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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모범 답안' 제시한 日가시와시의 보람 일자리 사업

중앙일보 2018.06.03 07:00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2)

한국이 빠르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서는 인생 80세 시대와 다른 삶의 방식이 전개된다. 기존의 국가 시스템과 사회 제도 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보다 앞서 초고령화 사회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의 다양한 현상을 들여다보며 해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편집자>

 
우리 사회에는 60대 이후 바람직한 삶의 모델이 없다. 인생은 길어지고 있는데, 장래의 막연한 삶은 불안하기만 하다. 오늘 할 일, 갈 곳 없는 시니어가 넘쳐나고 있다. 앞으로 고령 인구가 30% 넘을 우리 사회를 생각해보라. 건강한 시니어가 지역사회에서 계속해서 활동할 수 있을지, 아니면 집에서 연금만으로 살아갈지에 따라 우리 사회의 모습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제2 인생 설계를 조직적으로 지원하는 일본
이러한 제2 인생 설계를 조직적으로 지원하는 사례가 일본에 있다. 700만명이 넘는 단카이 세대가 65세 정년퇴직 후 지역사회에 데뷔하기 시작하면서 지자체, 민간 연구기관, 기업이 손을 잡고 조직적으로 시니어 일자리 개발에 나선 것.
 
가시와시 보람 일자리 사업에서 자녀양육 분야에 참여한 시니어. [사진 가시와시 보건복지부 복지정책과]

가시와시 보람 일자리 사업에서 자녀양육 분야에 참여한 시니어. [사진 가시와시 보건복지부 복지정책과]

 
동경대학 고령사회종합연구기구는 2009년 치바현 가시와시에서 시니어의 제2 인생 일자리를 통한 사회참여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2012년 가시와시는 인구 40만명으로 토요시키다이 중심부는 65세 이상의 인구가 40%에 이르렀다. 
 
가시와시는 시니어의 지역활동 참여를 촉진해 고립을 해소하고 지역주민 간 연계를 활성화할 계획이었다. 가시와시는 UR도시기구, 동경대학 고령사회종합연구기구와 함께 가시와시 토요시키다이 지역 고령사회종합연구회를 발족하고 ‘보람 일자리 사업’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보람 일자리 사업이란 퇴직한 시니어가 삶의 보람을 느끼면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장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프로젝트팀은 먼저 시니어의 일자리 욕구를 근거로 사업영역과 운영 주체를 선정했다. 그 기준으로 지역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고, 시니어의 활동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개발했다. 
 
장시간에 걸쳐 검토한 결과 ▲농업 ▲음식 서비스 ▲자녀 양육 ▲생활지원 ▲복지서비스(간병지원) 5개 분야를 선정했다. 약 2년에 걸쳐 보람 일자리 사업의 이념을 이해하고 동의하는 유한책임조합, 학교법인, 주식회사, 사회복지법인을 사업운영 주체로 선정했다. 그다음으로 취업 희망자를 모집하고 사업자와 매칭해 나갔다. 
 
가시와시 보람 일자리 사업에서 생활 지원 분야에 참여하는 시니어. [사진 가시와시 보건복지부 복지정책과]

가시와시 보람 일자리 사업에서 생활 지원 분야에 참여하는 시니어. [사진 가시와시 보건복지부 복지정책과]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생애 설계 세미나를 활용해 새로운 활동을 원하는 시니어를 적극적으로 발굴했다. 세미나 수강자가 일자리를 신청하면 사업체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체험회를 거쳐 취업으로 연결했다.
 
시니어는 5개의 일자리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농업을 희망하면 먼저 농업학교에서 1년간 연수를 받아야 한다. 일부 시니어는 미니 야채 공장에서 야채 재배를 하거나 옥상 농업과 커뮤니티 식당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보육원에서 원생의 입소, 보육보조, 돌봄 보조를 통해 보육사 업무를 지원하기도 한다. 
 
현역시절의 경험을 살려 영어회화를 가르치거나 통학 자녀를 위한 학교-학원-자택으로 이어지는 송영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령자나 장애우를 위해 청소대행 서비스, 세탁부터 통원을 비롯한 외출보조, 구매대행 서비스도 제공한다. 간병사를 대신해 식사 보조와 간병시설 관리 등의 업무도 하고 있다.
 
가시와시의 보람 일자리 사업은 지역사회의 일자리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시니어의 고용을 창출했다는 점에서 인정받고 있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지역주민과 기업이 함께 시니어의 보람 창출, 건강 장수, 고립 예방 등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면서 제2 인생을 설계하도록 동기를 부여했다.
 
우선 시니어들은 보육과 간병지원 등으로 지역사회의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에 앞장섰다. 적극적인 취업활동을 통해 규칙적이고 활기찬 생활을 하게 됐다. 새로운 친구가 생기고 활동량이 증가하면서 생활전체가 액티브하게 바뀌었다. 연금 외에 약간의 소득도 얻었다.


기업들, 시니어 인력 활용하는 사업모델 구축
가시와시 보람 일자리 사업에서 복지 서비스 분야에 참여하는 시니어. [사진 가시와시 보건복지부 복지정책과]

가시와시 보람 일자리 사업에서 복지 서비스 분야에 참여하는 시니어. [사진 가시와시 보건복지부 복지정책과]

 
시니어 고용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기업은 시니어 인력을 활용해 사업을 활성화한 모델을 구축한 점이 성과였다.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기업은 시니어 인력 활용의 장점을 깨달았다. 언제든지 단시간 고용을 할 수 있고, 숙련된 지식이 있어 교육비용이 들지 않고, 최저 임금 수준으로 유능한 인재를 즉시 고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람 일자리 사업은 이렇게 지자체, 시니어와 사업자 모두에게 장점이 있는 시니어 일자리 모델이 됐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가시와시의 보람 일자리 사업모델을 생애 현역사회 구축사업에 중요한 검토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보람 일자리 사업은 인생 100세 시대를 어떻게 풍요롭게 살아갈 것인지에 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일자리 확보는 개인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시니어의 사회참여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시니어는 제2 인생 설계 욕구를 일원적, 조직적으로 수용해 방향을 제시해주시길 바라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시니어의 욕구를 실현할 최적의 조직과 기능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가시와시의 보람 일자리 사업은 고령화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대책으로 연구할 가치가 매우 크다.
 
이형종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acemn04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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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종 이형종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필진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 한국은 급속하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서는 인생 80세 시대와 다른 삶의 방식이 전개된다. 기존의 국가 시스템과 사회 제도 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인생100세 시대에 걸맞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의 초고령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과 대응책 등을 통해 해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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