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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분배·일자리에 악영향

중앙일보 2018.06.07 01:25 종합 29면 지면보기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내년 1월부터 일부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 앞서 지난해 6월 올해 최저임금을 전년 대비 16.8% 오른 7530원으로 결정한 후 최저임금위원회를 중심으로 산입 범위, 지역별·업종별 최저임금의 차등화 등 최저임금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 노동계의 반발 속에 노사합의 없이 최저임금의 산입 범위의 일부만 조정된 점은 매우 아쉽다.
 

최저임금법 개정안 국회 통과
민주노총 총파업 등 노동계 반발
급격한 임금인상 충격 완화 기대
최저임금 제도 개선방안 찾아야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10% 이상 오른다면 지속적인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의 충격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겠지만, 재계의 반응은 그렇게 뜨겁지 않다.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연봉 2500만 원 이하 근로자가 제외되고, 주휴수당이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조가 있는 대기업은 상여금을 매월 지급하도록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을 바꿔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 총파업 투쟁을 선언했고, 양대 노총이 사회적 대화기구 탈퇴 등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법의 도입 취지,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할 때 국민적 지지를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재의 산입 범위 기준에서는 2016년 기준으로 정기 상여금과 복리 후생비를 합친 연봉이 6000만원을 넘는 근로자 5만1000명이 최저임금법의 목적인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받는 대상자가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대기업 근로자와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 격차가 더 확대돼 양극화가 심화하는 등 최저임금법의 목적인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이 오히려 저해되는 측면이 있다. 올해 1분기 대기업 임금인상률이 중소기업의 3배 이상이었다.
 
시론 6/7

시론 6/7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보면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 공약으로 대표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따른 일자리 성적표는 초라하다. 3개월 연속 일자리 증가 폭이 10만 명 선이다. 이는 긍정적 고용 상황으로 볼 수 있는 30만 명과는 한참 차이가 있다. 좋은 일자리인 제조업 상용직 일자리가  감소하고,  실업률과 청년실업률은 떨어지지 않고. 체감실업률도 지속해서 오르고 있다. 올해 3월부터 상용직 증가 폭이 두 달 연속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 1분기 불황 및 폐업으로 직장을 잃은 고용보험 상실자가 5년 내 최대 규모였다.  주당 평균 취업시간도 줄고 있으며, 취업 포기자가 1년 전보다 10%가량 늘었다. 올해 1분기 소득분배는  최하위 20%의 소득이 급감하고 최상위 20%는 월 1000만원을 넘어서는 등 지표 작성 이후 최악으로 나빠졌다. 정부 관계자는 인구구조의 변화, 중국 관광객의 감소 등을 요인으로 들고 있으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분배 악화 및 일자리 부진의 주요한 원인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일단은 높아진 노동비용으로 고용이 줄어든다. 높아진 임금 수준 때문에 실업자가 늘어난다. 3조원의 고용안정자금과 우호적인 대외 여건 덕분에 올해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렸지만, 고용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은 상당 부분 완화됐다고 볼 수 있다.
 
정부의 바람대로 6월에 추경이 집행되고 근로시간 단축이 7월부터 시행되면 일자리 상황이 좋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에 의존해 소득 주도 성장을 할 수 있는 여건과 가능성에 대해 지금 시점에서 냉정히 평가해 봐야 한다.
 
기업은 기존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신규 채용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한다. 무인점포, 고객 직접 주문 기계가 늘어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도소매·음식업의 취업자는 작년 12월 이후 감소세이고, 4월에는 9만 명 가까이 줄었다. 많은 아파트 단지들이 경비원의 휴게 시간을 줄였고, 몇 년째 등록금이 동결된 대학에서는 조교나 근로학생들의 근무시간을 최저임금 인상 폭만큼 줄였다. 최저임금이 높아졌지만, 일자리가 없거나 임금수준이 올라가지 않는다면 소득주도 성장은 실현될 수 없다
 
한국을 100회 이상 방문한 세계적 석학인 기 소르망은 최저 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한국은 국제경쟁력을 잃고 한국제품은 세계시장에서 쫓겨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어수봉 전임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주휴수당 등을 포함하면 풀타임 근로자의 시급은 이미 1만원을 넘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은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하고 최저임금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할 방안도 지속해서 찾아야 한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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