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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라야 행복하다

중앙선데이 2018.06.09 02:00 587호 27면 지면보기
an die Musik: ‘Stand by Your Man’
 
프랑스 가수 카를라 브루니의 음반 ‘French Touch’

프랑스 가수 카를라 브루니의 음반 ‘French Touch’

소박하고 쉬운 가사의 팝송 ‘스탠 바이 유어 맨(Stand by Your Man)’은 세계적으로 히트했다. 나도 어린 시절부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그 노래를 수도 없이 들었다. 그런데 가수 이름을 지금까지도 모른다. 대신 그 노래를 사용한 영화의 한 장면은 또렷하게 기억한다. ‘블루스 브라더스’라는 영화다.  
 
브라더스는 밴드 보컬인데, 검은 옷·검은 모자·검은 안경을 썼다. 앞뒤의 스토리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찌어찌해서 웨스턴풍 극장식 주점에서 노래를 부른다. 그런데 무슨 노래를 해도 손님들의 술병이 무대로 날아든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무대 앞에는 튼튼한 철망이 쳐져 있으니까. 그 주점은 무대로 술병을 집어던지며 세상사 온갖 울화를 푸는 곳이었다.   
 
그래도 술병이 계속 날아오면 옷이 젖으니까 대책이 필요하다. 브라더스는 손님들 면면을 휘 둘러보고는 회심의 카드를 꺼낸다. “Stand by Your Man.”
 
손님 대부분은 저녁 먹고 나들이 나온 동네 부부, 애인들이었다. “당신의 남자 곁에 있어 주세요. 매달릴 수 있게 두 팔을 벌려주세요~.” 노래가 흐르자 분위기가 진정되기 시작했다. 커플들은 새삼스럽게 마주보고, 술잔을 부딪치고, 뽀뽀를 했다. 날아오는 술병도 점점 줄었다. 그 때 카메라가 한 사내를 비췄다. 혼자 온 친구였다. 달달한 노래를 듣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그는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얼굴로 차가운 맥주를 들이켰다. 그 모습은 폭소를 유발하는 동시에 가슴 한 구석을 찡하게 했다.  
 
그 올드 팝이 최근 종영한 TV드라마에서 수시로 흘러나왔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다. 노래에 이끌려 몇 번 드라마를 봤다. 손예진의 직장 이야기가 한 줄기를 이루고 김창완이 등장해 관심을 끌었지만, 결국은 친구의 남동생과 친구의 누나가 사랑에 빠지는 달콤한 이야기다.  
 
손예진과 정해인이 우산을 쓰고 걸을 때 ‘Stand by Your Man’이 조용히 흐른다. 그런데 노래는 오리지널 버전이 아니다. 이탈리아 태생의 프랑스 가수 카를라 브루니가 최근에 부른 것이다. 브루니는 1940~90년대의 팝송을 다시 불러 ‘프렌치 터치(French Touch)’라는 음반을 냈는데 여기에 이 곡이 실려 있다. 그녀는 짙은 허스키로 읊조리듯 노래한다. ‘프랑스풍’이 어떤 느낌인지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면 알 수 있다.  
 
오리지널 버전을 부른 가수 이름을 모르듯 카를라 브루니도 최근에야 알게 됐다. 친구가 새로 장만한 여러 쌍의 풀 레인지 스피커들을 번갈아 들려주는 스피커 콘서트를 열었는데 거기서 브루니의 ‘더 위너 테익스 잇 올(The Winner Takes it All)’을 듣고 탁 꽂혔다. 그녀는 어쿠스틱 기타를 직접 치며 노래했다.  
 
브루니는 가진 게 많다. 부자에 미모, 재능까지. 그것들도 보통 수준이 아니다. 거대기업의 상속녀에 세계적 모델, 프랑스 최우수 여성 아티스트니까. 권력도 가졌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그녀 남편이다. 띠 동갑에 키도 작은 사르코지의 어떤 점에 끌렸을까. “난 핵무기를 좌지우지 할 정도의 권력을 가진 남자를 원하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는데, 그녀가 마지막으로 원한 것은 정치권력이었던 모양이다.
 
이쯤 되면 LP 한 장쯤은 챙겨 둘 만하다. ‘예쁜 누나’ 탓에 국내에서 ‘French Touch’는 LP는 고사하고 CD도 보기 힘들다. 이베이에 주문해서 열흘 만에 독일에서 LP가 도착했다. 그녀의 허스키는 LP에서 더욱 진하다. 그런데 노래를 듣자마자 생각나는 것은 역시 그 사내다. 블루스 브라더스의 노래를 듣고 눈물 글썽이던 친구. 나를 웃프게 한 남자. 혼자는 외롭다. 둘이 있어야 좋다. “Stand by Your Man.” ●
 
글 최정동 기자 choi.jeongd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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