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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보다 지방선거가 더 재밌어요”…‘월드컵 키즈’의 월드컵 무관심

중앙일보 2018.06.12 13:55
11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경기장 주변에서 관광객들이 2018 러시아월드컵 마스코트 모형 옆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경기장 주변에서 관광객들이 2018 러시아월드컵 마스코트 모형 옆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대표팀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어서 그런지 이번 월드컵에는 크게 관심이 생기지 않고요. 오히려 지방 선거 관련 기사들을 더 재밌게 보고 있어요.”
  
대학원생 김승태(28)씨는 이틀 앞으로 다가온 2018 러시아월드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주위에서도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이젠 우리나라 대표팀이 출전하는 경기라고 해서 다 관심을 갖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종목이나 선수를 찾는 경향이 생긴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18 러시아월드컵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1일 오스트리아 그로딕 다스 골드버그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네갈과의 비공개 평가전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2018 러시아월드컵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1일 오스트리아 그로딕 다스 골드버그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네갈과의 비공개 평가전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2018년 러시아월드컵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거리에서 만난 다수의 시민은 “그동안 열린 다른 월드컵들에 비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크게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2002년 한ㆍ일 월드컵 당시 대부분 초등학생이었던 20~30대 젊은 축구 팬들은 “2002년에 엄청난 월드컵 응원 열기를 체험한 ‘2030 월드컵 키즈(Kids)들마저도 이번 월드컵에는 무관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원 장모(29)씨는 “박지성·이영표 등 내가 응원하던 선수들은 모두 은퇴했고, 특별히 응원하는 선수가 없다 보니 월드컵에 관심도 덜 갖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12일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린데다 13일 치러지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도 시기가 겹친 것이 눈에 띄는 원인이다. 젊은층이 주로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들에는 최근 ‘지방 선거가 월드컵보다 훨씬 흥미진진할 것 같다’‘‘지방 선거가 며칠인지는 다들 알테니 월드컵은 지방 선거 다음 날부터 시작한다고 기억하면 월드컵을 잊지 않을 수 있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이번 월드컵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글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번 월드컵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글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우리 축구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 거란 기대가 작은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5월 18일 진행한 월드컵 관련 설문조사에서 ‘우리 대표팀이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37%로 설문을 시작한 200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2002년 한ㆍ일월드컵을 앞두고는 73%,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는 94%,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는 79%의 응답자가 우리 대표팀의 16강 이상의 성적을 예상했다.
 
해외 축구리그 경기를 빠짐없이 챙겨보며 자신을 ‘축덕(축구 열성 팬)’이라고 소개한 회사원 김영진(27)씨는 “2002년 이후 우리 ‘2030 월드컵 키즈’들은 해외 유명 리그의 수준 높은 경기들을 찾아보며 눈이 높아졌다. 하지만 우리 국가대표팀의 실력은 그에 못 미치기 때문에 축구 팬들의 관심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본다”며 “이번에 같은 조에 속한 국가들이 워낙 실력이 뛰어난 팀들이기 때문에 기대가 줄어든 면도 있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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