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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모산에 박혀있는 돌, 달에서 날아온 ‘운석’이라고?

중앙선데이 2018.06.09 00:02 587호 10면 지면보기
김병환 세종대 교수가 서울 대모산 정상 부근에서 발견한 돌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달 운석으로 밝혀졌다며 돌의 절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신인섭 기자]

김병환 세종대 교수가 서울 대모산 정상 부근에서 발견한 돌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달 운석으로 밝혀졌다며 돌의 절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신인섭 기자]

7일 서울 강남구 대모산 정상 부근. 김병환(57) 세종대 전자정보통신공학과 교수가 한 지점을 가리켰다. "여기서 달 운석이 무더기로 나왔습니다.” 기자가 "달 운석이요?”라고 묻자 그는 "달의 지표면에 거대한 운석이 충돌할 때 생기는 파편이 달의 중력에서 우주로 벗어난 뒤 지구 궤도로 들어와 떨어진 운석”이라고 답했다. 바로 옆엔 군부대 출입을 통제하는 철제 울타리가 쳐져 있다.
 

자료 발표한 김병환 세종대 교수
1년여 동안 수집하고 성분 분석
NASA의 달 화강석 샘플과 비교
“비중·성분 달 운석 맞다” 주장

전 세계 공인된 달 운석 339개뿐
1g에 100만원 넘는 값에 거래
지질자원연구원 “믿기 힘든 주장”

"대류권을 통과한 돌이 벌겋게 달궈져 대모산에 충돌하면서 땅에 박혔어요. 저기 보세요. 밋밋한 표면의 돌 보이죠? 달 운석과 충돌하면서 운석의 힘에 밀려 나타난 흔적이에요.” 현재는 평평하면서 움푹 들어간 지면만으로 보였으나 달 운석이 100개 이상 박혀 있던 것을 수집해 집으로 가져왔다고 했다.
 
주말이면 수천 명의 등산객이 찾고, 매일 매일 강남구 일원동·대치동·개포동 주민들이 산보하는 이곳에 달 운석이 있다고?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달 운석은 한마디로 ‘로또’라고 불린다. 국제운석학회 사이트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전 세계의 운석은 총 5만 9079개인데 이 가운데 달 운석은 339개(0.6%)에 불과할 정도로 희귀하다. 달이 외부와 충돌할 때 달 지표에서 떨어져 나온 암석 등이 다시 지구에 들어와야 하므로 발생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그동안 발견 지점은 남극 등 극지역이나 사막이었다. 이러다보니 운석 매매 사이트에선 달 운석(이름 NWA8682, 무게 1.14g)의 가격이 1140달러(121만여원)에 거래된다. 1g이 1000달러인 셈이다.  이런 게  대모산에서 무더기로 나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세종대 부설 우주물질연구소장이다. 그는 연구소 명의로 ‘국내 최초 달 운석 공개’라는 제목의 자료를 7일 발표했다. 그의 말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소를 찾아갔다. 서울 광진구에 있는 이 대학 연구소의 문을 열자 바닥과 책상 등엔 온통 돌이 놓여 있었다. 대모산 부근 아파트에서 살던 그가 2016년 12월부터 1년 여 동안 정상 부근에서 발견한 것이다. 현재 수집된 달 운석은 모두 167개이고 무게는 628㎏이다. 2017년 5월엔 돌의 일부를 절단해 광물 분석회사인 ㈜아프로R&D에서 엑스선형광분석기(XRF)로 성분을 분석했다. 그간 분석한 결과를 모아 이번에 발표한 것이다.
 
김 교수는 절단된 면이 시커멓게 보이는 화강암을 들었다. 절단된 면이 9㎝ 정도 됐다. 그는 "어두운 면을 보면 장석 평판 사이에 3㎜ 이하의 흰 쇄설암이 섞여 있다. 지구 암석에서 흰 쇄설암 크기는 평균 1㎝가 넘지만 달 운석의 경우 그 크기가 5㎜ 이하다. 전형적인 달 운석의 특정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손에 들고 있는 돌의 무게는 약 2㎏.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21억여원(g당 1000달러로 계산)짜리 돌을 들고 있는 셈이다.
 
달 운석은 그 수가 얼마 안 되는 탓에 운석이 떨어지는 것을 본 사람이 쫓아가서 발굴한 사례는 거의 없다. 남극대륙이나 모로코 등 사하라 사막 등에서 발굴된 돌의 성분을 분석한 뒤 미국 아폴로 우주선 등 달 탐사선이 가져온 달 암석 등 광물과 비교해 달 운석으로 판정한다. 김 교수는 미 항공우주국(NASA)가 가져온 달 화강석(NASA 샘플번호 12013)과 전 세계 화강석 2485종의 평균 구성비와 비교하여 대모산 달 운석을 확인했다고 한다.
 
김 교수는 "전 세계의 평균적인 화강암의 함량과 비교하면 대모산 달 운석은 산화칼슘·산화마그네슘·산화알루미늄·이산화티타님·오산화인 등의 성분은 아주 적으며, NASA가 가져온 달 화강석의 비중과는 매우 같다”고 말했다. 또한 산정상에 크레이터가 없이 석영으로 이루어진 돌(실리카 다형체)도 달 운석이라고 주장했다.
 
대모산

대모산

현재 한국에서 발견되는 돌이 운석으로 공식적으로 등록되려면 대전 유성에 있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을 거쳐야 한다. 2014년 3월 진주에서 운석 4개가 발견된 뒤 이를 매입하려는 정부와 이걸 싼 값에 팔지 않으려는 운석 소유자 간 갈등이 벌어진 뒤 정부가 운석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이에 따라 연구원 내 운석신고센터가 2015년 만들어져 운석을 감정 평가하고 있다. 김 교수는 "달 운석들은 국제운석학회에 등록하고 내 운석신고센터에 신고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주장에 대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운석신고센터 김태훈 박사는 "주로 사막이나 남극에서 발견되는 달 운석이 대모산에서 나왔다는 주장 자체를 받아 들이기 힘들다. 실물을 직접 보고, 성분분석한 결과를 따져보기 전에 단정적으로 말하기 힘드나 전 세계적으로 달 운석이 몇 개 안 된단다는 사실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모산 돌의 성분 분석을 한 관계자도 "운석인지는 몰랐고 성분 분석만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조만간 자신이 찾아낸 대모산 달 운석 실물과 분석 결과를 공개하는 공개 발표회를 열기로 했다. 또 국내외 운석 전문가들에게 이번에 발견된 돌들을 연구 차원에서 무료로 소량 제공하고, 공개 토론도 하려는 계획도 내놨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운석은 해외로 가져가 팔 수도 없고, 워낙 무게가 많이 나가 값어치가 엄청나 국내인에게 팔 수도 없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운석에 대한 연구가 더 활발하게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이메일 주소(kbwhan@sejong.ac.kr)로 문의 가능.
 
강홍준 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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