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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 부작용···'신의 선물' 브라질너트 과잉섭취 위험

중앙일보 2018.05.31 07:00 종합 19면 지면보기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8) 
브라질너트. [중앙포토]

브라질너트. [중앙포토]

 
요즘 견과류 중 유독 브라질너트가 시중의 화두가 됐다. 마치 건강의 지킴이처럼 회자되면서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여느 건강식품처럼 이 또한 유행으로 지나갈 수도 있겠지만, 브라질너트에 대해 알아보자.
 
브라질너트는 학명으로 브라질 호두(Bertholletia excelsa)다. 브라질, 콜롬비아, 페루, 볼리비아, 기아나 등 아마존의 상류 지역에 자생한다. 높이 60m까지 자라며, 줄기의 직경이 3m가 넘는 것도 있다. 열매는 오리코(ourico)라 불린다. 무게가 2㎏ 가까이 나가며 열매 안에는 마치 석류 알처럼 딱딱한 세모꼴 껍질 속에 스물네 개의 씨앗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딱딱한 껍질을 깐 것이 바로 브라질너트다.
 
브라질의 원주민이 수백 년 동안 식용했으며 바깥세상에 알려진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고열량, 고단백식품으로 특히 지방함량이 60~70%를 차지한다. 종자는 볶아서 먹거나 갈아서 샐러드, 파스타, 아이스크림, 쿠키, 빵 등 여러 용도로 이용한다. 특히 철분, 셀레늄 등이 다량 함유돼 있다.
 
여기에 오메가-3 지방산과 셀레늄(Se)이 많아 좋다는 것이 브라질너트 구매를 자극하는 광고의 요지다. 브라질너트에는 셀레늄이 많고 이 원소가 필수영양성분임은 맞다. 그러나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30여종의 미네랄 중에 필수가 아닌 것은 없다. 미네랄 중에는 상당량(Ca, Na, K, Fe, P, Cl 등)을 요구하는 것과 셀레늄같이 미량만 있으면 되는 것(Mg, Se, Zn, Cu, Mn 등) 등 다양하다.
 
셀레늄 과잉섭취는 탈모 원인   
오메가-3에 대한 딴지는 다음으로 미루고 셀레늄에 대해 집중적으로 따져보자. 셀레늄은 모든 미네랄이 다 그렇듯 생체 내에서 여러 기능을 담당한다. 가장 중요한 것이 효소의 보조 기능이다. 이를 코팩트(cofactor)라 하며 보통은 금속(metal)이온이 이런 기능을 담당한다. 효소에 따라 요구하는 금속이온은 다양하며 마그네슘(Mg), 망간(Mn), 코발트(Co), 구리(Cu), 아연(Zn) 등이 많이 관여한다.
 
글루타치온 산화·환원 사이클. [사진 이태호]

글루타치온 산화·환원 사이클. [사진 이태호]

 
여기서 셀레늄(Se)이라는 금속이온은 활성산소를 없애준다는 항산화효소인 글루타치온 퍼옥시다제(glutathione peroxidase)의 보조원소로 과산화수소를 없애주는 역할을 한다. 미량만 요구하는 미네랄의 한 종류다. 하루 권장량은 55μg으로 알려져 있는데, 1μg은 백만분의 1g에 해당한다. 셀레늄의 과잉섭취는 상당히 위험하다고도 알려져 있다. 위장 관장에, 탈모, 손톱의 흰 반점, 가벼운 신경 손상의 원인이 된다는 보고다. 
 
브라질너트 1온스(31g) 속에는 권장량의 12배가 들어 있다. 브라질너트에는 브로콜리의 156배, 콩의 170배가 있어 좋다고 하는데 실제는 미량만 필요하기 때문에 많을 이유도 없다. 필요 이상으로 섭취한다 해서 더 건강에 좋은 건 아니니까.
 
또 효소의 보조인자는 일회성이 아니라 반복 사용되기 때문에 매일 먹어줄 필요도 없는 물질이다. 셀레늄은 다른 식품에도 들어있다. 이렇게 따지면 우리 몸에 중요하지 않은 미네랄이 어디 있나? 우리가 죄악시하는 나트륨(Na)이 오히려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하며 더 많은 양을 요구한다(필수성분에 경중을 따지는 것은 넌센스지만).
 
견과류 기적의 식품 아니다 
견과류가 심근경색, 심부전, 뇌졸중 등의 위험을 낮추는 특별한 효과가 없다고 밝혀졌다. [중앙포토]

견과류가 심근경색, 심부전, 뇌졸중 등의 위험을 낮추는 특별한 효과가 없다고 밝혀졌다. [중앙포토]

 
브라질너트 등 견과류가 그렇게 기적의 식품이 아니라는 보고도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의 전염병학 연구팀이 성인 6만1364명을 대상으로 17년여 추적 분석한 결과 견과류가 심근경색이나 심부전, 뇌졸중 등의 위험을 낮추는 이렇다 할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몸에 필요한 것을 몸에 좋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좋으니까 많이 섭취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영양성분이란 모자라는 사람에게는 좋고 넘치면 좋지 않다. 브라질너트는 브라질 등 열대지방에서 나는 나무 씨앗이다. 이게 그렇게 몸에 좋다면 그쪽 사람들 무병장수하고 모두 건강해야 하지 않나. 우리보다 평균수명은 한참 모자라는데 무엇으로 납득시키려 하는지 모르겠다.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leeth@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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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필진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 시중에는 건강식품이 넘쳐나고 모든 식품이 약으로 변했다. 허위와 과대광고로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함량 부족의 전문가가 TV에 붙박이로 출연하면서 온갖 왜곡정보를 양산하고 소비자를 기만한다. 음식으로 치료되지 않는 질병이 없고 그들의 말대로라면 질병에서 해방될 것 같은 분위기다. 대한의사협회가 이들을 쇼닥터로 지칭하고 규제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이제 그 도를 넘겼다. 노후에 가장 관심사인 건강관리를 위해 올바른 지식을 알리고 시중의 잘못된 식품에 대한 왜곡된 상식을 바로잡는 데 일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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