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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100년 전엔 라듐을 화장품처럼 바르기도

중앙일보 2018.06.07 00:39 종합 19면 지면보기
X선 촬영

X선 촬영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에너지를 띤 방사선의 존재가 발견된 건 19세기 말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방사선은 신비로운 존재였긴 하지만, 그 위험성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시작은 X선이었다.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의 빌헬름 뢴트겐(1845~1923) 교수가 1895년 암실에서 진공 방전관에 전류를 흘리는 실험을 하다 방사선의 존재를 우연히 발견했다. 이 방사선은 나무와 같은 물질을 뚫고 지나가는 투과력이 있고, 거울이나 렌즈에서도 쉽게 반사나 굴절을 일으키지 않았다. 발생지점과 형광판 사이에 손을 넣으면 손 그림자 안쪽으로 뼈까지 볼 수 있었다(사진). 뢴트겐 교수는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방사선을 ‘X선’이라 이름 지었다. 신비의 X선은 당연히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뢴트겐은 X선, 퀴리는 라듐 발견
당시엔 방사성 원소 위험성 몰라

뢴트겐

뢴트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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뢴트겐의 바통을 이어받은 사람은 프랑스의 물리학자 앙리 베크렐(1852~1908)이었다. X선 발견 소식을 들은 베크렐은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는 인광체도 X선을 만들어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1896년 초, 베크렐은 우라늄 화합물의 일종인 인광염으로 실험을 했다. 인광염이 담긴 접시 밑에 두껍고 까만 종이로 조심스럽게 싼 사진 건판을 뒀다. 시간이 흐른 뒤 사진 건판을 싼 종이를 풀어보니 사진 건판이 강한 빛에 노출된 것처럼 뿌옇게 변한 것을 알게 됐다. 방사성 물질의 존재를 처음으로 확인한 순간이었다.
 
퀴리 부부는 방사성 동위원소 라듐과 폴로늄을 발견, 190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중앙포토]

퀴리 부부는 방사성 동위원소 라듐과 폴로늄을 발견, 190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중앙포토]

두 사람의 발견을 한 단계 발전시킨 사람이 퀴리 부인으로 잘 알려진 마리 퀴리(1867~1934)다. 남편 피에르 퀴리와 함께 프랑스에서 방사능 연구를 해 1898년 최초의 방사성 원소인 폴로늄과 라듐을 발견했다.
 
당시 퀴리 부인은 방사성 원소의 치명적 위험성을 알지 못했다. 어둠 속에서도 빛을 뿜어내는 라듐을 침대 머리맡에 두고 잠을 자기까지 했다. 당시 프랑스 파리 사람들은 어둠 속에서도 스스로 빛을 내는 라듐에 열광했다. 젊은 아가씨들은 어둠 속에서도 미소를 보낼 수 있다며 손톱·입술·치아에 바르기도 했다.
 
장병욱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책임연구원은 “방사선의 영향으로 퀴리 부인은 물론 그와 같은 연구를 한 딸 역시 백혈병으로 숨졌다” 며 “이후에도 수많은 사람이 빈혈과 골수암 등에 걸려 죽고 난 뒤인 1930년대가 되어서야 방사성 물질의 위험성이 인정됐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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