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국 공세에 한국 전기차 배터리 방전 위기

중앙일보 2018.06.07 00:02 경제 1면 지면보기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가장 도전적인 경쟁자는 (업계 1위인) 일본 파나소닉이 아니라 중국 컨템퍼러리암페렉스테크놀로지(CATL)입니다.”
 

중 정부, 한국산 달면 보조금 안 줘
LG화학·삼성SDI 등 점유율 하락
반면 BYD·CATL 기술력 끌어올려

BMW·벤츠 잇따라 중국 제품 채택
“국가 산업적 측면서 경쟁력 키워야”

지난달 17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주최한 ‘모빌리티의 미래’ 포럼에서 김명환 LG화학 사장이 언급한 말이다. 그의 전망대로 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가 한국 제조사를 따라잡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의 행정부가 ‘한국산 배터리 고사 작전’을 펼치면서 벌어진 일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1~4월)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1만5786.8MWh)은 지난해 같은 기간(8731.7MWh)보다 배 가까이 성장했다(80.8%). 문제는 늘어난 분량을 대부분 중국 업체가 독식한다는 점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국내 최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LG화학은 같은 기간 세계 순위가 2위(13.8%·2017년)에서 4위(10.6%·2018년)로 하락했다. 김명환 사장 말대로 CATL이 LG화학을 추월했다(7.2→14.4%·2위). LG화학을 추월한 또 다른 업체도 중국 기업인 BYD였다(7.1→11.0%·3위).
 
전기차 배터리를 제조하는 한국 3사 분위기는 모두 비슷하다. 삼성SDI (6.8→5.6%)는 시장점유율이 1.2%포인트 감소했고, 지난해 7위권이던 SK이노베이션도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이 기간 SK이노베이션(1.5%)을 제치고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린 기업도 대부분 중국 기업(궈쉬안·완샹)이다.
 
한국을 제치고 중국 배터리 기업이 약진한 건 세계 전기차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자국 시장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이를 탑재한 차량 판매량이 증가할수록 출하량도 증가한다. 예컨대 GM이 전기차 볼트EV를 많이 팔수록 LG화학도 배터리 출하량이 증가하는 식이다.
 
지난해 중국 내 전기차 보급이 크게 확산했지만 3개 한국 배터리 기업은 중국에서 거의 판매하지 못했다. 중국 공업신식화부가 2016년 12월부터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중국 시판 전기차 가격에서 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가량이다.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전기차는 소비자 가격이 너무 비싸 사실상 전기차를 팔 수 없는 구조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자국 배터리 업체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애초부터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노골적으로 조장했다”며 “자국 산업 육성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고 해석했다.
 
한국 기업 손발을 묶어 버린 사이에 중국 배터리 제조사는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CATL의 전기차 배터리는 15분 충전에 300㎞ 주행이 가능하고, 15년 동안 1만5000번을 충전할 수 있을 정도로 내구성이 향상됐다. 중국 자동차 제조사에서 전기차 배터리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하자 BMW·메르세데스-벤츠·폴크스바겐·닛산자동차·혼다자동차도 줄줄이 중국산 배터리를 채택했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테크노시스템리서치는 “올해 사상 최초로 CATL(19%)이 파나소닉(15.5%)을 누르고 전기차 배터리 업계 1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해 대비 올해 1~4월 파나소닉(31.4→21.1%)과 PEVE(6.9→3.8%) 등 일본산 배터리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한국보다 더 크게 하락했다. CATL 등 5개 중국산 배터리 제조사 출하량이 같은 기간 125~544% 성장한 것과 극명히 대조된다.
 
중국 정부가 한국산 배터리를 계속 견제하는 한 이런 분위기는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22일에도 중국 정부는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한 둥펑르노·둥펑웨다기아의 전기차를 모두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이 중국 현지에 설립한 배터리 공장은 아직 가동률이 정상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김주철 KOTRA 중국지역본부 창사무역관장은 “중국은 이미 2009년부터 전기차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면서 자국을 글로벌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키웠고, 이 과정에서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증가하자 정부가 앞장서서 국가동력배터리혁신센터를 세워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며 “한국도 국가 산업 측면에서 차세대 산업을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