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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북에 현금 주는 일 없다" 3단계 지원 구상 보니

중앙일보 2018.06.14 15:40
“북한에 현금을 직접 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경제협력 프로젝트 형식을 취해 지원하게 될 것이다”
 

닛케이 "핵 사찰비→인도적 지원→경제협력"
"쌀ㆍ의약품 지원, 납치문제 성과가 전제"
아베 총리도 "북한 자원, 노동력" 강조
'거액 자금' 지원엔 일본내 여론이 중요

최근 일본 정부 한 관계자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북·일교섭과 관련해 북한은 식민지배 및 과거청산에 따른 경제지원, 즉 현금지원을 기대하고 있지만 일본의 구상은 다르다는 얘기다.
 
실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4일 일본 정부의 ‘3단계 대북지원’ 구상을 소개했다. 
 
유키야 아마노 IAEA 사무총장 [AP=연합뉴스]

유키야 아마노 IAEA 사무총장 [AP=연합뉴스]

 
1단계는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핵 사찰 초기 비용 지원이다. 북한 비핵화의 첫 단계라 할 수 있는 IAEA 사찰 시 투입되는 인원과 기자재 조달에 필요한 비용을 일본 정부가 부담하겠다는 계획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지난 13일 정례기자회견에서 “IAEA가 북한의 검증활동을 재개하면, 초기비용을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2007년 IAEA가 북한 영변에 있는 핵시설을 사찰했을 때, 일본 정부는 50만달러(당시 약 5700만엔)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출한 바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 [교도=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 [교도=연합뉴스]

 
 
2단계는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적 지원이다. 이는 쌀이나 의약품 제공을 의미하는 것으로 직접적인 현금지원은 포함돼 있지 않다. 2014년 납치피해자들에 대한 재조사를 약속한 ‘스톡홀름 합의’에는 “적절한 시기에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실시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스가 관방장관은 “계속해서 북한에 ‘스톡홀름 합의’ 이행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북한은 2016년 ‘스톡홀름 합의’ 파기를 선언하고 납치피해자에 대한 조사도 중단한 상태다. 일본 측은 인도적 지원이 이뤄지려면, 납치피해자의 귀국 등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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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는 인프라 정비 등 경제협력이다. 2002년 북·일평양선언에서는 국교정상화 후에 무상자금협력, 국제협력 은행을 통한 융자 등의 실시를 언급했다.  
 
그러나 이번엔 유무상 차관 같은 현금 지원 방식 아닌 경제협력을 통한 투자 형태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현지시간 9일 아베 총리가 G7정상회의가 열린 캐나다 퀘벡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현지시간 9일 아베 총리가 G7정상회의가 열린 캐나다 퀘벡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아베 총리도 실제 지난 11일 닛케이신문사 주최 ‘아시아의 미래’ 국제회의에 참석해 북한에 대한 투자 형태의 경제협력구상을 드러낸 바 있다. 
 
아베 총리는 “북한에는 손도 안댄 자원이 있다. 근면하고 풍부한 노동력이 있다. 북한이 평화와 법의 지배, 안정을 위한 길에 나서는 효과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경제 전체에 미칠 것이 틀림없다”며 북한의 비핵화와 경제협력을 연결시켜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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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당시, 일본은 한국 정부에 5억 달러(무상 3억, 차관 2억)에 해당하는 경제지원을 제공했다. 따라서 북한에 현금이 아닌 경제협력 방식을 택할 경우 북한의 반발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물가변동 등을 감안했을 때 북한에 대한 경제협력은 1조엔(9조8천28억원) 규모를 넘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일본 정부가 현금 지원이 아닌 방식을 고려중인 것은 국내 여론을 감안한 선택이기도 하다. 닛케이신문은 “거액의 자금지원이 되면, 국내여론의 이해도 구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3단계에 해당하는 경제 협력은 장애물이 높다”고 덧붙였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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