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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길 잃은 J노믹스 … 과감한 정책 전환이 요구된다

중앙일보 2018.05.30 01:07 종합 30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가계소득 동향 점검 회의를 연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청와대의 정책 담당자들은 그동안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라는 기치 아래 3년 내 최저임금 1만원 달성,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서민과 중산층이 소득을 늘릴 수 있는 정책을 단기간에 쏟아냈다. 이를 통해 “가계소득이 늘면 소비가 살아나고 투자와 생산이 증가하게 돼 국민경제의 선순환을 복원시킬 수 있다”는 것이 소득 주도 성장론의 가설이었다.
 

일자리 지표만 악화시킨 소득 주도성장
가계소득 동향 점검했지만 방침 그대로
반시장 정책 접고 주눅 든 기업 살려야

하지만 소득 주도 성장은 1년 만에 사실상 길을 잃고 파산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소득 상·하위 20% 계층 간 격차를 보여주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올 1분기 5.95배로 2003년 집계 이후 최악이고, 이를 세분화한 소득 10분위에서도 똑같은 결과가 나왔다. 고용 상황 역시 최악이다. 지난해 30만 명대였던 신규 취업자 수는 올 2월 이후 석 달 연속 10만 명대로 추락했다. 특히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등 취약계층은 지난달에만 9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소득 주도 성장이 되레 서민을 고통에 빠뜨린 게 아닌가.
 
청와대는 계속 귀를 막고 있다. 어제 가계소득 동향을 점검했지만 “단기 성과에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밝힌 문 대통령의 전날 발언에서 한 발자국도 더 나가지 못했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 일자리가 늘기 어렵다”(반장식 일자리수석)거나 “양극화 문제가 심해진 원인을 면밀히 분석 중”(김동연 경제부총리)이라는 책임 회피성 얘기들만 반복됐다. 결국 온갖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안정자금 집행, 청년 일자리 추경 등 땜질식 대응을 통해 J노믹스(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의 핵심이라는 이유로 소득 주도 성장을 계속 밀고 나가겠다는 얘기다.
 
틀린 처방을 우기면 실효성 없는 땜질만 꼬리를 물게 된다. 어제 정부는 울산 동구, 경남 거제, 통영·고성, 전남 영암·목포·해남을 산업위기 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했다. 조선 업황이 회복할 때까지 이들 지역 내 실직자에 대한 생계안정을 지원하고 창업 기업에는 소득세·법인세를 5년간 전액 면제하겠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할 수 없다. 목포는 지정 요건이 아닌데도 고용위기 지역에 포함됐다. 정책 실패에 따른 땜질 처방에 국민 혈세까지 동원되면서 지방선거용이란 뒷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책 담당자들은 지금이라도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근본 대책에 눈을 돌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반시장적이자 섣부른 정책 실험부터 당장 멈춰야 한다. 기업 부담만 가중시키는 정책 앞에선 기업이 주눅 들어 투자와 고용에 신경 쓸 여유조차 없어진다. 그러는 사이 미래의 먹거리가 될 4차 산업혁명에서 선진국은 물론 중국에까지 추월당했다. 이제부터라도 청와대는 방향을 틀어야 한다.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책 전환 없이는 J노믹스의 부작용만 커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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