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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희의 교육 살롱]교육감 후보 공약을 꼼꼼히 봐야 하는 이유

중앙일보 2018.06.09 09:00
경기도의 한 일반고 2학년 A양은 아침 9시까지 학교에 갑니다. 하지만 서울의 한 일반고 2학년 B양은 오전 8시 10분까지 등교합니다. 같은 학년인데도 등교 시간이 1시간 가까이 차이 납니다. A양이 B양보다 늦게 학교에 가는 이유는 경기도교육청이 2014년 이후 시행 중인 '9시 등교제' 때문입니다. 경기도 내 초·중·고교 2345곳 중 98.8%(2316곳)에서 채택했습니다. 학생들이 아침에 잠을 더 자거나 여유 있게 밥을 먹고 학교에 다니게 하자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맞벌이 부모의 출근 등으로 자녀가 일찍 학교에 가길 원하는 가정에선 불편해하는 면도 있습니다.   
 
부산에선 올해부터 초등학교 시험에서 객관식 문항이 없어졌습니다. 여러 개의 보기 중에서 정답을 고르는 문제 유형을 없애고, 서술형·논술형으로 바꿨습니다. 주입·암기식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력·사고력을 기르도록 돕자는 취지입니다. 서울 중학교에서도 올해 22곳이 시범학교로 선정돼 서술형 시험과 수행평가 같은 ‘과정 중심 평가’를 확대합니다. 하지만 서술형 시험과 수행평가의 준비가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지역별로 등교 시간이나 평가 방식에 차이가 있는 것은 해당 지역 교육감의 결정 때문입니다. 교육감은 중앙부처인 교육부의 권한과 정책을 위임받아 집행합니다. 대입제도를 제외한 유치원과 초·중·고 등 교육현장에 끼치는 영향력이 막강합니다.
지난 4일 서울시교육감 후보자 토론회가 열린 서울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조희연(왼쪽부터), 박선영, 조영달 후보가 손을 잡고 있다. [뉴시스]

지난 4일 서울시교육감 후보자 토론회가 열린 서울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조희연(왼쪽부터), 박선영, 조영달 후보가 손을 잡고 있다. [뉴시스]

막강한 권한과 달리 교육감 선거는 ‘깜깜이’로 치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6·1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유권자들의 관심은 시들합니다. 유권자 누구에게나 교육감 투표권이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이도 있습니다. 정치적 중립 차원에서 교육감 선거에선 정당 공천이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유권자도 있습니다. 
 
올해 선거는 이렇다 할 정책 이슈가 없다 보니 ‘역대급 깜깜이 선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2014년 교육감 선거에선 ‘무상 급식’ ‘혁신 학교’ 등을 둘러싸고 후보자 간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던 것과는 많이 다른 모습입니다. 교육에 별 관심이 없는 유권자들은 자칫 누가 출마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아무나 ‘찍는’ 식으로 투표하게 될 우려도 있습니다. 
6일 서울역에 '6·13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소가 설치됐다. [연합뉴스]

6일 서울역에 '6·13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소가 설치됐다. [연합뉴스]

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은 왜 저조할까요. 유권자들이 교육감의 역할과 권한에 대해 잘 모르는 점도 작용합니다. 교육감은 학교 현장에서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학교와 교육의 미래가 교육감의 손에 달린 것이죠.
 
교육감은 등교 시간이나 시험방식뿐 아니라 수업방식에도 관여할 수 있습니다. 학원 운영 시간을 오후 10시로 제한할지 말지, 일요일이나 공휴일에 학원을 열도록 허용할지 금지할지도 교육감이 결정할 수 있습니다. 미세먼지를 막기 위해 교실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할지 결정하는 것도 교육감입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학원 휴일 휴무제' 도입을 주장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학생들이 주말에도 학원에 가는 현실을 '다람쥐 쳇바퀴'로 표현했다. [중앙포토]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학원 휴일 휴무제' 도입을 주장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학생들이 주말에도 학원에 가는 현실을 '다람쥐 쳇바퀴'로 표현했다. [중앙포토]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는 외국어고(외고) 등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문제도 교육감이 마음먹기에 달렸습니다.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2014년 당선 이후 외고·자사고 폐지를 밀어붙였습니다. 학생·학부모의 반발에 부딪혀 폐지를 강행하진 않았지만, 서울지역 자사고의 학생 선발권은 줄어든 상황입니다. 2013년도에 학생을 뽑을 때까지는 중학교 내신 성적 50% 이내에서 추첨했지만, 2014년부터는 성적과 관계없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으니까요.
 
이번 선거에서도 조희연 서울교육감 후보는 외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중도인 조영달 후보는 외고·자사고를 폐지하지 않고 선발 방식을 추첨제로 바꾸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보수로 분류되는 박선영 후보는 외고·특목고를 유지하고, 혁신학교를 축소하는 한편 서울 고교 배정 방식을 학생이 선택할 수 있게 바꾸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교육감은 예산권과 인사권도 가지고 있습니다. 17개 시도교육청의 예산은 60조원에 달하고, 교사는 37만명에 이릅니다. 이런 예산권과 인사권을 토대로 교육감은 학교 현장의 교육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올해 선발되는 교육감의 권한은 이전보다 더욱 커집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방자치 강화를 약속했고 교육부는 권한 중 상당한 부분을 시·도 교육청으로 이양하고 있습니다. 
 
교육감 선거까지 아직 나흘의 시간이 남았습니다. 후보자들의 공약을 꼼꼼히 검토해보고, 교육을 맡길 만한 후보자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아이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받기를 희망한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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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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