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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나 대신 당당한 나를 꿈꾸다

중앙선데이 2018.06.09 02:00 587호 6면 지면보기
2018 상반기 서점가 베스트셀러 결산
당당하게 살아라, 그리고 위로 받아라-.  
 
올 상반기 서점가는 이 두 가지 키워드가 지배했다. 4일 인터넷 서점 예스24와 교보문고가 발표한 ‘2018 상반기 결산’(1월 1일~5월 31일)’에서 정문정의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일상에서 갑자기 선을 넘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단호하면서도 센스 있게 대응하는 법을 알려주는 이 책은 의사 표현이 미숙하거나 거절의 기술이 부족한 독자들의 심리를 파고 들었다.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비슷한 류의 책들이 줄을 이었다. 마크 맨슨의 『신경 끄기의 기술』이 4위, 김수현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가 8위를 차지했다. 두 책 모두 자신을 1순위로 두라는 메시지를 제목에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이는 한때 자기계발서가 출판계의 대세였던 것과도 차이를 보여 준다. 10년 전인 2008년의 경우 『더 시크릿』을 비롯해 『꿈꾸는 다락방』『마시멜로 이야기』『무지개 원리』 등 성공하려면 스스로를 단련하고 변화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도서들이 인기를 끌었다. 이에 대해 예스24 측은 “이제는 나를 바꾸려는 노력보다 타인과의 적당한 거리 두기로 나를 지키겠다는 기조가 앞선다”고 분석했다. 특히 올 초부터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졌고, 재벌 총수 일가의 갑질 등이 공개되며 ‘더 이상 불합리·부조리를 참지않겠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  
 
‘당당하게 살기’의 흐름은 기존 가족 시스템에 대한 반기로까지 확장됐다. 지난해 나온 소설 『82년생 김지영』이후 올 상반기에만『며느라기』『며느리사표』『B급 며느리』가 연이어 나온 것. ‘시월드’라는 가부장적 문화에서 불합리한 역할을 수행했던 며느리들의 적나라한 현실 고발이 여성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처럼 단단한 껍데기를 만들라는 책들 사이에서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책 한 권이 유독 눈길을 끌었다. 곰돌이 푸 캐릭터들의 인생 교훈을 담은 『곰돌이 푸, 행복은 매일 있어』는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4위, 예스24 5위를 차지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곰돌이 푸의 책에 나오는 구절과 일러스트 등이 바이럴 되면서 특히 여성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인기에 힘입어 나온 후속작 『곰돌이 푸,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역시 베스트셀러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아이돌 스타가 쓰거나 소개한 ‘아이돌셀러’의 파워는 특히 강력했다. 당장 이번 주만 해도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가 출간 2년 만에 온라인 서점 알라딘 주간 종합 1위(4일 기준)에 오르며 역주행했다. 방탄소년단의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轉)-Tear’가 이 책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들의 막강한 팬덤 ‘아미’가 대량 구매에 나선 것. 하루 300~400부씩 소진되면서 태영호의 『3층 서기실의 암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고양이』 등을 제치고 맨 꼭대기에 올랐다.  
 
지난 3월에는 그룹 ‘레드벨벳’ 멤버 아이린이 팬미팅에서 『82년생 김지영』을 언급하면서 한주 간 판매량이 직전 동기 대비 172.3%나 오르기도 했다(예스24 기준). 또 그룹 ‘워너원’의 활동사진과 인터뷰가 수록된 포토 에세이집 『우리 기억 잃어버리지 않게』는 4월 예약 판매 시작과 동시에 주간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단숨에 꿰찼다. 예스24에서만 약 1만5000부가 판매되며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에서도 13위를 기록했다. ●  
 
글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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