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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제 컨트롤타워 논란 부른 청와대의 무신경

중앙일보 2018.05.31 01:33 종합 30면 지면보기
정부는 그동안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경제 정책의 컨트롤타워라고 밝혀 왔다. 하지만 그제 청와대에서 열린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에선 다른 모습이 연출됐다. 회의에서 소득 분배가 악화한 원인을 둘러싸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부총리가 격론을 벌였다고 한다. 정책실장은 노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를,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거론했다. 회의를 마치고 청와대 대변인은 “앞으로 장하성 정책실장이 주도해 경제 전반의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회의를 계속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뒷말이 나오자 “오해의 소지가 있는 듯해 ‘장하성 정책실장이 주도하여’를 ‘장하성 정책실장과 관련 부처 장관들이 함께’로 수정하겠다”고 번복했다. 정책실장이 회의를 주도한다는 표현을 뺐지만 경제 컨트롤타워라는 경제부총리가 그저 ‘관련 부처 장관’ 중에 하나로 축소됐다.
 
청와대만 군림하고 내각은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책은 부처 중심이라는 말만 앞세운다고 장관에게 힘이 실리고 경제 컨트롤타워가 작동하는 건 아니다. ‘김동연 패싱’ 논란이 일자 경제부총리의 대통령 월례 보고가 올해부터 시작됐지만 월례 보고에서 굵직한 정책 흐름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려진 건 별로 없다.
 
정책실장이나 수석은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하는 비서다. 국정 어젠다를 챙기고 부처 업무를 조율하는 것도 물론 그들의 업무다. 하지만 이 정부처럼 청와대 비서들이 전면에 나서면 내각에 힘이 실릴 수가 없다. 5공 시절 4년간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청와대 수석이 개입해 부처 업무를 조율하고 정책을 바꾸는 경우에도 언제나 장관이 주도한 것으로 교통 정리하곤 했다”고 말했다. 비서의 자세는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안 그래도 힘이 실리지 않는 경제 컨트롤타워가 청와대의 무신경한 발표 탓에 또 생채기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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