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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김정은 미치광이 전략, 쿠바 미사일 위기 해결과 판박이”

중앙선데이 2018.06.16 01:12 588호 16면 지면보기
스티븐 브람스

스티븐 브람스

“미치광이처럼 행동하다 현실적인 타협을 한다.”
 
스티븐 브람스(78·사진) 미국 뉴욕대 교수(국제관계)의 눈에 비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거래기술이다. 브람스는 게임이론을 국제관계에 본격적으로 적용시킨 학자다. 중앙SUNDAY는 북미회담이 취소, 재개, 실현 등 고비마다 전화를 걸어 그의 의견을 들어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쓴 거래기술(The Art of The Deal) 때문에 전화했다. 게임이론으로 풀어볼 수 있을까.
“(웃으며) 트럼프 말 자체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는 미국인이 얼마나 될까. 솔직히 나도 모른다. 그의 말을 모르니 그의 행동과 (거래 등의) 결과를 바탕으로 짐작할 수밖에 없다.”
 
정상회담 결과를 어떻게 보나. 미국인들이 만족스러워하나.
“합의문 하나만 놓고 평가하기엔 너무 이르다. 합의 내용은 서로 노력해 도달하려는 목적지를 글로 표현한 것이다.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합의문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무기폐기(CVID)’ 등의 문구가 빠졌다고 한다.
“내가 핵 전문가가 아니니 CVID가 얼마나 중요하고 실제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다. 다만 (합의문을 보니) 쿠바사태 때 처럼 트럼프와 김정은이 서로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게임을 펼친 듯하다.”
 
쿠바 방식이 무엇인가.
“타협이 이뤄지기 전까지 상황이 극단적으로 치닫도록 하는 게임이다. 당시 미 대통령인 존 F 케네디는 ‘쿠바에서 핵미사일을 철수하지 않으면 핵 버튼을 누르겠다’며 니키다 흐루쇼프 당시 소련 서기장을 압박했다. 트럼프도 회담을 취소까지 하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만족시키라고 김정은을 압박했다.”
 
트럼프가 케네디처럼 이겼다는 말인가.
“먼저 케네디가 쿠바사태의 단독 승자는 아니다. 무대 뒤편에서는 케네디가 많은 것을 양보했다. 첫째 그는 쿠바를 침범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미사일 위기 전에 미국이 훈련시킨 병력이 쿠바에 상륙하다 실패한 적이 있다. 피델 카스트로가 원한 안전보장을 케네디가 들어준 것이다.”
 
브람스 교수가 말한 군대 상륙은 1961년에 일어난 피그만 침공을 말한다. 미국은 그해 4월 카스트로 정권을 뒤엎기 위해 미군이 훈련시킨 쿠바 망명자 1400명으로 구성된 군대를 남부에 상륙시켰다. 결과는 실패였다.
 
케네디가 한 또 다른 양보는 무엇인가.
“두 번째는 미국이 터키에 배치한 핵무기를 철수하기로 했다. 흐루쇼프의 턱 밑에 있는 핵무기를 철수해준 것이다. 소련이 미국 턱 밑에 있는 쿠바에서 미사일을 철수하는 대가로 말이다. 북미 양쪽이 상대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타협을 한 셈이다.”
 
트럼프는 회담 직전까지 거세게 김정은을 몰아부치는 것으로 보였다.
“트럼프만 그런 게 아니다. 평양 측도 펜스 부통령 등을 겨냥해 독설을 퍼부었다. 트럼프는 만남 자체를 취소했다. 양쪽 모두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베트남을 상대로 펼친 미치광이(Madman) 전략을 떠올리게 했다. 각자 자신이 아주 비합리적이고 변덕스런 존재라는 인상을 상대에게 의도적으로 주는 전략이다. 상대가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실제 미치광이처럼 행동할 듯한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다.”
 
트럼프가 자신과 닮은 상대를 만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 듯하다. 김정은이 상당히 스마트해 보인다. 그는 트럼프가 원하는 핵무기 폐기를 약속하면서 안전보장 등 원하는 것을 많이 얻어냈다.”
 
트럼프는 원래 그런 미치광이 전략을 자주 쓰나.
“트럼프는 거래 상대에게 ‘강경한(hard-nosed) 사람’이란 인상을 주고 딜을 시작한다. 사업할 때도 파산 선언을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식으로 행동했다.”
스티븐 브람스
1940년 뉴햄프셔주에서 태어나 MIT대학을 졸업했다. 노스웨스턴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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