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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이 간다] 대구랑 강남도 ‘격전지’라고? … 한국당 “까딱없다”지만

중앙일보 2018.06.06 00:02 종합 23면 지면보기
강민석의 정치속으로
‘보수 불패’ 지역은 지금

북·미회담에다 ‘깜깜이 선거’
한국당 내심 불안 고조
“당일 10~15% 휘청거릴 수도”

대구시장 한국-민주 오차범위
민주 임대윤 “샤이 민주 많아”
한국 권영진도 “위기 맞다”

강남구-송파을도 민주 강세
민주당 앞선 여론조사 이례적
여당선 “지금 수치 의미 없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유세를 덮친 ‘경적시위’는 ‘장소’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 지난 5월31일 부산 해운대구 좌동시장 앞. 홍 대표가 유세차에 오르자 지나가는 차량에서 “빠방” “빠아아앙~”하는 소리가 울렸다. 홍 대표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서울 ‘강북’에 가면 저런 차가 많은데, 여기에도 이런 차들이 있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또 “빠~앙”하는 무심한 경적소리가 유세를 강타했다.
 
6월 2일. 홍 대표는 서울 강남구 대치역 부근 은마종합상가 앞에 다시 섰다.
 
“빵, 빵, 빵”, “빠앙”…. 강북이 아니라 강남에서 접한 경적음에 홍 대표가 의아하다는 듯이 주변에 말했다.
 
“먹고 살만한 (강남)사람들이, 왜 저렇게 선거유세를 방해하냐?”  
 
다른 곳도 아닌, ‘보수 불패’라는 부산과 서울 강남에서 벌어진 일이다.
 
사실 부산은 이미 2016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5석을 확보해 더 이상 ‘보수 불패’라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강남은 사정이 다르다. 대구와 함께 단 한 번도 격전지로 분류된 적이 없는 곳이다.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찮다. 여론조사를 보면 대구마저 비상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① 대구, 이번에도 ‘보수의 성지’일까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대구는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20%를 겨우 넘긴 21.7%를 득표했다. 홍준표 후보는 45.3%로 문 후보를 더블스코어 이상 앞섰다. 그런데 매일신문과 TBC가 리서치 앤 리서치에 의뢰해 5월31~6월1일 여론조사를 했더니 중앙무대에는 무명에 가까운 민주당 임대윤 후보가 29.6%, 한국당 권영진 후보가 34.4%로 나타났다. 두 후보의 격차가 4.8%포인트, 오차범위 이내였다.
 
4일 오전 11시. 수화기 너머 임 후보의 목소리가 자신만만했다.
 
여론조사 격차가 오차범위다.
“앞으로 더 좁혀질 거다.”
 
한국당은 ‘샤이 보수’의 존재를 들어 여론조사를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대구에는 샤이 보수가 아니라 ‘샤이 민주’가 있다. 여기선 아직까지 우리가 ‘집권 야당’이다. 대구에서 민주당 지지한다고 엄지척 하는 사람은 2030세대밖에 없다. 하지만 40대나 50대에도 ‘샤이 엄지척’은 많다. 그런 분들이 신뢰할만한 언론사의 1대1 면담 여론조사에서 속마음을 털어놓는 거다.”
 
대구는 아직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이 강하지 않나.
“60대 이상에 아직 애연해 하는 분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그런데도 박빙인 이유는.
“대구가 보수의 성지라 주장하는 분들이 계시지만, 소수의 큰 목소리일 뿐이다. 다수는 대구가 아프다는 걸 느끼고, 마음 깊숙이 바뀌어야 한다는 바람이 있다. 남북경제공동체나 항구적 평화 구축이란 바람(風) 속에 그 바람(希)이 도출되어 나오는 것이다.”
 
임 후보는 민주당계 정당의 후보로만 대구에서 세 번 총선에 낙선한 ‘노무현과’다. 실제 노무현 전 대통령과 1990년 ‘꼬마민주당’에서 함께 정치를 했다. 97년 대선 당시 신한국당이 민주당을 흡수하면서 한때 한나라당 당적으로 대구 동구청장에 두 번 당선된 적도 있다. 하지만 2004년 한나라당을 탈당, 2007년 노무현 대통령비서실 사회조정1비서관을 지냈다.
 
한국당 권영진 후보는 한나라당 ‘미래연대’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천막당사 운동을 주도한 야당 쇄신파의 간판 의원이었다. 4년 전 대구로 낙향해 민주당 김부겸 후보를 꺾고 시장에 당선됐다.
 
권 후보는 지난달 31일 유세 도중 장애인단체 회원인 중년 여성에게 밀려 넘어져 꼬리뼈를 다쳤다. 불의의 사고가 예기치 않은 논란거리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4일 “권 후보 상처는 꼬리뼈 골절(뼈가 부러짐)이 아니라 ‘골좌상’(骨挫傷·멍든 상처)”이라고 주장하면서 ‘할리우드 액션’ 의혹을 제기한 날 권 후보와 통화가 연결됐다.
 
선거 판세가 어떤가.
“병원에 있어서…. 죄송하다. 내일 통화하자.”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선거운동도 중단한 상태였다.
 
아직도 불편한가?
“(‘하’하고 한숨 쉰 뒤) 저도 꼬리뼈를 처음 다쳐봤는데. 아이고, 말도 못하고 죽겠습니다.”
 
다음날(5일) 권 후보와 다시 통화했다. 진통제를 맞고 아침 출근길 인사에 나갔다가 이동하는 중이라고 했다.
 
의사단체가 성명을 내서 의혹을 제기했다.
“아니, 이 중요한 시간에 할리우드 액션을 해서 전치 3주 상처를 입고, 선거운동도 안 하는 바보 같은 후보가 어딨나. 인도주의의사협의회라면 정치개입보다 환자의 고통을 먼저 생각해야 인도주의 아닌가? 사람 병을 고치는 의사인지, 정치 의사인지, 제가 다 안타깝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어떻게 보나.
“격차가 좁혀진 건 사실이다. 있는 그대로 본다. 지금의 민심을 반영하는 결과다. 일각에선 민주당 지지자가 많이 응답했다고도 하지만 그것 자체가 달라진 민심이다. 우리당은 더 절박하게 운동해야한다.”
 
여론조사를 못 믿겠다고 하는 당과는 접근이 다르다.
“아침 인사를 하면서 명함을 주다 보면 4년 전에는 보지 못했던 젊은 층의 노골적인 반감들을 보게 된다. 양복 입고 ‘권영진입니다’라고 하면 반가워하는데, (한국당 당색인) 빨간 점퍼 입고 다가가면 거리를 둔다. 한국당 지지자들은 여론조사에 소극적, 민주당은 적극적인 게 투표장까지 이어지면 사실은 위기다.”
 
권 후보는 담담히 상황을 ‘위기’라고 진단했다. 대구시장 선거에 나선 한국당 후보 입에서 ‘위기’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다.
 
②친노-친문, 서울강남에 상륙할까
 
서울 강남벨트도 사정이 비슷하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 친노-친문 핵심인사를 일제히 공천해 ‘강남상륙작전’에 나섰다. 서울 강남구청장 정순균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인수위원회 대변인과 국정홍보처장, 문재인 후보 언론고문을 지냈다. 검사 출신의 박성수 송파구청장 후보 역시 노무현 정부 청와대 법무비서관, 문재인 후보 캠프 법률지원단장 출신이다. 송파을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최재성 후보는 슬로건 자체가 ‘문 대통령의 복심’이다. MBC PD수첩 작가 출신인 서초구청장 이정근 후보는 신(新)문 인사다.
 
한국당은 강남구청장에 기획예산처 국장을 지낸 정통 경제관료 출신 장영철 후보를 공천했다. 서초·송파구청장은 모두 현직 구청장들이다. 서초구 조은희 후보는 김대중 정부 청와대에서 행사기획·문화관광비서관을 지낸 뒤 오세훈 서울시장 아래서 정무부시장을 지냈다. 박춘희 송파구청장 후보는 이혼 후 분식점을 하면서 생계를 꾸리다 38세에 사법시험 준비를 시작해 ‘9전10기’ 끝에 49세 최고령으로 합격한 입지전적 스토리를 갖고 있다. MBC 아나운서 출신 송파을 배현진 후보까지 강남구청장 후보를 빼고는 모두 여성을 공천한 것이 특징이다. 바른미래당은 강남구에 판사 출신 김상채 후보, 서초구에 서울시의원 출신 김용석 후보, 송파구에 도시문제연구소장 전익정 후보, 송파을에는 앵커출신 박종진 후보를 냈다.
 
강남 역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뉴시스가 리서치뷰에 의뢰한 조사에서 민주당 정순균 후보는 45.5%로 한국당 장영철 후보(31.3%)를 14.2%포인트 앞섰다. 송파을 보궐선거에선 민주당 최재성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는 서울 강남구에서 35.3%, 서초구에서 36.4%를 득표해 1위를 했다. 심상정 후보도 강남-서초구에서 각각 5% 중반을 득표했다. 이른바 ‘강남좌파’라는 말이 있다. 대선 결과만 보면 강남-서초에 사는 진보 표는 40% 정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지역 홍준표-안철수-유승민 후보의 대선 득표율을 합치면 60%에 이른다.
 
그렇다 해도 최근 분위기가 많이 바뀐 건 사실이다. 2016년 총선 때 민주당 후보로 강남 상륙에 성공한 전현희 의원(강남을)은 “2년 전 만 해도 주민들이 ‘어디 감히 민주당이 이곳에 왔느냐’고 해 울면서 선거운동을 했다”며 “지금은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저만해도 여론조사에서는 20%포인트 차로 지다가 8%포인트 이겼는데, 민주당 후보가 이기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나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③대구-강남 선거 진짜 변수 … 6·12 북·미정상회담
 
분위기가 달라지긴 했어도 실제 투표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말은 민주당에서도 쉽게 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선거대책본부장인 이춘석 사무총장은 5일 브리핑에서 “강남지역은 보수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지금 수치는 의미 없다”고 말했다.
 
거센 도전에 직면한 한국당도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인정하지만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선거대책본부장인 홍문표 사무총장은 통화에서 “대구시장은 까딱없다. 강남, 서초, 송파도 다 괜찮다”고 했다.
 
그렇다고 위기의식이 없는 건 아니다. 홍 총장이 털어놓은 진짜 고민은 6·12 북·미정상회담이란 신종 북풍(北風)에 있었다.
 
“참 속상한 게, (국민이) 월드컵을 모른다. 6월 14일 날 개막하는데 지방에선 아무도 몰라요. 하도 북풍(北風)을 몰아쳐서 월드컵을 하는지도 모르고 있는 거다. 선거도 그냥 13일 날 투표라는 것만 안다. ‘누구 찍으렵니까’하면 ‘가서 보자’고 한다. 집권당은 모르면 그냥 1번 찍으라는 것 아니냐. 정책이 어떻구 그거 안 하고, 홍보를 그렇게 한다. 언제 언론이 김정은 보도 쉰 날이 있나. 이미자 노래 부르듯 한 거 아닌가? 완전히 깜깜이 선거가 됐다. 이게 진짜 큰일이다.”
 
대구 북갑 의원인 정태옥 한국당 선대위 대변인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예전과 대구 현지의 분위기가 다르긴 해도 시장의 경우 지금 현재는 실제로 15% 정도는 앞서 있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엄청난 변수가 바로 북·미정상회담”이라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북·미회담으로 13일 선거 당일 10~15%는 정도는 여론조사 앞선 지역이 휘청일 수 있다”며 “가령 대구에서 15% 정도 이기고 있다 해도 북·미회담의 영향권 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라고 했다.
 
통상적인 선거라면 분위기가 아무리 달라졌다고 해도 대구나 강남벨트라면 결국에는 수성(守城)해낼 것이라고 자신하겠지만, 처음 겪는 선거 하루 전날의 북·미정상회담은 그 파괴력을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는 데 한국당의 고민이 있다. 태풍 매미급의 초대형 변수가 싱가포르에서부터 엄청난 풍속으로 북상하고 있는 걸 알면서 가만히 지켜보는 수밖에 없기에 더욱 답답한듯했다.
 
강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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