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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무차입 공매도 없다더니…구멍난 감독 시스템

중앙일보 2018.06.07 15:34 경제 2면 지면보기
조현숙 경제부 기자

조현숙 경제부 기자

“무차입 공매도는 없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김학수 상임위원은 지난달 28일 ‘주식 매매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내 무차입 공매도 발생 사례와 규모에 대한 질문에 답하면서다. 
 
일주일 만인 4일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에서 무차입 공매도 사고가 났다. 골드만삭스는 주식을 빌려두지 않은 상태(무차입)에서 60억원 규모 공매도 주문을 냈다. 뒤늦게 주식 결제 과정에서 이런 사실이 드러났다. 
 
외국계 금융사가 법에서 금지한 무차입 공매도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인터넷 주식 게시판은 개인 투자자의 '분노 글'로 벌집이 됐다. 
골드만삭스. [중앙포토]

골드만삭스. [중앙포토]

 
사흘 만에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골드만삭스 사건과 관련한 청원만 30건 넘게 올라왔다. 
 
공매도는 없는(공) 주식을 빌려서 판(매도) 다음 다시 주식을 사서 갚는 투자 방식이다. 주가가 하락해야 이익이 난다. 공매도로 돈을 버는 금융사가 있다면, 주식 가치가 떨어져 손해를 봐야 하는 투자자도 있다. 그래서 일반 거래보다 더 신중하게, 엄격하게 다뤄야 하는 제도다. 
 
이런 까닭에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가가 폭락하자 2008~2009년 국내 주식시장에서 한시적으로 공매도 자체를 금지했다. 지금까지도 주식을 빌리지 않은 상태(무차입)에서 공매도 주문을 내는 건 불법이다.
 
그래픽=김회룡·박경민 기자 aseokim@joongang.co.kr

그래픽=김회룡·박경민 기자 aseokim@joongang.co.kr

골드만삭스 사건을 계기로 주먹구구식이었던 공매도 거래 시스템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금융 당국은 공매도 주문 전에 주식을 제대로 빌려놨는지, 빌린 주식의 양이 공매도 주문량과 맞아떨어지는지 확인하는 일(주식 대차 확정)을 해당 금융사가 알아서 하도록 맡겨뒀다. 
 
금융사 계좌를 당국에서 실시간으로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골드만삭스 사건도 만약 결제일 이전에 주식 물량을 제대로 다시 채워뒀다면 아무도 모르고 지날 수 있었다. 비슷한 일이 전에도 없었을까. 의혹은 커졌다.
 
어찌 보면 삼성증권 ‘유령 주식’ 사건보다 더 심각한 일이다. 삼성증권 사태는 배당 지급 시스템, 그것도 우리사주 배당 시스템이란 한정된 영역에서 난 사고다. 
 
공매도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무시 못 할 비중으로 성장해 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공매도 시장에서 하루 평균 5762억원어치 주식이 거래됐다(한국거래소 공매도 종합 포털).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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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코스피 시장에서 공매도 거래 비중은 7.0%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전체 주식 거래량이 늘어나며 이 비율은 5.5%로 줄긴 했지만 전체적인 추세는 ‘상승’이다.  
 
시장 규모는 커졌는데 금융 당국의 관리ㆍ감독은 공매도 하루 거래량이 수십, 수백억원 수준이었던 과거에 머물러 있다. 당국이 내놓은 대책인 과징금 부과, 처벌만으로는 안 된다. 
 
주식시장에서 점점 영역을 넓혀가는 공매도 시스템을 투명성ㆍ공정성을 높일 대수술이 필요하다. 당국은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공매도 폐지론을 ‘구더기 무섭다고 장을 담그지 못하게 해서야 되겠냐’는 논리로만 반박해선 안 된다. ‘구더기가 들끓을 바에야 장을 버리라’는 개인 투자자가 항변이 현실이 되게 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경제부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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