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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월단위로 근로시간 알아서…유연근무제 확대

중앙일보 2018.05.29 17:05
삼성전자가 1개월 단위로 근무시간을 알아서 조정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한다. 이렇게 되면 직원들은 일별ㆍ주별로 유연하게 근무시간을 조절하면서 한 달 동안 정해진 총 근무시간만 맞춰 일하면 된다. 또 신제품ㆍ신기술 연구개발(R&D) 인력에게는 근로시간 관리를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재량근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다음달 '주 52시간제' 시행 앞두고
선택적 근로시간제, 재량근로제 실시

삼성전자는 이런 내용의 ‘유연근무제’를 시행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는 다음달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도입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앞둔 대책이다. 삼성전자는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쉬는 효율적인 근무 문화를 조성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취지”라고 도입 배경을 밝혔다. 주 52시간 근무는 노사 간 서면 합의 없이 ‘취업 규칙’으로 정할 경우 단위 기한이 2주 이내로 제한된다. 노사 간 서면 합의에 의할 경우에도 3개월을 넘지 못한다.
 
이른바 ‘플렉스타임(flex time)제’라고 불리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주 40시간이 아닌 월평균 주 40시간 이내에서 직원들이 출퇴근과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예컨대 한 달 근무 일수가 25일이라면 한 달 총 200시간(25일×8시간) 내에서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업무량에 따라 일할 시간을 정하면 된다. 다만 ‘주 단위’로 최소 20시간 근무시간은 채워야 한다. 이 근무제도는 개발과 사무직이 대상이다.  
 
재량 근로제는 파격적으로 몇 발자국 더 나아갔다. 직원에게 근로시간 관리에 대한 완전한 자율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주 단위’ 최소 20시간 근무시간을 채우지 않아도 되고, 직원이 자신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알아서 일하면 된다.  
 
이는 연구개발(R&D) 조직이나 출장ㆍ외근이 잦은 부서처럼 업무 특성상 직원의 근무시간 산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기 어려울 때 노사가 서로 서면으로 합의한 경우 적용이 가능한 제도다. 삼성전자는 특정 전략과제 수행 인력, 주로 R&D 인력에 한해 제한적으로 재량 근로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월부터 비(非) 업무시간을 엄격히 근로시간에서 제외하는 형태의 새로운 근로 시스템을 도입한 바 있다. 예컨대 점심시간 외에 담배를 피우는 시간, 커피 마시는 시간 등 잠시 자리를 비우는 자투리 시간을 모두 근무 시간에서 빼는 식이다. 팀원들이 52시간 이상 근무할 경우 팀장 평가에서 불이익을 준다는 방침도 내렸다.  
 
삼성은 그간 시범 운영을 통해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해 이런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또 정부의 ‘포괄 임금제 원칙적 폐지’ 방침에 맞춰 포괄 임금에 해당하던 시간 외 수당을 별도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간 월급에 뭉뚱그려 줬던 각종 초과 근로수당을 엄격히 관리해 주겠다는 것이다. 시간 외 근무가 월 20시간을 넘으면 10분 단위로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하고, 밤 10시 이후 심야 근무 시에는 통상임금의 200%를 지급한다. 주말 밤 10시 이후 근무는 통상임금의 250%로 계산하고 대신 교통비는 없애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새 근무시스템은 재계 전반으로 확산할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전자가 근무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2009년 도입한 ‘자율출근제 등을 다른 대기업들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책으로 주당 52시간 근로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말끔히 해결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신제품이나 계절을 타는 가전은 3~6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개발해야 해 업무에 과부하가 걸린다. 생산 현장에서 주 52시간을 맞춰 일했다간 수요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이에 삼성전자는 에어컨 성수기 등에 대비, 제조 부문은 ‘3개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3개월 단위로 특정일의 노동시간을 늘리면 다른 날은 단축해 평균 근무시간을 최대 주 52시간으로 맞추는 제도다. 하지만 유럽ㆍ일본 등 주요 국가는 최대 1년 단위로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운영되는데, 3개월은 너무 짧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3개월 단위로 주당 52시간을 맞추게 돼 있는 탄력근로제의 단위 시간을 1년까지 늘려 달라고 줄기차게 건의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기업들이 자구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전했다. 손해용ㆍ하선영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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