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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데이터가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Ⅱ

중앙일보 2018.06.01 01:19 종합 30면 지면보기
김한별 디지털콘텐트랩장

김한별 디지털콘텐트랩장

지방선거가 코앞이다. 한데 주위 반응이 영 시큰둥하다. 온 나라의 관심이 북·미 회담에 쏠린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 자체가 낮다. 특히 지방의원, 그중에서도 기초의원에 대해선 “누가 나왔는지도 모르고 별 관심도 없다”는 사람이 많다.

 
기초의원은 내가 사는 동네 조례를 만든다. 내가 낸 세금을 어디에 쓸지 동네 예산을 심의·확정한다. 그 일 잘 하라고 세금에서 평균 5600만원씩 연봉을 준다. 결코 별 볼일 없는 자리, 누가 돼도 상관없는 자리가 아니다.

 
중앙일보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226개 기초의회의 4년치 가계부(예·결산서)를 뒤져 봤다. 결과는 당혹스러웠다. 예산을 ‘셀프 인상’해 1인당 583만원씩 외유를 다녀온 곳이 있는가 하면, 군의원 7명과 공무원 16명 옷값으로 한 해 3068만원을 쓴 곳도 있었다. 국회의원이 3만5000원짜리 도금 배지를 다는데, 개당 60만원짜리 순금 배지를 다는 군의원들도 있었다.

 
기초의원의 조례 제·개정 실적과 의장단 업무추진비 씀씀이가 궁금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가 또 한 번 놀랐다. 226개 의회에 공통 청구 양식을 보냈는데, 회신 자료 양식은 226개가 다 달랐다. 샘플로 스프레드시트(엑셀) 파일을 첨부했지만 소용없었다. 담당 공무원 입맛에 따라 PDF나 문서(HWP)·이미지(JPG) 파일로 데이터를 공개했다. 이런 데이터는 무용지물이다. 컴퓨터로 분석할 수 없기 때문이다(중앙일보 4월 6일자 30면 ‘데이터가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결국 일일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다 다시 입력해야 했다(http://news.joins.com/DigitalSpecial/298).

 
그나마 데이터의 질도 떨어졌다. 업무추진비는 원칙적으로 오후 11시 이후에는 못 쓰게 돼 있다. 그래서 의장단 카드 사용 시간 공개를 청구했는데 공개율이 약 27%에 불과했다. “정보를 취합·가공해 제공할 의무는 없다”는 게 담당 공무원들의 변명이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는 “의장단 업무추진비는 사전정보공표 관리 대상이기 때문에 사용 시간·장소·인원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가공’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국의 기초의회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할 의무가 있다(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3조). 226개 의회에 제각각 정보공개를 청구해야 하고, 그러면 마지못해 내용도 형식도 제각각인 226개의 ‘못 쓸’ 데이터를 주는 식은 곤란하다.

 
투명한 정보 공개는 건강한 지방자치의 바탕이 된다. 기초의회에 대한 유권자들의 무관심을 탓하기 전에 과연 기초의회가 유권자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부터 돌아봤으면 한다. 
 
김한별 디지털콘텐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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