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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기자판기가 아니다"…여성들이 해바라기씨 던진 이유는

중앙일보 2018.06.03 18:19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임신 중단 합법화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낙태죄 위헌결정 등을 촉구하며 임신 7주차 배아의 크기와 비슷한 7㎜ 크기의 해바라기씨 초콜릿을 하늘로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임신 중단 합법화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낙태죄 위헌결정 등을 촉구하며 임신 7주차 배아의 크기와 비슷한 7㎜ 크기의 해바라기씨 초콜릿을 하늘로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3일 오후 서울 종각역 보신각 앞에 모인 여성들이 7㎜ 크기의 해바라기씨 초콜릿을 하늘로 던지며 외쳤다. "이것보다 내 인생이 중요해! 내가 그 생명이다!" 7㎜ 크기의 해바라기씨는 임신 7주차일 때 배아 크기와 비슷하다. 여성들은 "이 7㎜가 국가는 한 인간의 몸보다, 인생보다, 생식권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임신중절(낙태) 합법화를 요구하는 여성들의 모임 '비웨이브(B WAVE)'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촉구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수백 명의 여성이 참석했다. 비웨이브는 임신중단 합법화를 촉구하며 2016년부터 총 12차례 집회를 주도해왔다.
 
현행법상 한국에서 여성의 낙태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형법 제269조 제1항)을 받는다. 2012년 헌법재판소는 “태아는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생명권을 존중해야 한다”며 낙태죄를 합헌 결정했다. 이후 지난달 24일 6년 만에 낙태죄 위헌 여부를 가리는 헌법소헌심판의 공개변론이 열렸다.  
 
이날 집회는 지난달 헌법재판소에서 공개변론이 있고난 뒤 처음 열린 집회였다. 수백 명의 여성들이 검은색 옷을 입고 보신각 앞에 모였다. 비웨이브 측은 "6년 만에 열린 낙태죄 위헌 공방에 또 다시 합헌 결정이 나오면 여성들은 앞으로 또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며 헌재의 낙태죄 위헌 판결을 촉구했다.  
 
이어 "많은 논쟁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태아의 삶을 앗아간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임신과 출산에는 위험 부담이 따르며 이 과정에서 생명을 잃는 여성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며 "삶을 담보로 여성에게 출산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세포가 생명이면 암세포도 생명이다""여성인권 덮어놓고 출생률을 통제마라""MY BODY MY CHOICE(나의 몸 나의 선택)" 등의 구호를 외치며 화답했다.
 
무더위를 피해 참가자들은 미리 설치한 천막 그늘 아래 모였다. 주최 측은 참가자와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나는 아기자판기가 아니다. 나는 사람이다"라고 적힌 유인물을 배포하기도 했다. 참가자 30여 명은 각자 비닐장갑을 끼고 미리 준비한 계란을 깨뜨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어 "이것은 살인이 아니다"고 외쳤다.
 
집회에서는 헌재의 공개변론을 앞두고 법무부가 제출한 의견서에 대한 비난도 쏟아져 나왔다. 당시 법무부는 보충의견서에서 임신 중단을 하려는 여성을 '성교는 하되 그에 따른 결과인 임신 및 출산은 원하지 않는'이라고 표현해 논란을 빚었고, 결국 비판이 커지자 해당 의견서를 철회했다. 비웨이브 관계자는 "법무부의 입장에 적극적으로 분노를 표현하고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앞으로도 시위를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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