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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키는 고양이

중앙선데이 2018.06.02 01:00 586호 30면 지면보기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베르·조남주 나란히 신작
한국인의 마음을 훔친 프랑스 작가. 페미니즘 문학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여성작가. 두 베스트셀러 작가가 만났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조남주가 나란히 새 소설책을 냈다. 베르베르의 『고양이』가 동물의 시선을 통해 인간 세상을 돌아본다면, 조남주의 『그녀 이름은』은 이번에도 억눌린 인간의 절반, 여성문제를 다룬다. 그러니까 결국 우리 이야기를 다룬 책들이다.

테러·전쟁 등에 휩싸인 미래사회
인간과 고양이가 두 손을 잡는데 …



고양이

고양이

고양이 1·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열린책들
 
한때 고양이를 키운 적이 있다. 어느 여름날 아파트에 지인들을 들였는데, 낯가림이 심했던 녀석이 기겁을 하고 열려 있던 문밖으로 꽁무니를 뺐다. 어찌나 조용하고 빨랐던지 그 순간 아무도 녀석이 사라졌는지 눈치채지 못했다.
 
얼마 뒤 부재를 확인했고 몇 년간 마음을 주고받던 그 녀석을 찾으러 다닐 때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그때 깨달았다. 고양이는 사람의 마음을 너무도 쉽게 훔치는, 끔찍한 동물이란 사실을.
 
고양이는 인간을 수족처럼 다룬다. 분명 주인에게 받아가기만 하는 것 같은데 어느새 마음을 홀딱 빼앗아 놓는다. 도도하고 차가운데 자기가 필요할 때만 와서 몸을 비벼댄다. 애교를 발산하는 눈빛과 자세는 프로페셔널에 가깝다. 밀당의 고수를 넘어 신의 경지에 올라 있다. 인간과 이런 식의 관계를 맺고 있는 동물은 아마 고양이뿐일 거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중앙포토]

베르나르 베르베르. [중앙포토]

베르나르 베르베르(사진)도 그 매력에 굴복한 듯 고양이를 ‘수퍼 히어로’의 자리에 올려놓은 소설을 내놨다. 제목도 『고양이』다. 원제는 ‘내일의 고양이(Demain les chats)’. 인간을 대신해 인류를 멸망의 위기에서 구하는 영웅으로, 아포칼립스(묵시록) 속 눈부신 로맨스를 펼친다.
 
주인공은 암고양이 ‘바스테트’. 풍요를 관장하며 고양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집트 신의 이름이다. 고양이, 게다가 암컷이라니 어쩐지 베르베르다운 설정이다.
 
바스테트는 파리의 한 주택에서 살며 평온한 삶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테러·내전을 앞세운 절망적 미래가 도둑처럼 닥쳐온다. 파국을 향해 치닫는 세상 속 바스테트는 수고양이 ‘피타고라스’를 만난다. 인류가 쌓아온 지식의 정수를 담은 USB를 머리에 꽂은 채 인류의 역사를 고양이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재해석해 들려주는 신비로운 존재 피타고라스에 바스테트는 마음이 끌린다.
 
그러던 중 바스테트의 삶에 최악의 사건이 일어난다. 잔인한 인간이 갓 낳은 아기들을 변기에 빠뜨려져 죽인 것. 인간에 대한 증오심에 휩싸인 바스테트는 안타깝게도 피타고라스와 함께 인류를 끝장낼 정도의 전쟁과 전염병이 창궐하는 상황 속에 던져진다.
 
고양이는 주인이나 주위 환경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도도한 존재다. 고양이의 지능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다. 의외로 인간의 뇌와 비슷한 뇌를 갖고 있으며, 10년 전 일까지 기억한다고 알려졌다. 고양이 지능이 인간 수준이 라면 인간 세계를 어떻게 볼까. [중앙포토]

고양이는 주인이나 주위 환경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도도한 존재다. 고양이의 지능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다. 의외로 인간의 뇌와 비슷한 뇌를 갖고 있으며, 10년 전 일까지 기억한다고 알려졌다. 고양이 지능이 인간 수준이 라면 인간 세계를 어떻게 볼까. [중앙포토]

인간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쥐떼가 도시를 집어삼킨다. 절망적 상황 속 두 고양이는 다른 고양이들과 연대해 이에 맞선다. 그리고 이윽고 바스테트는 멸망으로 치닫는 세계를 구하기 위해 인간과 연대해야만 하는 선택의 순간에 놓인다.
 
베르베르 특유의 압도적인 스케일의 서사와 그 속에서 빛나는 방대한 지식 창고 같은 이야기, 그리고 역사·현재·미래를 넘나들며 인류를 관조하는 통찰력이 이 소설에서도 살아 숨 쉰다. 그리고 거대한 스케일에 짓눌리지 않도록 독자를 배려해주는 듯 깨알 같은 위트도 여전하다.
 
아마 베르베르의 팬이라면 언젠가는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가 출판되리라 짐작했을지 모른다. 우선 2011년 출간된 그의 책 『상상력 사전』의 34번째 주제가 ‘고양이의 역사’이고 또 베르베르 자신도 ‘도미노’라는 이름의 고양이의 ‘집사’이기도 하다. 베르베르는 이 책에도 고양이의 특징을 묘사한 인물로 베르베르 자신의 소설적 분신인 에드몽 웰즈 교수가 슬쩍 등장시켰다. 이 소설은 그런 애정의 물증이다.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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