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침몰하는 순간 한 연주자가 바이올린을 켜기 시작한다. 불안에 떨던 승객의 표정이 이내 평화로워진다. 영화 ‘타이타닉’의 명장면으로 1912년 당시 타이타닉호에 승선했던 밴드의 리더인 월리스 하틀리의 실제 이야기다. 이로부터 약 100년 후 그가 연주한 바이올린은 영국에서 열린 경매장에서 90만 파운드(약 15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명품 바이올린은 아니지만 악기에 얽힌 사연과 희소성을 높이 평가해 타이타닉호 유품 중 단품으론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처럼 역사를 품은 오래된 악기는 경매장에서 수억원대 몸값을 자랑한다. 장인이 만든 불후의 명품이거나 희소성이 있으면 가치는 더 높아진다. 최근 오래된 명품 악기 구입이 이색 재테크로 떠오르는 배경이다.
14~23일 인사동 갤러리 서호
전공 교수가 악기 설명, 시연
바이올리니스트는 연주 기회

명품 악기가 경매장에서 ‘억’ 소리 나는 몸값을 자랑하며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악기 중에서도 크기가 작아 보관이 쉽고 시간이 지날수록 소리가 깊어져 소장 가치가 올라가는 바이올린이 인기다. 경매 회사인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자료에 따르면 70년대 평균 30만 달러에 낙찰 받았던 명품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가 2010년 기준으로 평균 250만 달러 수준까지 올랐다. 평균 가격이 매년 14%씩 오른 셈이다. 미술품으로 세계 경매 시장을 석권한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정기적으로 고악기 경매를 개최하는 이유다. 국내에서는 지난 3월 처음으로 고악기 경매가 실시됐다. 미술품 전문 경매 회사인 케이옥션이 프랑스의 유명 악기 제작자인 오노레 데라지가 1860년에 제작한 바이올린을 출품한 것. 추정가는 2000만~6000만원이었지만 2600만원에 낙찰됐다.
이처럼 미술품 경매로 유명한 경매 회사가 고바이올린 경매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웬만한 미술품의 경매가를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2012년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내가 갖고 있는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우리나라에서 거래된 최고가 미술 경매품보다도 비쌀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녀는 67년 당시 미국 뉴욕에서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는 비용인 4만 달러로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매입했다고 한다.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른 명품 악기

이일춘 대표가 보관 중인 과르네리의 보증서.
영미 경매장 30여 년 다니며 수집
이 대표는 자신이 소장하는 4점의 바이올린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이태리 월드 고전 바이올린 소장전’을 연다. 오는 14일부터 23일까지 자신이 서울 인사동에서 운영하는 갤러리 서호에서 전시한다. 바이올린 재테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해외에 가지 않고도 명품 바이올린을 직접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현직에서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대학교수가 도슨트(박물관·미술관 등에서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처럼 각 바이올린에 얽힌 역사를 설명하고 시연을 통해 소리를 들려준다.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전문가라면 직접 연주해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전시품 미리 보기
과르네리 요셉 과르네리우스 델제수(1698~1744)의 바이올린(사진). 스트라디바리와 비견할 만하다. 저음의 울림이 크고 힘 있는 소리가 나지만 전체적으로 섬세함이 느껴지는 음색. 그가 남긴 바이올린은 170대 정도로 매우 적다.
베르곤치 카를로 베르곤치(1683~1747)의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의 수제자로 공구와 수치, 디자인까지 이어받아 그의 바이올린은 스트라디바리의 수준에 이른다고 평가받는다.
마치니 마치니 조반니 파올로(1580~1630)의 바이올린. 투명하게 뻗어가는 음향 속에 우울하면서도 애절함이 깃든 감미로운 소리가 특징. 17세기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인 니콜라 코시미가 마치니의 바이올린을 사용했다고 한다.
스토리오니 스토리오니 로렌조(1751~1802)의 바이올린. 악기가 다소 길고 가운데가 넓은 것이 특징. 소리는 잘 뻗어나가고 힘이 있지만 감미로움과 애절함도 느껴진다.
문의 02-732-3121
베르곤치 카를로 베르곤치(1683~1747)의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의 수제자로 공구와 수치, 디자인까지 이어받아 그의 바이올린은 스트라디바리의 수준에 이른다고 평가받는다.
마치니 마치니 조반니 파올로(1580~1630)의 바이올린. 투명하게 뻗어가는 음향 속에 우울하면서도 애절함이 깃든 감미로운 소리가 특징. 17세기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인 니콜라 코시미가 마치니의 바이올린을 사용했다고 한다.
스토리오니 스토리오니 로렌조(1751~1802)의 바이올린. 악기가 다소 길고 가운데가 넓은 것이 특징. 소리는 잘 뻗어나가고 힘이 있지만 감미로움과 애절함도 느껴진다.
문의 02-732-3121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