐다. 무엇이 바뀌었나?
생활 방식이 달라진 것은 없다. 최소한의 의식주만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학생 때나 지금이나 생활비가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그때보다 생활비가 줄었다.
 
기존 자본주의에 어떤 한계가 있나? 
일본이나 한국처럼 성장이 멈춘 나라를 보면 자본이나 인재나 정보의 유동성이 높지 않다. 사회의 순환이 멈춰 있다. 대기업은 계속 대기업이고 연공서열과 종신고용이 전제이며 자본이나 인재의 유동성을 높이지 않도록 설계돼있다. 자본주의는 유용성과 효율성만 가치로 인식하고 내면의 가치, 사회적 가치를 무시해왔다. 최근 유능한 인재들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쫓아 퇴사하고, 회사는 남은 인력을 쥐어짜며 성과 지향적 경영을 이어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가치로 측정되지 않았던 ‘감성’과 ‘테크놀로지’가 미래에 더 중요해질 것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인터넷을 통해 보다 쉽게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이다. 테크놀로지 발달로 가치를 보존, 교환, 측정하는 수단이 늘 사용하던 돈일 필요가 없어졌다. 이제 자본이 아니라 돈 등의 자본으로 변환되기 전의 '가치'를 중심으로 세계가 변해갈 것이다. 이것을 가치주의라고 부른다.
 
기존 경제 시스템도 일부 왜곡된 면이 있지만 나름의 역할과 의미가 있지 않을까? 굳이 블록체인 기술로 경제 민주화를 해야 할 이유가 뭔가?
해야 한다는 표현보다 테크놀로지 발달로 민주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예측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인다. 현재 금융계는 미국이나 유럽 같은 패권국이 정비한 규칙대로 움직인다. 당연히 거기에 찬동하고 싶지 않은 나라도 많다. 또 대기업의 행태에 의문을 품는 스타트업이나 회사의 행태에 의문을 지닌 개인 등 현재의 경제 체제를 긍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 넘쳐난다. 이들이 암호화폐나 블록체인 등의 ‘무기’를 활용해 더 나은 생활을 위해 활동한다면 결과적으로 경제의 민주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여러 경제 시스템을 병행해 하나의 경제에서 패배하더라도 다른 경제로 이동할 수 있는 ‘선택 가능한 경제’라는 아이디어다. 정치에서 삼권분립처럼 여러 경제권이 경쟁함으로써 억제와 균형을 꾀할 수 있지 않을까.
 사토는 "테크놀로지 발달로 돈이 아니어도 가치를 보존·교환 ·측정할 방법이 생겼다"며 "앞으로 자본보다 돈으로 변환되기 이전의 '가치'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진 21세기북스]

사토는 "테크놀로지 발달로 돈이 아니어도 가치를 보존·교환 ·측정할 방법이 생겼다"며 "앞으로 자본보다 돈으로 변환되기 이전의 '가치'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진 21세기북스]

암호화폐도 투기 붐 등 기존 자본주의의 단점을 답습하지 않을까? 
어떤 경제에서나 차익을 노리고 단기적인 매매를 반복하는 투기자가 존재하고, 격차도 반드시 발생한다. 투기나 격차가 곧 사회악’이라는 고정관념을 배제하고 경제나 돈을 직시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경제 구조를 설명하는 책을 썼다. 예를 들어 투기자는 ‘마켓 메이커(market maker)'다. 그들이 매매를 거듭하는 덕에 일반인들이 팔고 싶을 때 팔 수 있다. 구매 시 리스크가 낮아져 소비가 촉진되고 경제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다. 격차가 없다면, 아무리 노력해도 차이가 나지 않는 상태라면 누구든지 의욕을 잃어버릴 것이다. 사회악처럼 보여서 미움받기 쉽지만, 경제에서 어엿한 역할이 있다.
 
경제 민주화와 가치주의를 주장하지만, 당신도 결국 갑부가 아닌가? 
노숙자가 돈에 관해 이야기하면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고, 대학에 못 가본 사람이 입시에 관해 이야기하면 설득력이 없을 것이다. 돈을 이해하고 싶다면 회사를 경영하고 금융 시장에 뛰어들어 체험하는 것이 지름길이었다. ‘어떤 일이든 직접 해보고 뛰어들어보지 않는 한, 진실을 알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신조다. 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치를 창출하지 않고 쌓여만 가는 돈은 의미가 없다. 경제를 활성화하고 세상의 진화를 가속하고 싶다면 젊은 사람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돈보다는 열정을 갖고 무언가에 임할 수 있는 시간이 훨씬 높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왔다. 이 시간을 ‘인생의 상미기한(賞味期限ㆍ품질유지기한)’이라고 부른다. 상미기한이 끝날 때까지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쏟아붓고, 그러고도 무언가 남아 있다면 목숨 걸고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에게 모두 줘버릴 생각이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머니 2.0』
[사진 21세기북스]

[사진 21세기북스]

지난해 일본에서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사토 가쓰아키의 저서 『머니 2.0』(원작 『お金 2.0』)이 이달 초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돈의 역사와 매커니즘을 설명하고, 블록체인·암호화폐·공유경제 등 새로운 형태의 경제 시스템을 사례를 통해 쉽게 풀었다. 1980년대생인 사토는 책에서 "우리 세대의 과제는 누구나 인생에서 목적을 가질 수 있는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부족함이 많았던 이전 세대와 달리) 무엇을 향해 분발하면 좋을지 알 수 없게 되었다. 그 불완전 연소 같은 감각이 많은 사람을 불행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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