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책무 다 못한 국민연금
시장에 던지는 시그널이자 경고”
정부선 “경영 참여는 아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5/31/94b81023-4911-4064-b16e-f752d4211b63.jpg)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30일 결정된 세 가지 주주권 행사는 그동안 창고에 처박혀 있다 국민연금의 역할 강화 분위기를 타고 살아났다. 국민연금은 3월 중순 ‘감시 업무를 소홀히 한 자’를 이사 선임 반대 사유에 추가한 뒤 삼성물산 최치훈 대표이사와 이영호 이사의 재선임을 반대했다. 최근에는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에도 거의 반대로 기울었다.
이런 움직임의 종착역은 7월 도입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이번 주주권 행사는 크게 보면 이의 일환이다. 일각에서 ‘연금 사회주의’를 걱정한다. 600조원대인 국민연금이 2044년 2500조원까지 커져 기업을 쥐락펴락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래서 단계적 접근을 주문한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결정은 적극적 경영 간섭은 아니다. 그 전 단계로서 시장에 던지는 시그널이자 경영진에 대한 경고”라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적극 개입’ 단계로 급히 가기보단 2~3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강화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조치를 보면) 아직까진 완전한 주주권 행사 쪽으로 기조가 바뀌진 않은 것 같다”며 “앞으로 국민연금이 이 정도만 개입해도 기업이 상당히 주의할 것이다. 개입을 강화하더라도 자산가치 극대화라는 기본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확대해석을 경계한다. 이번 조치는 경영 참여보다 훨씬 낮은 단계의 주주권 행사라고 본다. 복지부 최 과장은 “기업이 우려하는 경영 참여는 이사 추천 또는 파견, 이사회 소집, 경영진 교체 등을 말하는데, 이번 조치는 이런 것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할 때 주주권 행사의 범위를 경영 참여로 확대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반겼다. 윤 의원은 30일 논평에서 “기업이 사회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경우 국민연금에서 투자받기 어렵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반대로 공적 가치를 지키며 기업을 운영하면 연기금이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할 거라는 점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대한항공 이미지가 나빠지고 주가가 떨어지는데 국민연금이 가만히 지켜보는 게 더 문제”라며 “그동안 국민연금이 선량한 관리자로서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 기업을 이해하는 ‘친구 기관투자가’가 생기는 긍정적 면이 있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가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steward)처럼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해 주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침이다. 미국·영국·일본 등 20여 개국이 도입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정종훈·조현숙 기자 ss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