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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열쇠 안 도청장치? 美, 정상회담 앞두고 "中스파이 막아라"

중앙일보 2018.06.09 02:34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중국 스파이를 막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고 미 NBC방송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이 정상회담 기간 중 회담이 열리는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 주변에 대규모 정보원들을 배치하고, 정상회담과 관련된 정보를 얻기 위해 최첨단 도·감청 기기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 정보 당국자는 NBC와의 인터뷰에서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최신 스파이들의 전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선정된 싱가포르 센토사섬 내 카펠라 호텔. [뉴스1]

12일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선정된 싱가포르 센토사섬 내 카펠라 호텔. [뉴스1]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도·감청이다. 미국은 중국이 점점 더 정교해지는 정보 기술을 이용해 호텔 열쇠에서부터 미국인 방문객에게 제공되는 선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건에 도청 장치를 설치해 정보를 빼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중국에 다녀온 미국의 한 고위 당국자는 호텔 방에 들어갈 때마다 카드식 열쇠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여러 번 교체를 해야 했다. 이후 문제가 된 카드 열쇠를 미국으로 가져와 점검한 결과 안에 마이크가 삽입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미국은 중국이 싱가포르 내 음식점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을 매수, 고객들의 대화를 엿들어 중국 정보 당국에 전달하는 현지 정보원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
 
꺼진 휴대전화에도 침투..배터리 제거하라 
 
이에 따라 미국 측은 일단 회담에 앞서 회담 장소인 카펠라 호텔 내 도청 장치 소탕 작전에 나선다. 별도로 회담장 안에 텐트를 설치해 회담 현장에 설치되었을 수 있는 몰래 카메라를 막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특히 중국 정보기관들의 휴대전화 도·감청에 대비해 보안이 필요한 대화를 나눌 경우 휴대전화를 끄라는 지침이 정부 관계자들에게 전해졌다. NBC에 따르면 중국이 꺼진 휴대전화의 정보에도 침투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최근에는 배터리까지 제거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중국 측은 지난 몇 년간 감시 능력을 확대하는 데 힘써왔으며 실제로 관련 기술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미국 측은 파악하고 있다. 미국 국가방첩·안보센터(NCSC)의 딘 보이드 대변인은 “중국은 공격적인 스파이 행위자이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갈수록 정교한 기술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용’ 휴대전화도 위험 
 
앞서 미국과 중국 정상의 만남에서도 정보 유출 문제가 여러 번 불거졌다.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마라라고 회담을 앞두고 백악관 관계자들은 중국 측의 첩보 수집에 대한 특별 브리핑을 받아야 했다. 회담이 끝난 후에는 정보 당국이 모든 참가자들의 휴대전화를 수거해 보안 점검을 했다. 
보안카메라가 설치된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 입구에서 외신기자들이 취재를 하고 있다. [뉴스1]

보안카메라가 설치된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 입구에서 외신기자들이 취재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는 미국 대표단 관계자들이 외출한 사이 누군가 호텔에 들어와 소지품을 뒤진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방중 기간 중 중국이 ‘우정의 핀’이라며 참가자들에게 핀을 선물했으나, 도·감청에 이용될 것을 우려한 미국 대표단은 아무도 핀을 옷에 달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안 장치가 달린 휴대전화를 사용하라는 전문가들의 권유를 무시하고 도청과 위치 추적에 쉽게 노출되는 일반 스마트폰을 통화와 트위터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도 전문가들의 우려를 높이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 출신 인사는 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측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은 회담장에서 사람들이 어떤 대화를 나누며,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하는 것”이라며 보안 문제에 철저히 대응할 것을 미 정부에 촉구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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