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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은 컬러 번호판···한국은 왜 흑백 번호판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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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선진국은 컬러 번호판···한국은 왜 흑백 번호판 쓸까

중앙일보 2018.06.01 02:00
첫 번째가 현재 번호판이고 나머지 두 개가 새로운 번호판 시안이다. [연합뉴스]

첫 번째가 현재 번호판이고 나머지 두 개가 새로운 번호판 시안이다. [연합뉴스]

 "승용차 번호판 용량이 꽉 찼습니다."
 
 정부가 최근 새로운 자동차 번호판을 준비하는 이유입니다. 현재 사용하는 자동차 번호판의 숫자와 한글 조합으로 만들 수 있는 번호는 약 2200만개가량인데요. 2016년 말에 이미 이 수치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기존 등록번호 중에 반납된 번호판을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아예 공급 용량이 충분한 새로운 번호판을 도입하려고 하는 겁니다. 새 번호판은 내년 하반기에 공급될 예정입니다. 
 
 번호판 앞 숫자 세자리 유력   
 우선 논의되는 용량 확대 방향은 두 가지입니다. 현재 두 자리로 되어 있는 번호판의 앞 숫자를 세 자리로 늘리는 방안과 번호판 속 한글에 받침을 넣는 방안인데요. 숫자를 늘리면 약 2억 개까지 추가 용량 확보가 가능하고, 받침을 넣으면 6600만개 정도 더 늘어난다고 합니다.  
앞 숫자를 세 자리로 늘린 번호판 시안.

앞 숫자를 세 자리로 늘린 번호판 시안.

한글에 받침을 넣은 번호판 시안.

한글에 받침을 넣은 번호판 시안.

 시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에서는 숫자를 늘리는 쪽이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글자체를 현재처럼 할 것이냐, 좀 더 굵게 만들 것이냐도 논의 대상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중요한 사항이 있습니다. 바로 이번 기회에 그동안 도입하지 못했던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태극 문양을 넣은 반사 번호판을 채택하느냐 여부입니다. 반사 번호판은 번호판에 페인트로 색을 칠하고 글씨를 써넣는 현행 번호판과 달리 문양·숫자 등을 인쇄한 반사 필름을 붙이는 방식입니다.  
 태극 문양을 넣은 반사 번호판 시안.

태극 문양을 넣은 반사 번호판 시안.

 반사 번호판은 다양한 색깔과 디자인 도입이 가능하고, 야간에 빛을 반사하는 능력도 뛰어나 사고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 결과에서 입증된 바 있습니다. 교통안전공단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반사 번호판은 현행 페인트번호판보다 시인성(물체를 보고 인식하는 것)이 20~180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선진국은 대부분 반사 번호판 사용 
오타쿠라는 단어를 적어 넣은 미국 번호판.

오타쿠라는 단어를 적어 넣은 미국 번호판.

 이러한 개성과 장점 때문에 선진국 대부분에서는 반사 번호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주별로 특징적인 문양을 넣기도 하고, 'OTAKU' (오타쿠)등 독특한 문구를 담은 번호판도 눈에 띕니다. 물론 사고 예방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고 합니다. 주요 국가 중에서 아직도 페인트 번호판을 쓰고 있는 나라는 우리와 일본뿐입니다.  
미국 앨러버마주 번호판.

미국 앨러버마주 번호판.

캐나다 노스웨스트주 번호판.

캐나다 노스웨스트주 번호판.

일본도 우리처럼 페인트 번호판을 쓰고 있다. [중앙포토]

일본도 우리처럼 페인트 번호판을 쓰고 있다. [중앙포토]

 그런데 왜 우리는 이런 반사 번호판을 여태 도입하지 않았을까요? 우선 우리나라 자동차 번호판의 역사를 살펴보면 국내에서 번호판이 사용된 것은 1900년대 초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일정한 규격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하는데요. 제대로 된 규격이 등장한 것은 1921년으로 검은색 바탕에 흰 글씨로 제작됐습니다. 당시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세계 최초로 자동차 번호판을 사용한 나라는 프랑스로 1890년대라고 합니다. 
 이후 우리 번호판은 여러 변화를 거쳐 1973년에 지역명과 숫자를 두줄로 배치하고, 초록색 바탕에 흰색 글씨를 넣는 형태로 기본골격이 형성됐습니다. 그리고 2004년 승용차 번호판에서 지역명을 뺀 전국 번호판이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엉성한 디자인 때문에 엄청난 비판이 쏟아졌고, 결국 정부는 번호판 교체 작업에 착수해 2006년 현재와 같은 번호판을 내놓았습니다.  
1950년대에 사용된 번호판. [중앙포토]

1950년대에 사용된 번호판. [중앙포토]

 바로 이 당시, 그러니까 2005년께 반사 번호판을 도입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왕 선진국형으로 번호판을 만들 거면 색깔을 더 넣을 수 있고, 사고 예방 효과도 큰 반사 번호판으로 하자는 논의가 나온 겁니다. 
 
 2005년 단속 카메라 탓 도입 무산 
 그러나 큰 걸림돌이 있었습니다. 바로 경찰의 무인단속 카메라인데요. 페인트 번호판과 반사 번호판을 동시에 인식할 수가 없었던 겁니다. 국내에서는 관련 기술이 없었고, 외국에서 개발된 제품을 들여오려면 1500억원 넘는 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결국 반사 번호판 도입은 무산됐습니다.  
독일 번호판.

독일 번호판.

 13년 뒤인 올해 다시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용량 확대를 위해 번호판을 전면 개편하는 것을 계기로 다시 반사 번호판 도입을 검토하게 된 겁니다. 여건도 과거보다는 좋아졌다는 평가인데요. 우선 반사 번호판의 반사 정도를 조금 낮추면 현재 무인단속 카메라로도 인식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또 반사 번호판에 필요한 필름 제작이 국내 기술로도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게다가 여론조사에서도 태극문양이 더해진 반사 번호판에 대한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고 합니다. 앞서 지난해 5월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 자동차에는 파란색의 전용 반사 번호판이 도입돼 사용되고 있습니다.  
친 환경차 전용 반사 번호판.

친 환경차 전용 반사 번호판.

 하지만 정부 일각에서는 우선 용량 확대를 위한 조치부터 하고, 그 뒤에 반사 번호판 도입 여부를 검토하자는 '단계적 교체' 방안도 주장하고 있습니다. 급격한 변화보다는 순차적으로 바꿔가자는 취지로 이해됩니다.  
 
 "페인트·반사 번호판 선택권 주자" 
경찰의 무인단속카메라.

경찰의 무인단속카메라.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효율성을 지적합니다. 무엇보다 숫자를 하나 더 추가하거나 한글 받침을 넣는 방식이 결정되면 경찰의 무인단속 카메라가 이를 인식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는데요. 전국에 있는 수천 대의 카메라를 일일이 손봐야 하므로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후 반사 번호판 도입이 결정될 경우 또다시 업그레이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예산 낭비와 행정 비효율 논란 등이 적지 않을 거란 우려입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페인트 번호판과 반사 번호판 두 가지를 동시에 도입해서 운전자가 직접 고르게 하자는 주장이 나옵니다. 반사 번호판 발급비용이 페인트 번호판보다 1.5~2배가량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선택할 권리를 주자는 건데요. 선진국에서도 반사 번호판을 도입할 때 이런 방식을 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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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치게 단조롭고, 멋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는 우리 번호판이 내년에는 어떤 모습으로 탈바꿈할지 그 결과가 기다려집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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