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 고급화 바람
최근 분양하는 아파트의 주방 특화 경쟁도 고급화에 불을 지핀다. ‘ㄷ’자형 주방은 기본이고 주방 통창을 조성한 거실 같은 주방, 넓은 주방 팬트리 공간, 수입산 고급 주방가구 등이다. 아파트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주거문화 특성상 입주 당시 기본으로 설치된 주방가구를 그대로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한번 설치하면 최소 10년 이상 사용하기 때문에 아파트 공사 단계부터 주방가구를 세심하게 고른다.
가족 소통 공간으로 자리 잡아
실제로 지난해 9월 현대건설을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한 서울 반포주공1단지는 수입 주방가구로 화제가 됐다. 168㎡ 이상 아파트엔 시중 가격이 1억원이 넘는 독일산 최고급 주방가구 ‘불탑’을, 135㎡ 이하엔 이탈리아산 명품 주방가구 ‘보피’를 설치한다.
재건축 단지의 럭셔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강남권에서 분양하는 대부분의 단지는 수입 주방가구를 기본으로 적용한다. 최근엔 민간 임대 아파트에도 등장했다. 원건설이 충북 청주시 동남지구에서 분양 중인 ‘동남 힐데스하임 The와이드’ 주방엔 독일산 주방가구 ‘놀테’를 적용한다. 값이 비싸도 공간의 가치를 높여주는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수요자가 늘면서 수입 주방가구를 설치하는 단지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림 디움의 ‘휘핑 화이트 하이그로시’로 연출한 주방.
이에 따라 수입 브랜드가 전성시대를 맞았다. 지매틱·포겐폴·불탑·보피·알노·노빌리아·해커·놀테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전문으로 유통하는 업체가 주를 이루다 최근엔 넥시스(미노티쿠치네)·한화L&C(아리탈)·현대리바트(아란) 같은 회사가 이탈리아·독일 등지에서 고급 주방가구를 앞다퉈 들여왔다.

씨랩 키친은 소 비자의 취향을 반영한 맞춤형 인테리어로 주방을 시공한다.
주방가구의 소재와 색상도 다양해졌다. 백색가전 일색이던 주방가전이 메탈·블랙 등으로 색상이 어두워지고 빌트인 형태로 나오면서다. 최근엔 옅은 회색이나 짙은 파랑 같은 어두운 색상이 유행이다. 상부장과 하부장 중 하나만 흰색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어두운 색을 써 포인트를 주는 식이다. 투명한 유리 소재로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상부장이나 그릇장도 인기다. 식기와 소품을 수납하고 인테리어 효과도 크다.
어두운 색, 유리 소재 장 인기

LG하우시스는 인테리어 대리석 ‘마르모’를 사용한 고급스러운 주방을 제안한다.
싱크대 상판은 인조 대리석이나 콘크리트·스테인리스 같은 소재를 믹스매치하는 게 트렌드다. 대대적인 인테리어 공사가 부담된다면 인테리어 필름을 활용해 주방 수납장이나 몰딩 등을 세련되고 깔끔하게 바꿀 수 있다. 정승원 LG하우시스 표면소재사업부 책임은 “최근 주방 마감재로 콘크리트·벽돌·파이프 등을 소재로 한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이나 자연스러운 대리석 패턴이 유행”이라며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다면 밝은색을, 우아한 주방을 원한다면 어두운 색을 적절히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글=한진 기자 jinnylamp@joongang.co.kr, 사진=각 업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