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빛 좋은 개살구’ 남북 경협주 …대부분 적자 중소기업, 빚내 개인이 투자

중앙일보 2018.06.07 17:47
대부분 적자에 시가총액 3000억원이 안 되는 중소형 종목. 
 

한국거래소 ‘남북 경협 테마주 관련 주요 특징 분석’
전체 주가 제자리, 남북 경협주는 2배 뛰어
지난해 평균 138억원 적자, 중소기업 대부분
다음주 북미 정상회담 이후 급등락 위험

한국거래소 분석으로 드러난 남북 경제협력 테마 종목의 특징이다. 한국거래소가 ‘남북 경협 테마주 관련 주요 특징 분석’ 보고서를 7일 내놨다. 올해 1월 2일부터 지난달 15일까지 남북 경협 테마주로 거론된 63개 종목(코스피 29개, 코스닥 34개)을 분석했다. 
 
지난 1월 2일 주가를 지수 100으로 봤을 때 지난달 15일 남북 경협 테마주의 값은 207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코스닥 시장 전체 지수는 100에서 101로 1% 오르는 데 그쳤지만 남북 경협 테마주는 2배 이상 뛰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 경협주가 급등했다. 사진은 2013년 9월 개성공단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는 모습. [연합뉴스]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 경협주가 급등했다. 사진은 2013년 9월 개성공단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는 모습. [연합뉴스]

 
강이양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부 팀장은 “남북 경협 테마주는 연초 이후 남북 관계의 진전에 따라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해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 급등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오른 주가 만큼 남북 경협 관련 기업이 내실을 갖췄을까. 한국거래소 분석 결과는 그렇지 않다. 남북 경협 테마 기업 한 곳당 시가총액은 평균 2073억원이다. 전체 주식시장 종목 1개사의 시가총액 평균(8934억원)과 비교해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남북 경협 테마주로 거론된 기업 대부분이 중소형주였다.  
 
남북 경협 테마 종목의 평균 영업이익은 지난해 결산 기준 98억원이다. 시장 전체 평균(682억원)의 14.4% 수준에 불과했다. 남북 경협주의 당기순이익은 평균 138억원 적자다. 국내 상장사가 평균 56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으로 대부분 남북 경협 테마주가 적자 기업이었다는 얘기다.
 
남북 경협 테마주 주가 동향. 1월 1일 지수 100 기준. 시장 전체는 코스피ㆍ코스닥 시장 포함. 단위 : 포인트 [자료 한국거래소]

남북 경협 테마주 주가 동향. 1월 1일 지수 100 기준. 시장 전체는 코스피ㆍ코스닥 시장 포함. 단위 : 포인트 [자료 한국거래소]

 
남북 경협 테마주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 쏠림 현상은 심했다. 남북 경협 테마주의 개인 투자자 비중은 89.0%로 시장 평균(78.8%)보다 높았다. 남북 경협주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는 7.8%, 기관 투자가는 2.6%에 그쳤다.  
 
문제는 또 있다. 빚을 내(신용융자) 남북 경협주에 투자하는 비율이 높았다. 남북 경협 테마주의 신용융자 비중은 9.5%로 시장 평균(6.05%)을 웃돌았다. 다만 공매도(없는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다음 주식을 사서 갚는 투자 방식) 비중은 남북 경협주(4.6%)가 시장 전체 평균(6.0%)보다 낮았다.  
 
공매도 비중이 낮은 이유에 대해 한국거래소는 ▶공매도 투자가 어려운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고 ▶공매도가 용이한 기관 투자가의 참여가 적으며 ▶경협 테마주의 경우 주식 대차(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리는 것) 물량이 적은 중소형주가 대부분이며 ▶주가가 기대 심리에 따라 상승 추세에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들었다.
 
 
오는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경협주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만날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오는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경협주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만날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남북 경협주의 또 다른 특징은 두드러지는 변동성이다. 비교 기간(올 1월 2일~5월 15일) 시가총액 최고가와 최저가를 비교한 주가 변동률에서 남북 경협 테마주는 110.6%를 기록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평균 변동률이 10.1%인 것과 비교해 10배 넘는 변동성을 나타냈다.
 
남북 경협주는 주가 변동률이 높고 중소형주, 적자 기업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2017년 대통령 선거 테마주와 닮았다. 대선 테마 종목은 대선 직후인 지난해 5월 11일부터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오는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경협 테마주의 주가는 또 들썩이는 중이다. 이에 대해 강이양 팀장은 “남북 테마주 특성상 대기업보다는 중소형 기업이 테마주로 편성되는 경향이 있고, 이에 따라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과도하게 주가가 상승하고 이후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며 “막연한 수익률 상승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투자하기보다는 실제 남북 경협 수혜 종목인지, 기업 실적이 뒷받침될 수 있는지 등을 신중하게 판단하고 투자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