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커피1잔 韓5000 日3000원…日학자가 본 韓경제 이상징후

중앙일보 2018.05.29 16:41
27일 아오시마 야이치(52ㆍ靑島矢一) 일본 히토쓰바시대 교수가 한국을 찾았다. 5년 만의 방문이다. 그는 서울 시내를 둘러보다 한국의 한 프렌차이즈 카페의 메뉴판 사진을 찍었다. 높은 가격대에 놀라서다. “커피 한 잔에 4000~5000원이던데 일본에선 스타벅스라고 하더라도 비슷한 메뉴가 3000원대다. 커피는 물론 대부분 생활 물가가 일본보다 10~30%는 비싸다.”
 

[아오시마 야이치 히토쓰바시대 교수]
생활물가는 한국이 일본보다 비싸
물가 올랐으면 임금 올라야 하는데
한국 노동자 임금 높은 편 아니야

문제는 양극화, 일본보다 심각해
기업이 투자하게 환경 조성해야

오랜 만에 한국에 온 그는 두 가지에 크게 놀랐다고 했다. “일본과 비교해 생활 물가가 너무 높아졌다. 그리고 한국의 연 3% 경제성장률이 일본과 비교해 낮은 수치는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체감 경기가 나쁠줄 몰랐다.”
 
 
아오시마 야이치 히토쓰바시대 교수가 28일 서강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아오시마 야이치 히토쓰바시대 교수가 28일 서강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28일 아오시마 교수를 인터뷰 했다. 그는 히토쓰바시대와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MIT) 슬론대학원을 졸업했고 99년부터 모교인 히토쓰바시대의 상학과와 이노베이션센터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다. ‘잃어버린 20년’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장기 불황, 기업 경영 전략 그리고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주도하는 경기 부양책) 전문가다.  
 
아오시마 교수는 한국 경제에 나타나고 있는 이상 징후를 짚어냈다. “일단 물가가 높고 실업률도 높다. 그런데 평균적인 임금 수준은 낮다”고 말했다. 그는 원인을 한 단어로 축약했다. 양극화다. 
 
“오랜 기간 원화 약세를 통해 수출 기업에게 혜택이 돌아갔지만 이로 인해 수입 물가가 비싸지면서 전반적인 물가가 올라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그리고 수출로 벌어들인 이익이 일부 고소득층에게만 돌아가면서 전체적인 임금 수준이 올라가지 못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원화 약세를 바탕으로 한 수출 주도형 경제가 가져온 심각한 부작용이라고 아오시마 교수는 진단했다. “물가가 올랐으면 임금이 올라야 하는데 도저히 경제학적으로 설명하기가 어렵다”며 “한국이 수출 주도형 국가이다보니 국내 물가가 올랐다 하더라도 (세계 물가에 연동해) 국내 임금이 오르지 않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부분이 일본과는 분명히 다른 점이라고 아오시마 교수는 강조했다. “일본은 수출시장 만큼 내수시장 비중이 큰 데다, 경기 침체기를 겪으며 일본의 물가는 낮아졌다”며 “그런데 비슷한 경기 부진 상황에서도 물가는 높게 유지된다는 점이 일본과 한국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한국의 상황이 더 나쁘다”고 했다.
 
 
아오시마 야이치 히토쓰바시대 교수가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에 나타나고 있는 이상 징후를 지적했다. 최정동 기자

아오시마 야이치 히토쓰바시대 교수가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에 나타나고 있는 이상 징후를 지적했다. 최정동 기자

아베노믹스를 발판으로 일본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일까. 그렇진 않다. 아오시마 교수는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에서 탈출했다고 보기 어렵다. 과거보다 경기가 좋아진 건 확실하지만 엔저 정책, 주가 부양 등 일본 정부의 인위적 부양책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내에서 일자리가 늘고 실업률이 낮아지는 현상에 대해서도 그의 평가는 비판적이다. “은퇴 후 재고용 형태인 60세 이상의 재취업 비율이 매우 높다”며 “전년비 취업자 수가 40만~50만 명 정도 증가하고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60세 이상 재고용 비중이 높기 때문에 아베노믹스가 실질적인 고용 지표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미묘한 상황”이라고 그는 답했다.  
 
일본 내 기업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아오시마 교수는 “일본 기업이 400조 엔(약 3960조원)에 달하는 이익을 쌓았지만 과거 불황의 경험,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인지 공격적으로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를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었다.  
 
“자동차는 일본 경제의 근간 산업인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자율 주행, 차량 공유(카쉐어링) 등으로 산업의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며 “일본 자동차 기업이 이런 신산업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아마존 등에 밀려 앞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고 그는 예상했다.  
 
아오시마 야이치 히토쓰바시대 교수는 불확실성에 대한 투자를 피하는 행태로는 일본이든, 한국 기업이든 생존할 수 없다고 짚었다. 최정동 기자

아오시마 야이치 히토쓰바시대 교수는 불확실성에 대한 투자를 피하는 행태로는 일본이든, 한국 기업이든 생존할 수 없다고 짚었다. 최정동 기자

 
산업 경쟁력에서도 한국은 일본보다 더 위태롭다고 아오시마 교수는 판단한다. “그래도 일본은 완성품 생산ㆍ조립에서 부품ㆍ소재까지 산업 계층이 두텁게 형성돼 있는데 배후 산업면에서 한국은 약한 것이 아닌가 싶다”며 “또 내수 비중에 비해 수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법은 없을까. 이 질문에 아오시마 교수는 고민하다가 답을 꺼냈다. “불확실성에 대한 투자를 회피해선 안 된다. 기업 내 쌓여있는 자금을 미래에 투자해야 한다”며 “‘스페이스 X(민간 우주탐사선)’를 만들어내는 엘론 머스크 같은 최고경영자가 되라고 할 순 없겠지만 정부든, 기업이든 돈이 미래를 위한 투자 재원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제대로 만들어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