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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으로 그림 그리기 시작한 이유…‘비 내리던 육군 훈련소’

중앙일보 2018.05.30 07:01 종합 18면 지면보기
[더,오래] 홍미옥의 폰으로 그린 세상(1)

둘도 없는 친구인 스마트폰과 함께 세상 이야기를 그리며 피할 수 없는 갱년기를 이겨내고 있는 중년 주부이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 중년도 아직 늦지 않았음을 그림을 통해 알리고 싶다.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쉽게 그릴 수 있는 스마트폰 그림, 그 차가운 디지털 화면에서 가족·이웃의 소소한 이야기를 따뜻하게 들려주는 작업을 한다. 오늘도 멋진 인생 후반전을 위해 달리고 또 달리는 50대 주부의 이야기를 그림일기 형식으로 풀어본다. <편집자>

 
[그림 홍미옥]

[그림 홍미옥]

 
2년 전 5월, 그날은 어김없이 오고야 말았다. 다름 아닌 외아들의 군 입대날. 무거운 마음에 양념을 치듯이 5월의 날씨를 배반하는 강풍과 사나운 비까지 요란하게 내려줬다.
 
오십 줄이 넘어서야 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난, 때마침 찾아온 반갑잖은 갱년기와 얄미운 오십견에 시달릴 즈음이었다.
 
남자는 군대에 가야 한다며 줄곧 큰소리를 치던 육군 병장 출신 남편도 그날만은 아무 말이 없다. 뒤통수의 뽀얀 속살이 드러나게 머리를 짧게 깎은 아들 녀석은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듯 빠른 걸음을 재촉한다. 평소라면 절대 들지도 않을 촌스러운 종이가방에 나름 신경 써서 준비했을 신병용품을 넣고서….
 
그날 하필이면 장대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훈련소에서 준비한 가족과의 이별 행사는 모두 취소된 상태였다. 그 행사 중엔 엄마를 업고 영내를 도는 엄청난 이벤트도 있었는데 말이다. 사실 말이지 비가 안 왔더라면 아들 녀석은 있는 거라곤 오직 살뿐인 제 엄마를 업다가 아마 군부대병원에서 허리치료를 받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 그로부터 2년이 훌쩍 지났는데 오히려 체중이 불어난 나란 여자… 흐흐흑.
 
그날 밤 갑자기 덩그러니 커져 버린 집만큼이나 커져 버린 가슴 한구석을 중년의 부부는 달랠 길이 없었다. 마음 둘 곳이 없던 난 휴대폰의 화면 위에 잊을 수 없던 그 날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심심찮게 그려보긴 했지만 스마트폰으로 그리는 내 세상 이야기는 그날이 본격적인 시작이었던 셈이다. 
 
“아들아! 넌 나라를 지키거라. 난 폰을 꺼내 그림을 그리마.”
 
그렇게 시작된 스마트폰으로 그리는 세상 이야기. 중년의 그림일기는 이렇게 물감도 캔버스도 이젤도 필요 없고 주머니에서 폰을 쓱 꺼내면서 시작됐다. 구도? 색상? 그런 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수능을 치를 것도 아니고 공모전에 보낼 것도 아니다. 그냥 내 느낌과 그 순간을 나만의 스타일로 그려내면 되는 거다.
 
아들 녀석의 멀어지는 뒷모습과 눈치 없이 예쁘기만 했던 꽃들,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중년의 우리 부부 심정을 떠올리며 그렇게 줄을 긋고 점을 찍고 색을 채우노라면 작은 화면 위에서 그리운 사람도 즐거웠던 추억도 어느샌가 나와 마주하게 되는 걸 느낄 수 있다. 곁에서 바라보던 남편도 작은 화면 속의 아들과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함께 그리워하고 때론 눈물짓는다. 중년의 남자는 그렇게 느닷없는 눈물로 아내를 가끔 놀라게 하기도 한다.
 
[그림 홍미옥]

[그림 홍미옥]

 
그로부터 석 달 뒤, 이등병이 된 아들이 첫 휴가를 나왔다. 보시다시피 부대 매점에서 무려 홍삼(?)이라는 귀한 물건을 사 들고서 말이다.
 
오 마이 갓! 이등병 월급으로 사 온 홍삼을 안 먹어 본 분은 이 기분을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거다. 물론 3박 4일 휴가 중에 그 홍삼값의 서너배를 쓰고 간 건 대놓고 비밀이지만. 후후~
 
오늘의 드로잉 팁
현재 나오는 거의 모든 스마트폰은 그림 그리기가 가능하다. 사진은 갤럭시노트8 [중앙포토]

현재 나오는 거의 모든 스마트폰은 그림 그리기가 가능하다. 사진은 갤럭시노트8 [중앙포토]

현재 나오는 거의 모든 스마트폰은 그림 그리기가 가능하다. 전반적인 팁을 말하자면 준비물은 스마트폰과 터치펜, 인터넷에서 무료 혹은 유료로 다운 받을 수 있는 다양한 그림 그리기 애플리케이션이다. 수채화는 물론 유화, 펜화, 연필화, 수묵화의 표현까지 가능하고 그 외에도 많은 기법을 사용할 수 있어서 편리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또 모든 폰에 있는 메모판을 살펴보면 제법 다양한 색상과 필기구가 설치돼 있어서 간단한 메모와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재미있는 건 이런 간단한 사실을 모르는 이가 꽤 많다는 거다. 폰에 내장된 터치펜이 없는 경우에는 시중에서 파는 1000원짜리부터 고가의 터치펜이 있고 아쉬운 대로 손가락으로도 얼마든지 그릴 수 있으니 마땅한 터치펜이 없을 땐 손가락이라는 엄청난 무기(?)를 사용해보자.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무얼 그릴 지인데 벌써 주제와 소재 스타일을 생각한다면 당신은 이미 프로! 일단 좋아하는 색을 고른 후에 줄을 한번 죽 그어본다. 밑줄 쫙~ 그리고 시작!
 
홍미옥 스마트폰 그림작가 keepan20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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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옥 홍미옥 스마트폰 그림작가 필진

[홍미옥의 폰으로 그린 세상] 둘도 없는 친구인 스마트폰과 함께 세상 이야기를 그리는 중년 주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 중년도 아직 늦지 않았음을 그림을 통해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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