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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7억 영국 원조받는 르완다, 아스널 430억 스폰서 논란

중앙일보 2018.05.30 14:43 종합 14면 지면보기
중부 아프리카의 빈국 르완다 정부가 영국 프리미어리그 명문팀인 아스널에 3년 간 3000만 파운드(약 430억원)를 후원하는 거액의 스폰서 계약을 맺어 논란이 일고 있다. 르완다는 국가 수입의 17%를 타국의 원조로 충당하는 나라로, 원조국에서는 “어처구니 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고 영국 언론들이 전했다.
2011년 11월 한국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4차 세계개발원조총회 개회식에서 연설하고 있는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 축구팀 아스널의 팬으로 알려져 있다. [연합뉴스]

2011년 11월 한국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4차 세계개발원조총회 개회식에서 연설하고 있는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 축구팀 아스널의 팬으로 알려져 있다. [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더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르완다의 아스널 지원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다. 스폰서 계약에 따라 아스널 선수들은 향후 3년 간 어깨 부분에 ‘VISIT RWANDA(르완다로 오세요)’라는 로고를 붙인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된다. 계약 성사에는 평소 아스널의 팬으로 알려진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광 육성 위해 유니폼에 나라 이름 새기는 스폰서 계약
영국 한 해 원조액의 절반 아스널으로..."영국의 자살골"

 
르완다는 매해 영국에서만 6400만 파운드(약 917억 원)의 원조를 받는 국가다. 이번 후원에 대해 영국 내에서 “(영국의) 자살골”에 비유하는 보도가 이어지는 이유다. 원조국 중 하나인 네덜란드에서도 르완다 정부의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매에 ‘비짓 르완다(VISIT RWANDA)’라고 적힌 아스널 유니폼. [사진 주영 르완다 대사관 홈페이지]

소매에 ‘비짓 르완다(VISIT RWANDA)’라고 적힌 아스널 유니폼. [사진 주영 르완다 대사관 홈페이지]

르완다 개발위원회는 이에 대해 “2024년까지 관광 수입을 지금의 2배로 만드는 것이 국가 목표”라며 “야심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혁신적인 방법으로 마케팅을 할 수밖에 없다”고 원조국들에 이해를 구했다. 
아스널이 출전하는 영국 프리미어리그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리그로 주목도가 높아 전세계 주요 기업들의 투자처로 각광을 받고 있다. 스폰서 계약 경쟁도 치열해 아스널의 유니폼 가슴에 기업 이름을 새긴 아랍에미리트(UAE)의 ‘에미레이트 항공’은 2023~2024년 시즌까지 5년 간 약 2억 파운드(약 2865억 원)를 지원한다.
 
르완다는 1990년대 격렬한 인종대립으로 대규모 학살이 있었던 나라다. 2000년 카가메 대통령이 취임한 뒤 민족 화합과 경제 재건을 추진한 결과 2015년 경제성장률은 6.9%까지 올랐다. 빠른 성장세로 ‘아프리카의 기적’으로도 불린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르완다에서 하루 1.9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빈곤층이 2013년 기준 인구의 60%에 달했다. 2016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700달러였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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