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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분 30초마다 스마트폰 꺼내드는 현대인

중앙선데이 2018.06.16 01:00 588호 30면 지면보기
대화가 사라진 디지털 세상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

고독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
창의적 사고는 자기성찰서 비롯
‘월든’의 숲속 지혜 절실히 요구돼

카톡·e메일에 24시간 포위
미국 대학생 공감지수 40% 하락
얘기 많이 할수록 생산성 올라가

식탁서 아이폰 금지한 잡스
부모가 먼저 자녀와 대화 나서야
민주주의는 밥상머리에서 시작

셰리 터클 지음 
황소연 옮김, 민음사
 
도참서 『토정비결』은 저자가 미상이거나 토정 이지함(1517~1578) 선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에 대해서는 ‘진보적·민중적이다’라는 평가가 있다. 왜일까. 쉽게 이야기하면 ‘바쁘게 사느라 자신이 태어난 시간조차 알 수 없는 민중을 위해 만든 점 보는 책’이라는 것이다.
 
토정비결을 보려면, 사주풀이와 달리 생년월일시(生年月日時)에서 시(時)가 필요 없다. 생년월일까지만 알면 된다. 21세기에도 자신의 출생 시간을 정확히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기계식 시계의 등장으로 하루가 12시간에서 24시간으로 바뀌었다. 우리는 하루가 12·24시간이 아니라 1440분, 8만6400초인 시대를 살고 있다. 15분 단위로 숨 막히는 하루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사람들도 많다.
 
시계·기차·자동차와 같은 기술의 이기(利器)는 정치와 사회 문화를 바꾸고 인간 개개인의 삶을 바꾼다.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저자인 셰리 터클 매사추세츠공대(MIT) 석좌교수는 1980년대부터 기술과 인생의 상호 역학 관계를 연구했다.
 
이 책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에서 나오는 이 말을 인용하면서 시작한다. “내 집에는 의자가 세 개가 있다. 의자 하나는 고독을 위한 것이고, 의자 두 개는 우정을 위한 것이며, 의자 세 개는 사회를 위한 것이다.”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소로의 이 말이 스마트폰 시대에 지니는 의미를 522페이지 분량으로 논한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런던의 역에서 볼 수 있는 일상적인 풍경. 스마트폰에 중독된 사람들이 늘고있다. ‘고독한 군중’의 시대가 저물고 ‘함께 외로운’ 시대가 개막했다. MIT 터클 교수는 대화가 공감 능력과 생산성 향상에 필수적이라고 역설한다. [사진 dksesh]

런던의 역에서 볼 수 있는 일상적인 풍경. 스마트폰에 중독된 사람들이 늘고있다. ‘고독한 군중’의 시대가 저물고 ‘함께 외로운’ 시대가 개막했다. MIT 터클 교수는 대화가 공감 능력과 생산성 향상에 필수적이라고 역설한다. [사진 dksesh]

스마트폰 덕분에 우리는 순식간에 세계의 끝에 있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그에게 사진을 보내고, 그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내용에 즉시 ‘좋아요’를 누를 수 있다. 참 좋은 세상이다. 하지만 우리의 학교와 가족, 일터의 모습은 낯설다.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특히 30~40대 이후에 스마트폰 시대를 맞이한 사람들이 느낀다.
 
뭐가 문제인지를 터클 교수가 초·중·고·대학 학생, 부모, 교육자, 직장 간부 등을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 심리학과 같은 관련 분야의 연구 성과, 자신의 사색으로 얻은 혜안으로 밝혀냈다.
 
집에서건 직장에서건 대면(對面) 대화의 공급·수요가 줄고 있다. 대화 부족은 바람직하지 않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별의별 실험을 다 하는 미국의 첨단 기업들은, “대화를 많이 나눌수록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재택근무를 줄이고 있다. 하지만 직장인들은 대면 대화를 꺼린다. 직장으로 출근한 다음 동료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카톡을 보낸다. 그러면 재택근무하고 뭐가 다를까.
 
식구(食口)는 그야말로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인데, 식탁에서도 부모나 자식이나 밥은 먹는 둥 마는 둥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있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대학생의 90%가 수업 중에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마냥 웃을 수 없는 사례도 이 책에 나온다. 예컨대 이른바 ‘3인의 원칙’이다. 여럿이 식사할 때에 “적어도 세 명이 휴대폰에서 고개를 든 것을 확인한 후 자기 휴대폰으로 고개를 숙인다”는 룰이다. 항상 적어도 3명이 대화를 이어간다는 것이다.
 
‘고독한 군중’의 시대가 저물고 페이스북 친구들과 ‘함께 외로운’ 시대가 개막했다. 터클 교수는 미국인은 6분도 외로움을 참을 수 없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한다. 지난 20년간 대학생들의 공감 지수가 40% 하락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공감 능력을 키우려면 대화를 해야 한다. 공감은 사회활동이나 성공에 지능지수(IQ)보다 더 중요하다는 감정지수(EQ)의 핵심이다.
 
저자의 진단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진정한 대화의 출발점은, 역설적으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의자 하나’가 상징하는 자기성찰(self-reflection)을 위한 고독이다. 성찰을 통해 진정한 나 자신을 발견해야 ‘의자 둘’이 상징하는 타인과 진정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나 자신에 공감해야 남을 공감할 수 있다. 그런데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대인은 6분 30초마다 한 번씩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그러니 고독도 대화도 어설프고 어중간하다. 재래식, 전통적인 고독과 대화를 복원해야 창의성에 기반을 둔 혁신을, 기업이라는 사회나 국가 공동체라는 사회에서 달성하는 게 가능하다. 이를 ‘의자 셋’이 상징한다.
 
공감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공감은 내가 상대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말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상대의 기분을 알고 싶어 한다는 것을 상대가 믿을 때까지 오래 머무는 것이다. 공감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감정 훈련이 필요하다.”
 
저자는 시간이 필요한 공감 훈련의 적으로 ‘지루함을 못 견딤’을 지목한다. 둘이 만날 때건 교회 행사에 참석했을 때건, 심지어는 장례식에 갔을 때도 조금만 지루하면 스마트폰을 꺼내 든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저자는 낙관적이다. 인간의 복원 능력도 만만치 않다는 것. 예컨대 전자기기를 전면 금지한 여름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은 처음에는 힘들어했다. 하지만 며칠 내로 사람 얼굴 사진이나 비디오를 보고 타인의 감정을 가늠할 수 있는 공감 능력이 향상됐다.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 온라인 시대에 혁신적 마인드를 기르는 대화의 힘』의 원제는 ‘대화 되찾기: 디지털 시대 말하기의 힘(Reclaiming Conversation: The Power of Talk in a Digital Age)’이다.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지나치게 효용·효율을 강조하는 시대다. 이 책은 대화의 복원이 왜 혁신·창의성 구현의 길인지 설명한다. 하지만 저자가 진짜로 말하고 싶은 것은 대화가 안겨 줄 어떤 이익이 아니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대화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근본적인 인간 활동”이며 “민주주의의 주춧돌”라는 것이다.
 
대화의 복원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하나 마나 한’ 지극히 당연한 말이 변화의 핵심일 때가 많다. 저자는 이렇게 제안한다. “아이들에게 휴대폰을 치우라고 말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스스로 본보기가 되어 내 휴대폰부터 치워야 한다.” 저자는 스티브 잡스(1955~2011)의 사례를 든다. 잡스는 식탁에서 아이패드와 아이폰을 금지하고 식구들과 책과 역사에 대해 토론했다.
 
언젠가는 사람 수준의 대화와 공감이 가능한 인공지능(AI)이 나올지도 모른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더 깊이 공감하는 대화를 하는 가운데, 인간이 보다 인간답게 된다면, AI 시대의 도래도 별로 두렵지 않다.
 
김환영 지식전문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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