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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다 클립 하나가 20만원에 팔리게 된 비결

중앙일보 2018.06.10 07:00
[더,오래] 김현호의 특허로 은퇴준비 (8)
명품 브랜드 프라다(PRADA)의 머니 클립. [사진 프라다]

명품 브랜드 프라다(PRADA)의 머니 클립. [사진 프라다]

 
클립은 흔히 볼 수 있는 문구 용품이다. 그런데 하나에 20만원이나 하는 클립이 있다. 명품 브랜드 프라다(PRADA)의 머니 클립이다. 이 머니 클립은 진짜 클립과 동일한 형상을 갖고 있다. 크기가 좀 더 클 뿐이다. 물론 프라다의 로고가 선명하게 박혀 있다.
 
아무도 사지 않을 것 같지만, 한정판인 이 제품은 출시되자마자 완판됐다고 한다. 바로 브랜드의 힘이다. 프라다의 머니 클립 디자인은 새로울 것이 전혀 없었지만, 프라다는 브랜드의 힘으로 판매할 수 있었다. 이처럼 때로는 상표가 디자인을 압도하는 힘을 갖는다.
 
산업 재산권 제도에서는 발명, 고안, 디자인, 상표에 대해 각각 독점권을 부여함으로써 권리자를 보호해 준다. 흥미로운 점은 발명은 고도한 기술적 창작이고, 고안은 기술적 창작이며, 디자인은 미적 창작으로서 그 보호의 가치를 갖는다. 반면 상표는 본질적으로 창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독점권이 인정된다. 상표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달린 이름으로 그 본질은 창작이 아니라 선택이다.
 
상표가 선택에 불과하다는 것을 다음의 예를 통해 보자. 대한민국의 대표 브랜드라고 하면 누구나 삼성을 떠올릴 것이다. 삼성이 만든 최초의 컬러 TV에 붙어있던 로고를 혹시 기억하는가? 별이 세 개 그려져 있었고 그 옆에는 ‘Tristar’ 라고 쓰여 있었다. 삼성이라는 단어의 본래 의미는 ‘세 개의 별’이다. 삼성 창업자는 세 개의 별을 의미하는 ‘삼성’이라는 단어를 자사 제품의 상표로 선택했다.
 
소비자 신뢰를 끌어내는 브랜드의 힘  
특허청은 삼성이라는 단어에 대해 다른 이들은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독점권을 부여했다. 이후 삼성은 자사 등록상표인 ‘삼성’이란 로고를 부착한 제품을 우수한 품질로 만들어 시장에 오랫동안 공급했다. 그 결과 삼성은 소비자의 높은 신뢰와 양질의 이미지를 축적했고, 지금 대한민국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이와 같은 축적된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는 강력하면서도 편리한 것이어서 소비자는 삼성의 로고가 붙어 있는 제품에 대해서는 사용해본 경험이 없어도 신뢰하고 쉽게 구매를 결정하게 된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 삼성전자 부스에서 관람객이 AI 8K 고화질 변환 기술이 적용된 QLED TV를 감상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 삼성전자 부스에서 관람객이 AI 8K 고화질 변환 기술이 적용된 QLED TV를 감상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과 같은 브랜드를 아무나 쉽게 키워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시장에 공급하고자 하는 사업자는 최소한 사업 초기부터 자신의 상표를 특허청에 반드시 등록해둬야 한다.
 
물론 사업할 때 특허도 중요하고 실제 특허권이 사업자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특허 없이도 사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 태어나면 누구에게나 이름을 지어주듯이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을 때는 반드시 이름을 지어 특허청에 등록을 해둬야 한다. 사업자에게 상표 등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주의할 점이 있다. 자신이 선택한 상표를 사용하기 전에 먼저 상표 등록을 받아두는 것이 안전하다. 그런데도 아직도 많은 사업자는 상표 등록을 하지 않고 일단 자신이 원하는 상표를 사용부터 한다. 이러한 경우 크게 두 가지 위험이 있다.
 
첫 번째는 상표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누군가가 먼저 상표 등록을 해뒀다면 의도치 않게 타인의 상표권을 침해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 경우 상표권 침해에 따른 법률적 책임을 질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사용해온 자신의 상표를 더는 사용하지 못하고 다른 상표로 바꿔야 할 수도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해온 상표가 부착된 상품이나 광고 전단을 모두 폐기해야 한다. 간판을 바꿔 달고 홈페이지를 수정해야 함은 물론 이전 상표를 통해 구축한 시장에서의 인지도와 신뢰를 모두 포기해야 한다.
 
두 번째 위험은 자신의 상표가 이후 시장에서 인지도를 갖게 된 경우 타인이 자신의 상표를 도용하는 것을 제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상표법 이외에 부정경쟁방지법을 통해 상표 도용 행위를 제재하는 시도를 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 자신의 상표가 시장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를 얻었는지 직접 입증해야만 한다.
 
이런 한계로 인해 상표 도용 행위에 대한 제재 가능 여부가 불확실하다. 따라서, 자신이 선택한 상표를 사용하기 전에 상표 출원을 하고 심사를 거쳐 상표 등록을 먼저 받아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국 버버리와 상표권 소송서 이긴 '버버리단팥빵'. [중앙포토]

영국 버버리와 상표권 소송서 이긴 '버버리단팥빵'. [중앙포토]

 
그런데 내가 선택한 상표를 특허청에서 무조건 등록을 해주지는 않는다. 소정의 요건을 갖춰야만 상표 심사를 통과해 상표 등록을 받을 수 있다. 이 요건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상표로서의 기본 자격을 갖춰야 하고, 두 번째는 내가 선택한 상표가 타인이 이미 선점한 상표가 아니어야 한다.
 
그럼 상표로서의 기본 자격이 무엇일까? 상표법상 상표는 자신의 상품을 타인의 상품과 구분해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 있어야 한다. 이를 자타상품 식별 기능이라고 한다. 통상적으로 선호되는 상표는 이와 같은 자타상품 식별 기능이 없거나 부족한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과 재배업자가 자신의 사과에 대해 ‘꿀사과’라는 상표를 등록받고 싶어도 특허청에서는 이를 거절한다. 이 사람이 선택한 상표는 그저 자신의 사과가 달고 맛있다는 설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반 수요자는 ‘꿀사과’를 특정인의 상표로서 인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는 상표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본다.
 
‘꿀사과’ 같은 식별력 없는 상표 문자는 독점권 인정 안 돼 
또 다른 예로 제빵업자가 자신의 식빵에 ‘쫄깃한 식빵’이라는 상표를 등록받기를 원한다고 해도 이 또한 거절될 것이다. 이처럼 상품의 품질, 성질, 기능 등을 설명하는 상표를 기술적 표장이라고 하며 기술적 표장은 상표 등록이 거절된다. 이 외에도 상품의 보통 명칭, 현저한 지리적 명칭, 간단하고 흔한 표장 등 상표의 식별력이 없는 경우에도 상표 등록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식별력 없는 경우라도 식별력 있는 도형, 이미지, 로고 등과 결합하면 전체로서 식별력을 인정받아 상표 등록을 받을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식별력 없는 ‘꿀사과’라는 문자 부분에 대해 독점권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타인이 등록 상표의 문자 이외의 부분을 생략하거나 바꾼 상태로 ‘꿀사과’라는 상표를 사용하는 것을 제재할 수는 없다. 상표 등록이 됐다고는 하지만 식별력이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독점권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고법민사2부는 디자이너 정연종씨(46)가 (주)호텔롯데를 상대로 낸 저작물 사용금지 가처분신청 항고심에서 '호텔롯데'는 현재 롯데월드 상징으로 삼고있는 너구리 '로티' 도안을 인쇄, 판매, 광고등에 사용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중앙포토]

서울고법민사2부는 디자이너 정연종씨(46)가 (주)호텔롯데를 상대로 낸 저작물 사용금지 가처분신청 항고심에서 '호텔롯데'는 현재 롯데월드 상징으로 삼고있는 너구리 '로티' 도안을 인쇄, 판매, 광고등에 사용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중앙포토]

 
상표가 식별력을 갖췄는지 아닌지는 상표 그 자체로써 판단이 가능하다. 그러나 타인이 선점한 출원 또는 등록한 상표인지 아닌지는 특허청에서 제공하는 상표 검색 사이트를 통해 검색해봐야 한다. 검색 결과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가 자신이 희망하는 상품에 대해 선출원 또는 선등록돼 있지 않다면 상표 출원을 해 선점하면 된다.
 
만약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가 타인에 의해 선등록돼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포기하고 다른 상표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그렇지 않다. 일단 선등록된 상표가 있다면 해당 상표가 실제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3년 이상 사용되지 않은 등록 상표는 취소 가능 
상표는 창작이 아닌 선택에 대해 독점권을 부여해주는 제도이기 때문에 상표권자는 등록 상표를 사용함으로써 산업 발전에 기여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상표가 등록된 이후 3년 이상 사용되지 않고 있다면 이는 상표권자가 상표 사용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인정된다. 이러한 상표는 불사용 취소 심판을 통해 취소시킬 수 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불사용 상표가 취소된 경우 이를 취소시킨 심판 청구인에게 상표권이 무조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가장 먼저 상표 출원을 한 자가 상표 등록을 받게 된다. 따라서 불사용 취소 심판 청구와 동시에 해당 상표에 대한 출원을 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상표권을 확보했다면 이제 자신의 상표에 수요자의 신뢰가 축적될 수 있도록 양질의 상품 또는 서비스를 시장에 제공하면 된다. 그 결과 당신의 상표가 높은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된다면 언젠가 프라다처럼 클립을 20만원에 판매할 날이 오지 않을까?
 
김현호 국제특허 맥 대표 변리사 itmsnm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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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호 김현호 국제특허 맥 대표 변리사 필진

[김현호의 특허로 은퇴준비] 15년간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지적재산권 창출, 보호, 활용을 도운 변리사. 변리사 연수원에서 변리사 대상 특허 실무를 지도했다. 지적재산은 특허로 내놓으면 평생 도움이 되는 소중한 노후자금이자, 내 가족을 위한 자산이 된다. 직장과 일상에서 떠올랐던 아이디어를 자신만의 특허로 내기 위한 방법을 안내한다. 특허를 내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도 알려준다. 아이디어 많으신 분들 특허부자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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