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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년 백제 패망 전 나무 위로 올라간 두꺼비 수 만 마리

중앙일보 2018.06.08 15:01
[더,오래] 송의호의 온고지신 우리문화(24)
돈관 스님이 수집한 국내외 두꺼비 형상과 수석. 모두 수백 개에 이른다. [사진 송의호]

돈관 스님이 수집한 국내외 두꺼비 형상과 수석. 모두 수백 개에 이른다. [사진 송의호]

 
대한불교 조계종 제10교구 본사인 영천 은해사의 주지 돈관 스님은 이색 수집가이기도 하다. 스님이 거처하는 은해사 우향각(雨香閣)에 들어서면 벽 한쪽에 각종 두꺼비 형상이 진열돼 있다. 
 
러시아 전통 인형 마트료시카처럼 겹겹이 들어가는 두꺼비. [사진 송의호]

러시아 전통 인형 마트료시카처럼 겹겹이 들어가는 두꺼비. [사진 송의호]

 
나무나 쇠붙이로 만든 두꺼비가 있는가 하면 옥 또는 자기로 만든 두꺼비가 있고 러시아 전통 마트료시카처럼 큰 두꺼비 속에 몇 개가 겹겹이 들어가는 것도 있다. 하이힐에 왕관을 쓴 이탈리아 두꺼비는 패션을 뽐낸다. 두꺼비 형상을 한 수석도 여럿이다.
 
지난 초파일을 앞두고 스님을 만난 조원경 목사는 두꺼비 컬렉션에 하나를 보탰다. 해체한 전통 가옥 지붕에서 발견돼 수년간 간직해 온 황금색 석재 두꺼비다. 범상치 않은 게 한눈에 봐도 문화재급이다. 스님은 목사의 두꺼비 선물을 받으면서 “두꺼비가 두꺼비 집으로 왔다”며 새 식구를 반겼다.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하이힐을 신고 왕관을 쓴 두꺼비. [사진 송의호]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하이힐을 신고 왕관을 쓴 두꺼비. [사진 송의호]

 
교회가 건넨 두꺼비 선물은 벌써 세 마리째. 진로소주가 한때 기념으로 만든 두꺼비와 입에 문 막대를 등에 대고 긁으면 울음소리가 나는 목각 두꺼비도 이곳으로 왔다. 벽면에는 매월당 김시습의 시에 두꺼비를 큼직하게 그린 서화도 걸려 있다.
 
이슬 내리면 얼굴 내미는 향나무 속 황금 두꺼비
조원경 목사(왼쪽)가 돈관 스님에게 황금 두꺼비 형상을 선물하고 있다. [사진 송의호]

조원경 목사(왼쪽)가 돈관 스님에게 황금 두꺼비 형상을 선물하고 있다. [사진 송의호]

 
돈관 스님은 “두꺼비는 불교에서 불법을 수호하는 호법신장(護法神將)”이라며 “민간에서도 오래전부터 ‘영험한 동물’로 여겼다”고 수집 배경을 설명했다. ‘떡두꺼비’란 말에는 자손 번창의 뜻이 담겨 있고 어렸을 적에 누구나 한번은 불렀을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 게, 새집 다오”에는 재화를 축원하는 의미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스님은 두꺼비 형상만 모으는 게 아니다. 살아 있는 두꺼비를 ‘키우고’ 보존한다. 은해사 종무소 앞에는 수령 450여 년인 보호수 향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향나무 속에 황금색 두꺼비가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슬이 내리면 한 번씩 모습을 드러내는 ‘황금 두꺼비’다.
 
그뿐만 아니다. 스님은 전국 최대 두꺼비 산란지인 대구 수성구 욱수동 망월지의 지킴이다. 망월지 바로 옆에 들어선 불광사란 절을 이끌어가는 회주(會主) 스님이기 때문이다. 해마다 2월 중순에서 3월 초면 두꺼비들은 서식지 욱수골에서 산란지인 망월지로 내려온다.
 
3000마리가량이 이동해 300쌍 정도가 산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란한 두꺼비 알은 초파일 무렵 부화해 200만∼300만 마리 아기 두꺼비가 욱수골로 대이동 하는 장관을 연출한다. 불광사는 그 시기에 맞춰 아기 두꺼비를 보호‧보존하는 욱수골생명축제를 열고 있다. 스님이 ‘두꺼비 조상’으로 불리는 까닭이다. 망월지는 2010년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꼭 지켜야 할 자연유산’으로 선정됐다.
 
대구 망월지에서 부화된 아기 두꺼비들이 서식지 욱수골로 이동하는 모습. [사진 대구경북녹색연합 제공]

대구 망월지에서 부화된 아기 두꺼비들이 서식지 욱수골로 이동하는 모습. [사진 대구경북녹색연합 제공]

 
『삼국사기』에도 이와는 다르지만 두꺼비 대이동 기록이 나온다. “…사비 강에 큰 고기가 나와서 죽었는데 길이가 무려 세 길이나 됐다. 성 안 우물은 핏빛으로 변했다. 두꺼비 수만 마리가 나무 위로 기어올랐고 사람들은 놀라 달아났다.” 660년 백제가 나당연합군에 패망하기 직전이다.
 
불길한 사태 알려주는 전령사 역할 
두꺼비가 대재앙이나 불길한 사태를 알려주는 전령사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는 최근에도 있었다. 2008년 8만여 명의 생명을 앗아간 중국 쓰촨(四川) 성에서 규모 7.0 대지진이 발생하기 며칠 전 두꺼비 떼가 이동했다.
 
일부 과학자는 동물이 지진 발생 전에 나타나는 초음파와 온도 변화를 섬세하게 지각하기 때문에 지진에 민감하다고 주장한다. 지진이 빈발하는 요즘 두꺼비의 예지력은 새로운 관심으로 다가온다.
 
송의호 대구한의대 교수, 중앙일보 객원기자 yeeh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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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의호 송의호 대구한의대 교수ㆍ중앙일보 객원기자 필진

[송의호의 온고지신 우리문화] 은퇴하면 많은 일이 기다리고 있다. 그중에는 문중 일도 있다. 회갑을 지나면 가장을 넘어 누구나 한 집안의 어른이자 문중을 이끄는 역할을 준다. 바쁜 현직에 매이느라 한동안 밀쳐 둔 우리 것,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져 보려고 한다. 우리의 근본부터 전통문화, 관혼상제 등에 담긴 아름다운 정신, 잘못 알고 있는 상식 등을 그때그때 사례별로 정리할 예정이다. 또 영국의 신사, 일본의 사무라이에 견줄 만한 우리 문화의 정수인 선비의 정신세계와 그들의 삶을 한 사람씩 들여다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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