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 교정본부 공무원인데…” 교도소 납품 빙자해 수십억원 가로챈 일당 구속

중앙일보 2018.05.30 13:00
교정본부 공무원을 사칭해 교도소 식자재 납품을 빌미로 유통업체로부터 수십억 원의 돈을 받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국 교도소에 식자재 납품해주겠다" 투자금 43억원 가로채
교정본부 과장급 공무원 사칭…정부 과천청사로 유인까지
통장 계좌내역에 입금자 명의 바꿔 ‘○○교도소’ 표시

서울 관악경찰서는 30일 “전국 교도소에 식자재 납품을 하게 해주겠다”며 투자금 명목으로 43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김모(78)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법무부 교정본부가 있는 정부 과천청사 민원실에서 과장급 공무원을 사칭한 공범 김씨가 피해자와 만나는 장면. [서울 관악경찰서]

지난 4월 법무부 교정본부가 있는 정부 과천청사 민원실에서 과장급 공무원을 사칭한 공범 김씨가 피해자와 만나는 장면. [서울 관악경찰서]

 
경찰에 따르면 김씨 일당은 지난해 10월 유통업체 대표 이모(35)씨에게  “법무부 교정본부 서기관 등 고위직 공무원과 친분이 있다”며 접근했다. 당시 김씨는 서울 관악구에 유령업체 A사를 차려놓고 “전국 교도소에 식자재와 화장품 등을 납품하고 있으니 투자하면 큰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김씨 일당은 교정본부 공무원을 사칭해 교도소 납품이 실제로 이뤄지는 것처럼 꾸몄다. 공범 김모(66)씨는 법무부 교정본부 과장급 공무원으로 행세하며 “업체가 납품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속였다. 이씨를 실제 교정본부가 있는 정부 과천청사의 민원실이나 카페로 유인하기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투자금 명목으로 한 번에 최대 8000만원씩의 금품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씨가 투자수익금을 요구할 때면 “국가 예산이 부족하다”,“정부 올해 예산이 들어간 거라 내년이면 결산이 된다”는 식으로 매번 수익금을 빼돌렸다.
 
이런 방식으로 김씨 일당은 2017년 10월부터 지난 4월까지 총 139회에 걸쳐 이씨로부터 43억원 상당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들은 이씨에게 투자수익금 증거라며 자신들의 통장 계좌내역에 입금자 명의를 바꿔  ‘○○교도소’라는 식의 문구를 번갈아 남기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 일당은 동종전과가 있었으며 교정본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각 교도소 납품은 조달청에서 운영하는 나라장터를 통해 공개 경쟁입찰방식으로만 진행된다. 해당 기관에 확인절차를 거쳐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당부한다”고 밝혔다.
 
최규진 기자 choi.kyujin@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