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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직격 인터뷰] “트럼프 깡패짓하며 미 기업 돕는데 한국은 기업 발목 잡아”

중앙일보 2018.06.15 00:26 종합 27면 지면보기
‘주 52시간 근무제의 역습’ 경고한 김대일 한국노동경제학회장 
김대일 한국노동경제학회장은 ’경제는 좋은 물건을 싸게 만드는 게 최고다. 그 나라는 부자가 된다. 그런데 정부가 인건비 올리고 세금 많이 걷으면 싸게 못 만든다.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장진영 기자]

김대일 한국노동경제학회장은 ’경제는 좋은 물건을 싸게 만드는 게 최고다. 그 나라는 부자가 된다. 그런데 정부가 인건비 올리고 세금 많이 걷으면 싸게 못 만든다.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장진영 기자]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 1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단행되고 7월부터 근로시간 단축이 본격화한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이 제한된다. 이를 어기면 고용주는 형사처벌을 받는다. 기업 현장은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생산과 근로 관행의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서다. 근로자는 임금 감소 충격에 직면했다. 소득 보전을 위해 ‘알바’에 내몰리는 취약계층에게 “근로시간단축법은 투잡법”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당장 영세 버스회사는 운전자 부족 대란에 빠졌다. 획일적 근로시간 단축의 파장은 산업 현장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일단 해보자고 밀어붙이고 있다. 한국노동경제학회를 이끄는 김대일(57)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만나 파장과 대안을 짚어봤다.
 
부작용이 예상보다 크다는 반응이 있다.
“이번 근로시간 단축은 과거와는 좀 다르다. 과거엔 초과근무 수당을 줘서 기업이 얼마든지 일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52시간 초과를 아예 불법으로 만들어 놨다. 이러면 기업 입장에선 근로자를 새로 채용하는 수밖에 없다. 이건 인건비가 늘어난다는 거다. 기본적으로 노동수요가 오히려 줄어들고 물가는 비싸지고 결과적으로 일자리도 줄어들고 소비자도 비싼 물가에 소득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 거다. 노동시장에는 굉장히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연구개발(R&D) 분야는 비상에 걸렸다. 국내에 기업 연구소만 4만 개에 달한다.
“굉장히 중요한 이슈다. 공장에서 컨베이어 벨트 돌리는 일자리는 2교대를 3교대로 바꾸면 된다. 문제는 R&D 분야 같은 고급 인력이다. 내가 하던 일을 누가 이어받아서 또 하는 게 안 된다. 어떤 때는 밤새워 일하고 그다음 날은 쉴 수도 있는 거다. 유연한 근로시간이 굉장히 중요한데 그 가능성을 완전히 빼앗은 정책이라는 점에서 R&D쪽은 부담이 클 거다.”
 
결국 좋은 일자리가 해외로 나가게 되나.
“사실 R&D 인력이 국내 공장 바로 옆에 있는 게 좋다. 하지만 국내에 마땅한 인력이 없고,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안 오려고 한다. 앞으론 국내에 있던 R&D 인력도 밖으로 내보낼 가능성이 커질까 걱정이다. 이건 근로자가 일 조금 덜 하고 일자리 잃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들의 경쟁력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주는 문제다. 우리나라 기업들에 자꾸 부담을 주는 쪽으로 가면 그런 거 없이 따라오는 중국에 비해 불리한 입장이 된다.”
 
사무직 근로 관행도 혼란이 예상된다.
“고용노동부가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판례와 행정해석을 모은 것에 불과하다. 몇 개의 행정 사례나 판례 해석으로 모든 것을 커버할 수는 없다. 52시간을 굳이 이대로 시행한다면 처벌 유예기간이라도 둬야 한다. 부작용 사례를 모두 분석해서 예외 조항도 만들기 위해서는 1년도 모자랄 수 있다. 현실적으로 어떻게 다 규제할 건지, 그때마다 처벌할 건지도 문제다.”
 
혼란이 뻔한데도 왜 탄력근무까지 경직적인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결국 일자리를 늘리라는 건데 완전 단순 계산이다. 근로시간을 줄이면 고용을 더 할 거라고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다지 더 늘지 않는 게 경제 원리다. 누구든 근로시간을 줄이고 임금도 줄인다면 좋아하겠나. 근로자도 기업도 싫어하는 정책이다.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를 살리되 기업이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
 
글로벌 경제여서 더욱 문제 아니겠나.
“트럼프 대통령을 보면 ‘깡패 같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자기네 나라 기업을 위해 관세폭탄을 때리면서 우리나라에 깡패짓하는 거다. 이에 비하면 우리 정부는 우리나라 기업들 발목 잡고 못살게 하고 있는 거다. 더구나 글로벌 시대에 우리나라만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나 세금 부담이 올라가면 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국내총생산(GDP)이 줄고 모든 게 문제가 된다.”
 
중소기업은 어떤가. 299인 이하 사업장은 시행이 2020년 이후로 유예됐다.
“경제는 연결이 굉장히 촘촘히 맞물려 있는 유기체다. 대기업에서 비용이 올라가면 그 직격탄을 하청 중소업체가 맞는다. 중소업체는 법정근로시간 단축에 적용이 안 돼도 대기업에서 오는 물량이 떨어지면 거기선 경영난이 오고, 그 근로자들도 일자리를 잃고 임금은 떨어지는 거다. 적용을 대기업에만 해도 전 산업에, 하청업체 포함한 전 중소기업에 영향을 미칠 거다.”
 
현재 정책대로라면 너무 암울하다.
“글로벌 경제에서는 기업이 특정 분야에서 2~3등 안에 못 들어가면 완전 변방국가로 전락하게 된다. 과거와 달리 국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나 세금 부담이 올라가면 국가 경쟁력에 마이너스가 된다. 옛날엔 인건비 10% 올라가면 국가경쟁력 3% 떨어졌다고 했다면 이젠 그 충격이 훨씬 확대되는 시대가 왔다는 차원에서 굉장히 우려스럽다.”
 
근로자 입장에서 보자. 7월부터 당장 3700곳이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을 받는다. 임금 감소가 현실화될 우려가 있다.
“우려가 아니라 현실이다. 근로시간을 줄이면 원래 한 명이던 근로자를 두 명으로 늘릴 거라고 보나. 고용을 늘린다면 한 명한테 갈 월급을 둘에게 나눠주는 거다. 전체 근로자 총소득엔 변함이 없는 거다. 문제는 이렇게 해선 생산성에 변화가 없으면 기업은 더 고용할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의자나 책상이나 행정비용 등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이 많다. 이건 한 명을 쓰는 게 더 싸고 생산성도 높다는 얘기다. 혹시 추가 고용해도 두 명이 아니라 1.5명을 쓸 거다. 근로자로선 그나마 있던 소득이 더 줄어들게 된다.”
 
부정적 효과가 그뿐일 것 같지 않다.
“기업은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덜 쓰는 만큼 기업 생산도 줄고 고용·임금 다 줄고 물가도 올라간다.”
 
소득주도성장은 국제노동기구(ILO)가 주창한 ‘임금주도성장’에 근거하고 있다. 현실성이 있는 이야기인가.
“소득주도성장 논리는 이거다. ‘사람들에게 소득 늘려주면, 돈이 많아졌으니 소비를 하고, 기업에서 물건 사고 기업들이 물건 잘 팔리니까, 더 만들기 위해 투자도 하고 채용도 하고 성장도 이뤄진다’는 논리다. 임금주도성장은 뭔가. ‘사람들한테 소득을 늘려줄 때 임금이 늘어나면 소득이 늘어나는 거니까, 그 사람들이 돈 많이 쓰면 기업의 투자와 고용 늘려서 성장이 된다’는 얘기다. 즉 소득주도성장에서 소득을 어떻게 늘려주냐고 볼 때 임금을 늘려주자는 게 임금주도성장이다. 칼렉키(Kalecki)라는 학자가 처음 주장했고,  ILO에 그런 보고서가 여러 개 있다.”
 
그런데도 소득주도성장이 비현실적 이유는 무엇인가. 결국 케인스도 소득을 늘려주자고 주장한 것 아닌가.
“사실 맨 처음 소득주도성장과 똑같은 얘기를 한 건 케인즈다. 그런데 기본 전제가 완전히 다르다. 케인스가 ‘소득을 늘려서 성장한다’고 한 건 불황에서 탈출하는 수단을 의미했다. 불황이 있으면 재정을 확대하고 이자율을 낮춰서 사람들이 소득이 늘었다고 생각하면 돈을 쓰고, 그로 인해 기업들은 채용을 늘리고 투자를 한다는 얘기였다. 케인스 소득정책을 쓰면 그해의 성장률은 올라간다. 하지만 장기적인 성장은 못 한다. 칼렉키도 정확히 그 얘기를 했다. 이건 놀고 있는 시설이 있어야 된다고 했다.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소득을 늘리려면 잠재성장률 자체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건가.
“그래서 임금주도성장이 말이 안 된다. 돈을 1000만원 번 회사가 있다고 치자. 500만원은 근로자에게 주고 500만원은 주주에게 갈 거였는데, 임금을 600으로 올리면 주주에게 400이 가는 식인 거다. 전체가 그대로 1000만원이니까 소비가 늘어난 게 아니다. 경제 규모 자체가 커져야 소득도 근본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결국 기업 실적이 좋아져서 고용 자체가 늘어나지 않으면 효과가 없겠다.
“소비가 늘어서 기업이 투자와 채용을 늘린다는 건데 연결고리가 성립이 안 된다. 임금이 올라 고용을 줄이면 오히려 소득이 줄어든다. 예컨대 다섯 명을 100만원씩 주고 채용해 1000만원 벌어서 500만원을 주고 주주는 500만원을 챙겼는데, 이제 임금이 120만원이 됐다, 다섯 다 채용하고 있으면 자본수익률이 떨어지니 네 명으로 줄이게 된다. 그러면 전체 소득이 줄고 일자리도 준다. 임금을 인위적으로 올리면 오히려 성장이 악화될 수도 있다. 채용할 걸 안 하게 된다. 임금주도성장이 맞는다고 보는 학자는 거의 없다.”
 
그런데 청와대는 “최저임금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했다.
“임금근로자들의 경우 그렇다는 것인데, 최저임금 때문에 혹시라도 실직했을 사람들 빼놓고 봤다는 것은 문제다. 그보다 최저임금의 긍정적 효과가 있으려면 밑의 취약계층 10%가 올라가야 하는데 위 10%는 왜 올라갔나. 최저임금이라는 게 밑에 있는 사람 보호하기 위한 건데, 그게 떨어졌다는 건 실패했다는 거다.”
 
정부는 취약계층 대책을 또 마련 중이다.
“보호가 필요하다. 걱정하는 건 최저임금을 지나치게 많이 올려서 불필요하게 많은 취약계층을 만들어내고 그걸 또 정부 재정으로 도와줘야 하는 문제다. 결과적으로 세금 많이 걷어야 된다. 기업 입장에선 세금, 인건비, 근로시간의 삼중고가 된다. 기업에선 근로자 수는 더 줄일 수밖에 없다. 생산은 더 줄고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악순환이다.”
 
지금 필요한 건 노사정 대타협 아니겠나.
“어느 나라나 노동시장 개혁은 진보 정부가 했다. 보수는 해봐야 먹히질 않는다. 자본가가 치고 들어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엄청난 저항이 있다. 사실 노사정위원회는 정권이 책임회피용으로 만들어놓은 거다. ‘노사, 너희가 합의해 와라’, 이해관계가 정반대인데 합의가 되겠나. 진보 정부가 끌고 가야 된다. 노사정위원회 합의를 기다리는 건 정권의 직무 유기다.”  
 
김대일은 …
1976년 설립된 한국노동경제학회 회장이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바로 유학길에 올라 미국 시카고대에서 노동경제학을 전공했다. 미 라이스대 조교수와 한국개발연구원을 거쳐 98년부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소득주도성장을 비롯해 노동시장 문제가 핫이슈로 떠오르면서 그가 연구하는 노동경제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노동경제학은 응용미시 차원의 경제학이다. 하지만 실업과 임금 문제는 거시적 경제 관점에서 함께 봐야 하기 때문에 시야를 넓혀 정부의 개입과 정책 변화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김동호 논설위원
 
※이 취재에는 황병준 인턴기자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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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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