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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철 기자의 정리뉴스] 군산공장 31일 역사 속으로…GM 구조조정 115일의 기록

중앙일보 2018.05.30 16:27
31일 폐쇄하는 한국GM 군산공장 정문. [중앙포토]

31일 폐쇄하는 한국GM 군산공장 정문. [중앙포토]

 
한국GM 군산공장이 31일 완전히 문을 닫는다. 이로써 1996년 대우자동차가 설립했던 군산공장은 22년 만에 가동을 멈춘다.
군산공장은 129만㎡의 부지에 연간 27만 대 규모의 완성차 승용차 생산능력 보유한 공장이다. 1996년 대우차 누비라를 시작으로 라세티·올란도·크루즈 등 한국GM 차종을 생산했다.
 
군산공장은 폐쇄하지만 한국GM은 순식간에 재무지표가 건전한 기업으로 회생한다. 일단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다음달 11일 3조209억원을 출자전환한다. 기존 한국GM에게 빌려줬던 차입금을 돌려받지 않고 주식으로 받아가겠다는 것이다. 대신 한국GM은 8892만주를 증자해 GM에 배정한다. 
이와 별도로 GM은 다음달 27일 운영자금(8630억원)을 한국GM에 투입한다. 여기에 대한 대가로 한국GM은 2540만주를 증자해 GM에 배정한다.
 
31일 문을 닫는 한국GM 군산공장. [중앙포토]

31일 문을 닫는 한국GM 군산공장. [중앙포토]

 
GM이 자금 지원을 마치면 한국GM 2대 주주인 산업은행도 다음달 28일 4045억원을 제공한다. 올해 약속한 지원금(7억5000만달러·8100억원)의 절반 정도다. 대신 한국GM은 1191만주를 발행해 산업은행에 배정한다.
 
3건의 유상증자가 숨가쁘게 완료하면 한국GM은 하루아침에 우량기업으로 탈바꿈한다. 3조원이 넘던 부채가 연기처럼 사라지고, 1조2675억원의 운영·시설자금도 거머쥔다. 대규모 자금을 수혈 받으면서 한국GM은 경영 정상화 궤도에 올라선다.  
 
하지만 군산공장 폐쇄와 한국GM 정상화라는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지난 115일간 벌어졌던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모든 사태의 시작은 지난 2월 6일(현지시간) 메리 바라 GM 회장이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다. 메리 바라 회장은 GM 본사 실적을 발표하면서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한국GM이 독자생존 가능한 비즈니스를 추구하도록, 합리화 조치(rationalization action)나 구조조정(restructuring)을 초래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 바라 GM 회장 [중앙포토]

메리 바라 GM 회장 [중앙포토]

 
▶구조조정 대상으로 ‘한국’ 콕 찍은 메리 바라 GM 회장
  
이는 한국GM의 낮은 생산성에서 비롯했다. 2014~2016년 3년 간 한국GM의 영업적자는 1조9718억원에 달한다. 판매대수(52만4547대)가 12.2% 감소한 지난해에도 한국GM은 1조 안팎의 적자를 기록하며 자기자본 전액을 소진했다(자본잠식).
한국GM의 채산성이 악화하자 GM은 한국 정부에 손을 벌렸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2월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최근 방한한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과 만나 한국GM 지원 가능성 등을 얘기했다고 털어놨다. 이 과정에서 배리 엥글 사장이 지난 1월 산업은행과 만나 “유상증자에 지분 비율만큼 참여하라”고 요구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GM 5100억원 지원 요청 … 정부, 30만명 일자리 걸려 고민
 
이날 전까지 정부와 한국GM 양측은 GM이 한국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전면 부인했었다. 지난 1월 배리 엥글 사장이 방한하면서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산업은행 관계자와 줄줄이 접촉했지만 정부 당국이 안이하게 받아들였던 것이다. 결국 GM은 정부와 합의 없이 군산공장 폐쇄를 일방적으로 통보한다. 이후 3개월간 폭풍 같은 구조조정이 시작했다.
 
▶[뉴스분석] 한국GM은 왜 군산공장 문을 닫았나
 
베리 엥글 GM인터내셔널 사장 [중앙포토]

베리 엥글 GM인터내셔널 사장 [중앙포토]

 
이후 배리 엥글 사장이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벌집 쑤신 분위기였다. 한국 시장 완전 철수설, GM 먹튀설 등 곪았던 의혹이 일제히 터졌다. 이 과정에서 GM 본사가 한국GM을 ‘고비용 공장’으로 분류해 구조조정을 진행한다는 사실과 한국GM 추가 해고 가능성을 담은 보고서도 등장했다.  
 
▶한국GM 수출 16만대 2년 뒤 중단 … 부평·창원공장도 불똥
▶[단독] GM, 폐쇄 결정 군산공장처럼 부평·창원도 ‘고비용’ 분류 
▶[단독] “한국GM, 군산공장 문 닫아도 2700명 추가해고해야”
 
국회의원들은 2월 20일 배리 엥글 사장과 비공개 면담을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배리 앵글 사장은 ‘한국GM에 빌려줬던 대출금을 출자전환할 수 있다’는 의향을 전달하며 경영 정상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신차 배정 등 구체적인 한국GM 지원 방안도 내놨다. 한국GM에 빌려준 차입금 일부도 당분간 회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GM “한국에 신차 2종 배정 … 모든 조건 맞아야 투자”
 
하지만 정부와 GM은 차등감자·신차배정·외투지역·비토권 등 핵심 쟁점마다 이견에 부딪힌다. 한국GM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GM에 8개 요구안을 전달하고 이행을 촉구했지만, GM이 이를 뭉갠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GM은 경영컨설팅과 주주감사권 행사 등 산은의 경영 개선 요구나 협조 요청을 번번이 거부하기도 했다. GM이 외국인투자지역(외투지역·FIZ) 지정을 요청한 것도 변수였다.
 
▶[단독] GM, 정부에 손 벌리며 8개 회생안은 외면
▶[단독] GM, 한국·캐나다 최다 감산…외투지역 지정 변수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회사 정상화를 위한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주주·채권자·노조 이해관계자의 고통 분담 ▶장기적 차원의 경영정상화 방안 등 3대 원칙을 세웠다. GM의 ‘속도전’에 대한 정부의 ‘지구전’식 대응 전략을 세운 것이다. 한국 정부가 요구하던 한국GM 실사에도 양측은 동의했다.
 
▶정부·GM “최대한 빨리 한국GM 실사” … 협상 첫 단추 끼워

 
'군산공장 페쇄 철회를 위한 전 조합원 결의대회 [중앙포토]

'군산공장 페쇄 철회를 위한 전 조합원 결의대회 [중앙포토]

 
정부와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노사협상은 가장 큰 난관으로 떠올랐다. GM은 한국GM에 자금을 지원하려면 우선 2월 말까지 한국GM이 고비용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는 전제를 내걸었다. 하지만 한국GM 노조는 2월 20일 본지 기자와 만나 “노조는 2월 말까지 임단협을 끝낼 계획이 없다”고 통보하며 9개 요구안을 제시했다.
 
▶[단독] 노조, 인건비 절감 거부 … GM·정부에 9개 요구안만 제시
 
한국GM 노조는 3월 15일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노조 측 요구안을 공식 발표했다. GM이 제시한 데드라인(2월 28일)에서 보름 정도 지난 시점이다. 하지만 한국GM 노조가 1인당 평균 2990억원 상당의 복리후생 혜택을 누렸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비판이 확산했다.
 
▶[단독] 퇴직 때 자녀 채용, 5년마다 순금메달 … GM 노조의 복지
 
노사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GM은 ‘한국GM 투자 제안’을 통해 7가지 투자를 약속했다. 기존 한국GM 부채는 GM이 전액 책임지고, 신차도 한국GM에 배정한다는 내용이다. 또 ‘2개의 주요 글로벌 신차를 한국GM에 배정한다’는 내용과 한국GM을 ‘향후 미래 제품·기술용 디자인·엔지니어링·연구개발(R&D) 자원으로 꾸준히 활용하겠다’는 문구도 포함했다.
 
▶[단독]GM, 차입금 전액 부담 약속…외투기업 지정되나
 
3월 중순이 지나면서 노사대립은 극한으로 치닫는다. 배리 엥글 사장은 3월 26일 노조와 면담에서 “4월 20일까지 노조가 동참하지 않는다면 부도를 신청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자 한국GM 노조는 “부도 운운하면서 협박하는 GM은 보따리를 싸라”며 사용자 측이 부도를 선택하면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또 한국GM 노조원 일부는 쇠파이프를 들고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실을 점거해 서랍장과 의자, 책상 등 사장실 집기를 파손했다.
 
[카허 카젬 사장실 점거한 한국GM 노조. [중앙포토]

[카허 카젬 사장실 점거한 한국GM 노조. [중앙포토]

 
▶GM 사장단 “파산” 말하자 노조는 “그러면 보따리 싸든가”
▶한국GM 성과급 450만원 지급 미루자 … 노조, 사장실 몰려가 쇠파이프 휘둘러
 
한국GM 부도 가능성이 확산하자 한국GM 협력사들은 궐기대회를 개최하며 한국GM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GM이 한국GM 경영 정상화의 최종 시한으로 제시했던 4월 20일이 다가오자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적극적 개입 ▶노조의 대승적 양보 ▶GM의 명분 제공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GM 협력사, "살려달라" 절규 
▶“정부, GM 실사서 불가능한 요구 고수하면 협상 타결 힘들어”
 
4월 20일 한국GM 노사는 ‘법정관리’를 두고 담판을 시작했다. GM은 이날 오후 8시까지 노사가 잠정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 이사회를 개최해서 한국GM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노사가 이견을 좁히는 데 실패하면서 결국 이날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다만 GM은 이날 이사회에서 의결하기로 했던 법정관리 안건을 3일 미루기로 했다.
 
▶[속보] 한국GM 노사협상 결렬 선언…노조는 “미합의” 반박
 
노사는 4월 23일 결국 제14차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최종 합의안을 끌어낸다. 배리 엥글 GM인터내셔널 사장은 “오늘은 달곰씁쓸한 날(bittersweet day)”이라며 “잠정 합의로 한국GM이 정상화할 수 있게 됐지만, 우리 직원·가족들이 너무나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노사 협상이라는 큰 산을 넘으면서 공은 한국 정부와 GM에게 넘어왔다.  
 
▶법정관리 면했지만 … 산은·GM, 5000억 지원조건 놓고 충돌
 
방한한 댄 암만 제너럴 모터스(GM) 총괄사장(왼쪽 네 번째) [중앙포토]

방한한 댄 암만 제너럴 모터스(GM) 총괄사장(왼쪽 네 번째) [중앙포토]

 
4월 26일 GM의 최고경영진인 대니얼 암만 총괄사장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정부-GM 협상은 급물살을 탄다. 그는 이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한국GM에 신규투입할 자금 규모·방식에 합의했다. 정부와 GM이 총 71억5000만 달러(7조7000억원)를 투입하는 게 골자다. 그는 “이제 한국GM은 견고한 사업체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M 구조조정 사령탑 “한국GM 견고한 업체로 거듭날 것”
 
결국 양측은 5월 1일 한국GM 신규투자 청사진을 도출하면서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한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5월 10일 GM과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OU는 ▶GM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한국 설치 ▶엔진·전기차 등 핵심부품 개발역량 확대 ▶한국 부품업체의 글로벌 부품구매 확대 ▶산업부의 연구개발 프로그램 신규 개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GM, 공장 3곳 시설투자에 2조원
▶GM아태본부 한국 옮긴다지만…
 
5월 28일 한국GM이 증자 형태로 자금을 확충하기로 결정하면서 한국GM은 순식간에 재무지표가 건전한 기업으로 변신했다. 7조5441억원에 달하던 부채(2017년 연말 기준)는 절반 수준(4조3363억원)으로 감소하고, 8만5446%(2016년 기준)였던 부채비율도 241.9%로 크게 개선된다. 배리 엥글 사장이 주도했던 협상 과정은 배리 엥그리(very angry)했지만, 넉 달 만에 도출한 결과는 배리 해피(very happy)였다.
 
한국GM 군산공장. [중앙포토]

한국GM 군산공장. [중앙포토]

 
하지만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건 아니다. 한국GM이 실제로 정상화하려면 여전히 과제가 산적했다. 일단 배리 엥글 사장이 결자해지하지 않고 한국을 떠났다. 원래 배리 엥글 사장은 5월 14일 한국 정부와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을 해소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하지만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비정규직지회가 간담회장에 난입하자 기자회견을 연기했다. 고용노동부도 5월 28일 한국GM 창원공장의 사내하청 근로자 774명을 직접 고용하라고 명령했다. 비정규직 문제가 여전히 걸림돌인 셈이다.
 
▶[현장에서] 갈 길 먼 한국GM 경영 정상화
 
산업통상자원부에 신청했다가 반려당한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신청도 아직 결론이 안 났다. 한국GM은 부평·창원공장을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정 시 조세 감면 등 혜택을 받을 수기 때문이다. 또 5월 31일 군산공장을 폐쇄하면 부지·시설 등 사후 처리도 해야 한다.
 
▶[영상] 부평공장에서 만난 ‘내수 판매용 이쿼녹스’
 
가장 중요한 건 반 토막 난 판매량 회복이다. 한국GM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국내 5개 완성차 제조사 중 내수 판매 순위가 꼴찌로 처졌다. 4월 내수 판매량(5378대)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4.2% 감소했다. 한국GM 사태를 겪으면서 대리점(300개→284개) 영업망이 축소하고 영업사원(2545명)도 1000여명 가까이 이탈했다.  
한국GM은 5월 23일 경차 스파크를 출시한 데 이어 다음 달 부산모터쇼에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이쿼녹스를 수입판매하며 판매량 회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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