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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1조에 경영진 물갈이…중국 ZTE '굴욕의 합의문'

중앙일보 2018.06.08 08:41
폐업 위기에 처한 중국 통신업체 ZTE(중싱통신)가 구사일생의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
 

로스, 10억 달러 벌금 등 합의내용 공표
추가 위반시 더욱 혹독한 제재도 가능
미 의회가 제동…화웨이도 유탄 가능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인 CNBC에 출연해 ZTE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기로 미 정부와 ZTE가 합의했다고 밝혔다.
 
ZTE가 10억 달러 벌금을 포함하는 굴욕적인 합의안에 서명하고 회생의 길을 선택했다. [AP=연합뉴스]

ZTE가 10억 달러 벌금을 포함하는 굴욕적인 합의안에 서명하고 회생의 길을 선택했다. [AP=연합뉴스]

ZTE는 ‘미 기업과 7년간 거래 금지’ 제재를 면하기 위해 미 정부에 벌금 10억 달러(약 1조700억원)를 납부하고, 추가로 4억 달러를 보증금 성격으로 결제대금계좌(에스크로)로 예치해야 한다는 것이 합의된 사항이다. ZTE의 추가 위반사항이 발생할 경우 4억 달러는 몰수된다.
 
또 ZTE 경영진과 이사회를 30일 이내에 교체하고, 미 정부가 미측 인력으로 구성된 컴프라이언스 팀을 선발해 ZTE내에 배치하도록 했다.  
 
컴플라이언스 팀은 ZTE내의 법규 준수여부 등을 살피면서 회사 경영진은 물론 미 상무부에도 보고서를 올려야 한다. 이들에 대한 보수는 ZTE 측에서 지급한다. ZTE 입장에서는 문닫을 위기에 처한 회사를 살리기 위해 ‘굴욕’에 가까운 합의서에 서명한 셈이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 [AP=연합뉴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 [AP=연합뉴스]

 
로스 장관은 이 같은 합의에 대해 “매우 엄격한 합의이며, ZTE뿐 아니라 다른 잠재적 ‘나쁜 행위자’들에 대해서도 매우 좋은 억지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ZTE 측이 이번 합의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으면 우리는 여전히 다시 문을 닫게 할 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ZTE가 추가로 위반할 경우 10년간 미국기업과 거래하지 못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ZTE는 2012년 1월부터 2016년 3월까지 미국 기업들로부터 구매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이란 전기통신사업자인 TIC에 공급해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 ZTE는 통신장비와 스마트폰을 제재대상국인 북한에도 판매한 혐의를 받았다.  
 
결국 지난해 11억8000만 달러의 벌금과 고위 임원 4명 해고, 35명에 대한 상여금 삭감 혹은 견책 등의 징계를 하기로 상무부와 합의했다. 그러나 ZTE가 35명에 대해 징계조치를 취하지 않자 미 상무부는 지난 4월 미국 기업과 ‘7년간 거래 금지’라는 초강력 제재에 처했다.
 
ZTE는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반도체와 통신장비의 주요 부품을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만큼 7년간 거래금지는 회사문을 닫으라는 명령과 같았다. 중국내 고용된 근로자 수 또한 엄청나 미ㆍ중 무역 협상에서도 하나의 옵션으로 거론됐던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고용인원을 거론하며 ZTE 회생을 옹호하는 트위터를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가야할 길이 만만치 않다. 미 의회가 즉각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ZTE 뿐 아니라 중국 선두업체인 화웨이까지 ‘유탄’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이날 ZTE 제재 해제를 차단하는 초당적 법안을 제출하고, 민주당의 상원 사령탑인 척 슈머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톰 코튼(공화)ㆍ크리스 밴 홀런(민주) 상원의원은 이날 ZTE에 대한 제재 해제 합의를 무력화하고 제재를 원상 복구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 수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수정안에는 정부 부처와 기관이 ZTE 제품은 물론 세계 1위 통신장비업체인 중국 화웨이의 통신장비도 구매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척 슈머 의원.[중앙포토]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척 슈머 의원.[중앙포토]

슈머 원내대표는 “의회의 양당은 이들 기업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기보다 이들을 혹독히 다루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고 여야 단합을 강조했다.
 
미 의회는 그동안 중국 통신업체들의 공격적인 미국 진출에 경계감과 우려를 드러내왔다. 공화당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중국 통신업체들의 장비가 간첩 행위에 이용된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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