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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식당] 50년 된 인쇄소가 삼겹살집이 된 사연은

중앙일보 2018.05.30 00:01
‘어디로 갈까’ 식사 때마다 고민이라면 소문난 미식가들이 꼽아주는 식당은 어떠세요. 가심비(價心比)를 고려해 선정한 내 마음속 최고의 맛집 ‘심(心)식당 ’입니다. 이번 주는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의 디자이너 윤영지 지배인이 추천한 프리미엄 돼지고기구이 전문점 ‘일미락’ 입니다.  
 

[송정의 심식당]
웨스틴조선호텔 윤영지 지배인 추천 '일미락'

'일미락'은 좋은 원육을 숙성시킨 통삼겹살과 국산 재료로 직접 담근 장아찌, 파김치 맛집으로 유명하다. [사진 일미락]

'일미락'은 좋은 원육을 숙성시킨 통삼겹살과 국산 재료로 직접 담근 장아찌, 파김치 맛집으로 유명하다. [사진 일미락]

“맛은 기본 분위기가 좋아 찾는 삼겹살집”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디자이너 윤영지 지배인.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디자이너 윤영지 지배인.

윤 지배인의 본업은 디자이너로 경력 10년이 넘은 베테랑이다. 그런 그는 동료들에겐 맛집 전문가로 통한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퇴근 후 약속이 많은 편인 그는 이왕이면 맛집에서 만나자는 생각에 맛있다고 소문난 곳은 꼭 가보는 편이다. 동료들이 원하는 메뉴나 분위기를 말하면 척척 추천해 줄 수 있을 정도다. 물론 다녀간 동료들은 만족도도 높다. 윤 지배인은 고기·해물 등 음식을 가리지 않는데 이 중에서도 마음속 최고의 식당으로 꼽은 곳은 '일미락'이다. 5년 전 지인의 추천으로 알게 됐는데 고소한 삼겹살 맛에 반해 자주 찾다 보니 직원은 물로 대표와도 인사를 나눌 만큼 친분이 쌓였다. 그는 "평소 맛집을 고를 때 기준은 누구에게 소개해도 똑같은 맛과 친절이 보장된 곳"이라며 "일미락은 맛은 기본이고 편안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좋아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유동인구 드문 곳만 골라서 일미락 열어   
50년 넘은 인쇄공장에 들어선 일미락 성수점. 50년의 세월을 해치지 않으면서 세련되게 꾸몄다. [사진 일미락]

50년 넘은 인쇄공장에 들어선 일미락 성수점. 50년의 세월을 해치지 않으면서 세련되게 꾸몄다. [사진 일미락]

뚝섬역 4번 출구에서 나와 홈플러스 안쪽 골목을 걷다 보면 높은 아파트 숲에서 나 홀로 세월의 흔적을 담고 있는 2층 건물이 보인다. 권지효 대표가 2년 전 여름, 50년 된 인쇄공장을 빌려 연 돼지고기구이 전문점 ‘일미락’의 세번째 매장이다. 권 대표는 앞서 2013년 목동에 첫번째 매장을 연 데 이어 2015년 상암에 두 번째 매장을 열었다. 목동·상암·성수 세 매장의 공통점은 유동인구가 드문 곳이라는 점이다. 권  대표는 “목 좋은 곳은 권리금이 비싼데 그 비용을 차라리 일미락 만의 브랜드 정체성을 담은 인테리어에 투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각 매장엔 저녁 시간이면 통삼겹을 맛보러 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성수점은 가게 앞에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2층에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성수점 내부는 통유리창으로 시원하면서 편안한 분위기다.

성수점 내부는 통유리창으로 시원하면서 편안한 분위기다.

2호점인 상암점의 한 단골이 “회사에서 일미락에 걸어오는 길에 삼겹살 식당이 15곳이나 있는데 굳이 여기까지 찾아온다”고 한 말처럼 권 대표는 ‘음식이 맛있으면 찾아온다’고 굳게 믿는다. 일미락의 모든 매장은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로꾸몄다. 목동점은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 만들고 마당에 있던 밤나무를 그대로 살렸고 상암점도 나무 인테리어로 크래프트 비어처럼 세련되고 편안한 분위기다. 성수점은 페인트 자국이나 철재 등 인쇄공장의 50년 세월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데 통창으로 벽돌로 된 담과 이를 타고 오르는 넝쿨이 정겨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마흔 앞두고 하고 싶던 일 찾아  
일미락의 두툼한 통삼겹살. 육즙을 풍부하게 즐길 수 있도록 3cm 두께로 낸다. [사진 일미락]

일미락의 두툼한 통삼겹살. 육즙을 풍부하게 즐길 수 있도록 3cm 두께로 낸다. [사진 일미락]

일미락을 열기 전, 권 대표는 10년 동안 여성 속옷 관련 회사를 운영했다. 활동적인 성격인 그는 가족과 함께 캠핑을 즐기고 맛집을 찾아다니며 나무늘보라는 닉네임으로 6년 넘게 맛집 블로그를 운영했다. 그동안 다닌 전국 맛집만 1500여개가 넘는다. 회사와 취미 생활을 병행하던 그는 나이 마흔을 앞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결심으로 사업을 접고 식당을 열었다. 식당을 찾아다니던 고객에서 반대 입장이 된 것이다. 생각보다 식당 준비는 수월했다고. 권 대표는 “식당을 준비하는 데 5개월 정도 걸렸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맛집 블로그를 하며 레시피나 식재료 구입 같은 노하우와 인맥이 쌓여 생각보다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일미락 성수점 2층에 있는 고객 대기실. 이곳을 비롯해 식당 곳곳엔 감성을 담은 글귀가 적혀있다. 송정 기자

일미락 성수점 2층에 있는 고객 대기실. 이곳을 비롯해 식당 곳곳엔 감성을 담은 글귀가 적혀있다. 송정 기자

당시 지인들이 해준 “음식으로 장난치지 말라”는 조언은 지금까지 권 대표의 장사 원칙이다. 권 대표는 “처음 식당을 열면서 가장 지양했던 건 보여주기식 서비스다. 깐깐하게 고른 원육과 진짜 음식으로 승부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도 원육을 받는 농장의 고기를 모두 시식하고 직원들과 모여 점수를 매긴다. 기준 이하인 농장의 것은 받지 않는다. 또한 고기는 3cm 두께로 손님에게 내놓는다. 권 대표는 “여러 번 시도해보니 두께가 3㎝ 정도일 때 네 면을 돌려가며 구울 때 육즙을 잘 가둘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내산 재료로 만든 반찬 푸짐하게 차려내 
고기와 함께 고기를 찍어먹는 고추냉이를 비롯해 장아찌와 파김치, 갱생이국 등 한 상 가득 차려낸 상차림. [사진 일미락]

고기와 함께 고기를 찍어먹는 고추냉이를 비롯해 장아찌와 파김치, 갱생이국 등 한 상 가득 차려낸 상차림. [사진 일미락]

일미락은 고기만큼 곁들이는 음식과 소스로도 유명하다. 먼저 기름장 대신 고추냉이를 준다. 권 대표는 업무상 일본을 자주 오갔는데 그때 자주 오갈 때 꼬치구이 집에서 고추냉이를 함께 내주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기장 멸치와 다시마, 순천 매실, 파주 장단콩 등 식재료는 국내산 그것도 지역까지 엄선해 사용한다. 이렇게 국내 식재료로 정성껏 만든 반찬도 일미락만의 매력이다. 반을 갈라 씨를 뺀 후 길게 썬 고추를 비롯해 간장 양념으로 담근 갓장아찌와 무장아찌 등 장아찌 세트는 특히 인기다. 또 하나, 갈치 젓갈을 믹서에 갈아 양념을 만들어 숙성시킨 양념장으로 담근 전라도식 파김치, 신김치와 콩나물을 넣고 끓인 경상도식 갱생이국까지, 상이 모자랄 만큼 푸짐하게 차려낸다. 다만 쌈 채소는 내지 않는다. 좋은 고기의 맛을 제대로 느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
해장으로 인기인 담백한 맛의 제주해장국. 포장해 가는 고객도 많다.

해장으로 인기인 담백한 맛의 제주해장국. 포장해 가는 고객도 많다.

이외에도 점심에 단품으로도 인기인 제주해장국은 맑은 고기 육수에 황태육수를 넣어 담백하면서도 감칠맛이 나는 국물에, 푸짐하게 담은 양지·사태, 콩나물이 들어있어 해장에 제격이다. 찬과 음식 종류가 많은 일미락에서 권 대표가 가장 강조하는 건 위생이다. 권 대표는 “다른 식당에서 일했던 직원이 손님상에서 나온 쌈장이나 반찬 등 깨끗한 것을 골라 다시 담으려고 해 깜짝 놀랐다”며 “식당에서 맛과 직원의 친절보다 중요한 게 위생이라고 믿는 만큼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 대표가 직접 고른 전통주부터, 수제맥주, 소주까지 주류 종류도 다양하다. 통삼겹살과 통목살은 각각 1만6000원(180g 기준), 제주해장국은 9000원, 갱시기칼국수는 5000원이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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