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장례 때 삼베 수의는 일제 잔재, 우리 조상은 쓰지 않았다

중앙일보 2018.06.09 15:01 종합 18면 지면보기
[더,오래]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9)
한 장례식장의 모습. [중앙포토]

한 장례식장의 모습. [중앙포토]

 
어느 대학 총장이 신축한 대학병원의 개원에 앞서 시설을 점검하기 위해 병원을 돌아보았다. 응급실에 들렀을 때다. 그의 생각엔 병원 규모와 비교하면 응급실이 너무 작았다. 병원 관계자에게 왜 이렇게 공간이 협소하냐고 물었더니 응급실은 의료수가가 낮아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음에는 장례식장에 갔는데 그곳은 또 너무 규모가 컸다. 총장이 다시 물었더니 그곳은 병원 수익에 크게 기여를 한다는 것이다. 총장은 병원을 신축한 목적이 환자를 치료하기 위함인가, 수익을 올리기 위함인가 물었다. 그랬더니 병원 관계자가 현행 의료수가가 잘못 책정된 탓이라고 변명했다.
 
병원에서 수익을 내는 두 가지 시설이 있다. 건강검진센터와 장례식장이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가정에서 임종을 맞이했으나 최근에는 10명 중 8명이 병원에서 임종한다. 이렇게 병원에서 임종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병원들은 부속시설로 장례식장을 하나둘 짓기 시작했다.
 
병원 임종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며 장례식장은 병원에 큰 수익을 올려주는 시설이 되었다. 환자 가족은 망자에 대한 보속으로 장례식만큼은 화려하게 치르려는 심리가 있다. 장례업자는 이런 심리를 상술에 이용한다. 사실 임종 환자를 위해선 화려한 장례식장보다 조용한 임종실이 필요하다. 그러나 수익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임종실은 없거나 있어도 규모가 작다.
 
변화하는 우리의 장례문화. [제작 현예슬]

변화하는 우리의 장례문화. [제작 현예슬]



장례식은 망자보다는 산 자를 위한 것이어야
장례식은 어찌 보면 살아있는 사람을 위한 것이지 망자를 위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죽은 사람 입장에서 보면 장례식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정철 선생도 일찍이 효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수천 년 전에 효도하는 법은 하나뿐이었다. 수만 년 후에도 효도하는 법도 하나뿐일 것이다. 살아 있을 때 해야 한다.”
 
2015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홍근 의원이 국정감사를 통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병원에서는 장례식장을 통해 꽤 많은 이익을 얻는다. 국립대병원이 운영하는 장례식장의 수익률은 37.7%에 달했다. 외부업체에 위탁 운영하는 서울대병원의 경우도 장례식장의 운영수익률이 38%였다. 가장 높은 곳은 경상대병원으로 수익률이 57%에 이르렀다. 거의 폭리를 취하고 있다.
 
장례예식은 허례허식이 많다.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도 있다. 수의가 그렇다. 수의는 우리 전통과는 거리가 먼 단어다. 민속학자들에 의하면 일제가 의례준칙을 통해 임의로 뜯어고친 예법을 우리 민족에게 강요하는 과정에서 변질한 용어가 수의라는 설명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삼베수의다. 일제는 죄수복을 상징하는 삼베로 짠 수의를 한국에 강제로 확산시켰다. 그 배경은 한국의 자원을 수탈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이렇게 절약한 비단은 일본으로 수출했다.


장례 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옷이 수의였던 우리 조상
요즘 한국의 장례 문화에는 우리 고유의 전통과 서양식이 뒤섞여 있다. 상복이 대표적이다. 일제 강점기와 근대화를 거치며 일부 변질된 것도 있다. [중앙포토]

요즘 한국의 장례 문화에는 우리 고유의 전통과 서양식이 뒤섞여 있다. 상복이 대표적이다. 일제 강점기와 근대화를 거치며 일부 변질된 것도 있다. [중앙포토]

 
그렇다면 우리 조상은 어떤 수의를 썼을까. 기록을 보면 관리는 관복을, 유학자는 하얀 심의를 입혔으며 여성은 혼례식에서 입었던 옷을 수의로 준비했다. 즉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옷을 입었다.
 
부고를 외부에 알려 조문객을 맞이하는 것도 재고할 일이다. 예부터 오신 손님을 어떻게 그냥 보낼 수 있냐는 생각에 음식을 대접하는데 이 비용이 장례비용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조문객의 부의금도 문제다. 망자는 일면식도 없는데 상주와의 인간관계상 마지못해 참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은퇴한 사람이 제일 고민하는 것이 바로 경조금이다.
 
지난달 LG 그룹의 구본무 회장의 가족장이 많은 점을 시사해준다. 구 회장은 가족의 상사로 여러 사람을 번거롭게 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 가족끼리 간소하게 수목장으로 장례를 마쳤다. 사실 장례는 고인을 추모하며 가족 간의 정을 나누는 기회다. 그런데 많은 사람을 객으로 맞이하다 보면 그런 시간을 갖기가 어렵다.
 
오래전 SK그룹의 최종현 회장이 화장을 선택하자 한국의 화장률이 단기간에 높이 올라갔다. 구본무 회장의 장례를 계기로 앞으로 수목장을 택하는 사례도 늘 것으로 전망한다. 그런데 자기 뜻을 가족들에게 평소 알려주지 않으면 임종을 맞이했을 때 자녀들이 장례업자의 상술에 휘둘릴 수가 있다. 가족 간에 분쟁이 있을 수도 있다.


장례식 치르지 말라고 유언한 고 공병우 박사
검소한 장례 문화에 대한 인식. [제작 현예슬]

검소한 장례 문화에 대한 인식. [제작 현예슬]

 
사전의료의향서를 준비하는 것처럼 자신의 장례에 관한 희망 사항도 미리 작성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사전장례의향서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포함될 수 있다. ▶장례는 가족장으로 간소하게 치르고 지인에게는 사후에 알린다 ▶수의 대신 평소 자주 입었던 옷을 입히고 염습은 하지 않는다 ▶수목장하거나 매장을 하되 봉이나 비석은 세우지 않는다.
 
실제로 1995년에 돌아가신 고 공병우 박사가 그랬다. 그는 “장례식을 치르지 말라. 유산은 맹인 복지를 위해 써 달라”라는 유언을 남겼다. 사람들은 장례가 끝난 뒤에야 공병우 박사의 부음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도 지인들은 전혀 서운하지 않았다. 돌아가실 때조차 본인이 모범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신의 사후를 미리 준비한다면 인생 2막을 살아가는데 별로 욕심부릴 일도 없다. 그게 우리가 얻는 소득이다.
 
백만기 아름다운인생학교 교장 manjoy@naver.com
 
관련기사
공유하기
백만기 백만기 아름다운인생학교 교장 필진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 누구나 한번은 겪게 되는 죽음. 죽어가는 사람의 소원은 무엇일까. 의외로 돈 많이 벌거나 높은 지위 오르거나 하는 세속적인 것이 아니다. 생을 살며 ‘조금만 더’ 하며 미뤘던 작은 것을 이루는 것이라고. 은퇴 후 인생 2막에서 여가, 봉사 등 의미 있는 삶을 산 사람이 죽음도 편하다고 한다. 노후준비엔 죽음에 대비하는 과정도 포함해야 하는 이유다. 은퇴전문가가 죽음에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는 방법과 알찬 은퇴 삶을 사는 노하우를 알려드린다.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