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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한·미훈련 중단 수용” 노동신문, 김정은 승자로 포장

중앙일보 2018.06.14 01:55 종합 6면 지면보기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한 지 하루 만에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굳히기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연합군사훈련 중단 방침을 밝히자 북한은 곧바로 다음 날인 13일 정상회담에서 훈련 중단이 논의됐다고 공개했다.  
 

“트럼프, 단계·동시 원칙 인식 공유”
보상 전제인 완전 비핵화 언급 안 해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선반도(한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이 중대한 의의를 갖는다”고 밝힌 뒤 “(이 문제에) 당면해서 상대방을 자극하고 적대시하는 군사행동들을 중지하는 용단부터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리해(이해)를 표시하면서 조·미(북·미) 사이에 선의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조선(북) 측이 도발로 간주하는 미국-남조선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하며 (북한에) 안전 담보를 제공하겠다”고 답했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북한은 그간 한·미 연합훈련을 “도발적인 불장난” “전쟁을 고취하는 범죄 행위”로 비난해 왔다. 따라서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이 같은 훈련을 중단시켰다고 대내외에 알려 김정은을 ‘승자’로 포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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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이 쓴 ‘선의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이란 표현은 트럼프 대통령도 12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대로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과 선의의(in good faith) 대화를 진행하는 한 한·미 연합훈련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신문은 비핵화의 검증 및 구체적 조치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공동성명에 들어 있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도 13일 보도에 담지 않았다. 대신 북한이 계속 주장해 온 단계적 동시적 조치를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인식을 같이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노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회담을 한 뒤 그간 주장해 왔던 ‘일괄 타결(all at once)’ 방법을 양보한 게 된다. 노동신문은 “조·미(북·미) 수뇌분들이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이룩해 나가는 과정에서 단계별, 동시 행동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식을 같이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기자회견 때 “김 위원장이 (평양에) 돌아가자마자 (비핵화) 과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노동신문엔 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진전 여부에 따라 대북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노동신문은 다른 식으로 보도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와 협상을 통한 관계 개선이 진척되는 데 따라 대조선(대북)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의향을 표명하였다”고 전했다. 이는 비핵화 없이 일반적 관계 개선만 이뤄져도 대북제재가 해제될 수 있다는 쪽으로 알린 것이다. 
 
싱가포르=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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