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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락 9개 잘렸는데 “장애인 등록 안됩니다“

중앙일보 2018.05.30 15:09
 
대전에 거주하는 대학생 A씨(24)는 초등학교 때 사고로 오른손 엄지손가락 마디(손가락 절반)를 잃었다. A씨는 2010년 국민연금공단에 장애등급 신청을 했다. 하지만 국민연금공단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고 장애등급 기준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등급을 내주지 않았다. A씨는 군 복무까지 마치고 올해 대학 4학년에 복학했다. 

대전시장 선거를 통해 드러난 장애인 등록 기준 논란
민주당 허태정 후보, 엄지발가락 없어 장애인 6급 판정
실제 기준에는 발가락 9개 없어도 장애인 등록안돼
장아인단체 연합, 기자회견 열고 허 후보 고발키로

A씨는 “장애인 등록 기준이 엄격해 노력해도 등급을 받을 수 없었다”며 “엄지손가락이 잘려나가 물건을 제대로 집을 수도 없는데 장애 등급을 받을 수 없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가운데)가 지난 17일 대전 서구 허후보의 선거사무실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가운데)가 지난 17일 대전 서구 허후보의 선거사무실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장애인 등급 기준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손가락의 경우 엄지손가락 하나만 잃어도 장애인 등급을 받을 수 있지만, 발가락은 9개를 잃어도 장애인 등급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더불어민주당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가 오른발 엄지발가락 절단만으로 장애 등급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002년 당시 장애등급판정기준.

2002년 당시 장애등급판정기준.

현재 장애등급판정기준. 2002년 당시와 차이가 없다.

현재 장애등급판정기준. 2002년 당시와 차이가 없다.

 
허태정 후보측에 따르면 허 후보는 2002년 9월 17일 지체(절단)장애인 6급 1호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당시 보건복지부의 장애등급판정 기준에 따르면 발가락 1개 손실로는 장애등급을 받을 수 없다. 한마디로 장애인 등급 대상자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장애등급판정기준에 따르면 하지(다리 부분) 장애의 경우 두 발의 모든 발가락 기능을 잃어야 5급 장애인 판정이 내려진다. 6급1호 장애 등급은 손가락을 잃었을때만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대전시 장애인복지 담당자는 “손가락은 한 개만 없어도 생활에 큰 불편을 느끼지만, 발가락은손 가락보다 생활에 불편함을 주는 게 적다고 판단해 장애등급을 정했다”고 말했다.
2018대전지방선거장애인연대가 30일 대전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018대전지방선거장애인연대가 30일 대전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허 후보는 1989년 대전 대화공단에서 철근에 발을 다쳐 엄지발가락을 다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산재 기록 등 구체적인 자료는 제시하지 않고 있어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허 후보 측은 “전문의가 엄격하게 판단한 장애진단서에 따라 관계기관이 검토해 정상적으로 장애등록을 한 것”이라며 "장애 등록을 할 때는 일개 소시민에 불과했다"고 해명했다.  
2018대전지방선거장애인연대가 30일 대전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018대전지방선거장애인연대가 30일 대전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장애인 등급제도는 1987년 시작됐다. 보건복지부의 장애등급판정기준(고시)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장애를 6가지 등급으로 구분했다. 각 급은 1호~5호 등 호수로 세분돼 있다.  
장애등급제도는 2010년 바뀌었다. 종전까지만 해도 장애인 등급 판정을 받으려면 진단서를 첨부해 읍면동 사무소에 신청하면 됐다. 읍면동 담당자가 진단서만 보고 장애인 등록증을 발급해준 것이다.  
 
 
하지만 2010년부터는 국민연금공단이 심사하기 시작했다. 읍면동 사무소는 장애 등급 신청자의 자료를 국민연금공단에 제출하도록 했다. 국민연금공단에서는 심사 전담 의사가 서류를 검토해 등급을 발급해 준다. 전담 의사가 이의를 제기하면 다른 의사가 한 번 더 심사한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등급 심사과정이 허술해 자격 없는 장애인을 양산한다는 여론이 높아 제도를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조성주 기획실장은 “2010년 이전에는 장애인 등록증을 남발한 경향이 있었는데 지금은 심사기준이 까다로워 장애등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고 했다.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후보가 지난 24일 오전 대전선거관리위원회를 방문해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6월13일) 대전시장 후보로 등록하고 있다. [뉴스 1]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후보가 지난 24일 오전 대전선거관리위원회를 방문해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6월13일) 대전시장 후보로 등록하고 있다. [뉴스 1]

 
허태정 후보처럼 장애 6급이 되면 건강보험료(10%)와,전화요금(시내통화료 경우 50%), 이동통신요금(신규 가입비 면제, 기본료 및 사용요금 35% 면제)이 할인된다. 또 연안여객선 운임(20%), 철도요금(주중 KTX·새마을호 30%, 무궁화호 50%), 항공요금(국내선 30%), 고속도로 통행료(50%), 자동차 검사수수료(30%), 공영주차장 요금(50%)도 적게 낸다.
 
이와 관련, 대전지역 장애인 단체 66개로 구성된 ‘2018 대전지방선거장애인연대’는 30일 대전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허태정 후보가 장애인 등급을 받은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대전지역 22만 장애인 가족에게 발가락 잘린 것과 장애인 등록 경위를 소상히 밝혀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금명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주장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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