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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검은 안개 오면 백령도 미세먼지 서울보다 더 많아"

중앙일보 2018.06.03 15:24
백령도 대기오염 집중측정소. 건물 뒤로 바다 건너편에 있는 북한 땅이 보인다. 천권필 기자.

백령도 대기오염 집중측정소. 건물 뒤로 바다 건너편에 있는 북한 땅이 보인다. 천권필 기자.

1일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 바다 건너 북한이 내려다보이는 섬 꼭대기에 건물 한 채가 서 있다. 옥상에 올라가자 각종 측정 장비들이 빼곡하게 설치돼 있었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이 2008년에 구축한 ‘백령도 대기오염 집중측정소’다.
 
이날 오후 3시에 백령도 관측소가 측정한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당 13㎍(마이크로그램, 1㎍=100만 분의 1g)으로 ‘좋음’ 수준이었다. 파란 하늘 아래 15㎞가량 떨어져 있는 북한의 장산곶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였다.
 

북한 쪽을 바라보면 미세먼지 농도가 어느 정도인지 대략 알 수 있죠. 중국에서 황사와 공업지대의 미세먼지가 섞여 들어오는 날이면 검은 안개가 바다 위를 띠처럼 덮어서 아무것도 안 보여요.

  
오준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사가 북한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날처럼 미세먼지 농도가 낮은 날에도 관측소에 근무하는 직원 9명의 일상은 빠르게 돌아간다. 관측소에 설치된 36종의 장비들이 미세먼지의 농도뿐 아니라 구성성분, 입경 크기 분포까지 실시간으로 측정 데이터를 쏟아내기 때문이다.
 
그는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가장 먼저 데이터가 밤새 제대로 수집됐는지부터 체크한다”며 “섬에서 들불이 나서 농도가 급증할 때면 관련 데이터를 걸러낼 정도로 세심하게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중국발 미세먼지 유입되는 첫 관문
백령도 대기오염 집중측정소. [사진 환경부]

백령도 대기오염 집중측정소. [사진 환경부]

인구가 5000명에 불과한 백령도는 인천항에서 배를 타고 5시간을 가야 겨우 닿을 수 있는 서해 최북단 섬이다. 주민보다 군인과 군인 가족들이 더 많이 살 정도로 군사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백령도는 중국발 미세먼지가 서풍 계열의 바람을 타고 한국으로 유입되는 첫 관문이기도 하다. 이곳에 미세먼지 관측의 전초기지가 만들어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 인천으로부터 170㎞나 떨어져 있어서 국내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의 배출원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고, 섬 자체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도 거의 없다.
 
이민도 백령도 대기오염집중측정소장은 “이곳에선 한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배경농도(국내 배출의 영향을 받지 않은 상태의 농도)를 파악할 수 있다”며 “중국 등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장거리이동대기오염물질을 감시하는 데도 이상적인 측정소”라고 설명했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위력…서울보다 농도 더 높은 날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실제로 올해 서울과 백령도의 미세먼지 오염도를 보면 비슷한 패턴으로 변화하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만큼 중국발 미세먼지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뜻이다. 여기에 서울은 국내 오염까지 합쳐지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아지게 된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5달 동안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36~75㎍/㎥)’이었던 날이 서울은 40일, 백령도는 14일이었다. ‘매우 나쁨(76㎍/㎥ 이상)’인 날도 각각 4일과 2일이 있었다. 
 
백령도가 중국발 미세먼지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다 보니 서울보다 농도가 더 높은 날도 있었다. 올해 1월 20일의 경우, 서울의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63㎍/㎥로 ‘나쁨’ 수준이었지만, 백령도는 ‘매우 나쁨’ 수준인 108㎍/㎥까지 치솟았다.
 
백령도 대기오염 집중측정소에서 바라본 바다. [사진 환경부]

백령도 대기오염 집중측정소에서 바라본 바다. [사진 환경부]

지난해 국립환경과학원이 내놓은 '한반도 권역별 기류 유입 특성 및 오염물질 별 국내외 기여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백령도 내에서 중국 등 국외 오염 비중은 연평균 62.3%로 수도권(56.4%)보다 높았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는 중국발 원인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국립환경과학원 측은 보고 있다.

  
이상보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연구과장은 “백령도에는 주로 서풍 계열의 바람이 불기 때문에 중국발 미세먼지가 아니면 고농도가 나올 이유가 없다”며 “실제 미세먼지의 성분을 분석해 보면 중국의 공장이나 화석연료발전소에서 배출하는 황산화물의 비중이 크다”고 했다.
 
“미세먼지 관측 4~6시간 뒤 수도권 도달”
백령도 대기오염 집중측정소에서 미세먼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사진 환경부]

백령도 대기오염 집중측정소에서 미세먼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사진 환경부]

이런 특성 때문에 백령도는 중국발 미세먼지의 관측병 역할도 하고 있다. 미세먼지에 민감한 시민들은 아침에 백령도의 미세먼지 농도부터 확인할 정도다. 이민도 소장은 “풍속에 따라 변수가 있지만 보통 백령도에서 관측되는 초미세먼지는 4~6시간 뒤면 수도권에 도착한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도 국외 미세먼지를 연구하는 데 백령도 측정소를 주요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2012년부터 미국 항공우주국(NASA), 미국 환경청(EPA) 등과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이상보 과장은 “앞으로도 백령도 측정소의 관측 및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국외 미세먼지 유입의 영향과 변화 등을 감시하고, 미세먼지 정책의 효과를 분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령도=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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