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창선, '최고존엄' 책임지러 나왔다...29일 미국과 의전협상

중앙일보 2018.05.29 11:43
 다음 달 12일 정상회담을 추진 중인 북한과 미국이 29일 싱가포르에서 의전과 경호와 관련한 실무협의를 시작한다. 미국 측에선 조 헤이긴 백악관 부(副) 비서실장이, 북한에선 김창선 노동당 서기실장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헤이긴 부실장은 미국 정부 전용기 편으로, 김 실장은 7명의 실무진을 대동하고 중국을 거쳐 28일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김창선 노동당 서기실장. [중앙포토]

김창선 노동당 서기실장. [중앙포토]

 
 북한은 통상 대외 협상에 나설 때 상대측보다 한 급 아래 직책을 내세웠던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나섬에도 불구하고 김 실장이 직접 협상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최고지도자의 존엄과 안전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우선 순위로 여긴다”며 “그런 차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보좌하는 총책임자인 김창선 실장이 협상 현장을 챙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3월과 지난 7일 중국을 방문했지만, 집권 이후 중국을 제외한 장거리 출장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그래서 더욱 신경을 쓰는 눈치”라고 덧붙였다. 김창선은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 의전과 경호 실무회담에도 참석했다.  
김창선 서기실장이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따르려던 김영철 당 부위원장을 옆으로 데려가려 팔을 뻗고 있다. [중앙포토]

김창선 서기실장이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따르려던 김영철 당 부위원장을 옆으로 데려가려 팔을 뻗고 있다. [중앙포토]

 
 청와대 비서실장 격인 북한의 서기실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올라가는 보고서를 챙기고, 의전을 책임진 자리다. 김 위원장의 가까이서 보좌하는 문고리 권력인 셈이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의 식전 행사 때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붉은 카펫을 걸어 회담장으로 향하는 동안 두 정상과 거리를 두고 뒤에서 김여정 당 부부장(김 위원장 여동생)과 함께 걸어갔다. 바로 뒤는 아니고 카펫 밖이었다. 당시 다른 수행원들은 별도의 통로로 이동했다. 김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또 정상회담장에선 김영철 당 부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걷던 김 위원장의 뒤를 따르려 하자 팔을 끌어 다른 곳으로 데려가고,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을 손짓으로 부르는 등 막강한 힘을 보였다는게 회담 관계자의 전언이다.   
 
 김창선은 김일성 주석의 항일빨치산 동료인 류경수의 사위였다고 탈북자들은 증언하고 있다. 류경수는 북한의 첫 전차부대 지휘관으로 6ㆍ25전쟁 때 서울에 입성했고, 북한에선 그의 이름을 딴 ‘서울 류경수 105 탱크(전차) 사단’을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영웅 대접을 하고 있다. 그의 부인 황순희 역시 김 주석과 빨치산 활동을 함께 했는데 99세의 나이에도 조선 혁명박물관장을 맡고 있다. 정보 당국자는 “황순희는 사실상 거동이 불가능한 것으로 안다”며 “김정은은 실제 일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이선으로 후퇴시켰음에도 황순희에 대해선 교체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군 정보부대 출신의 김창선은 김 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의 소개로 류경수의 딸 류춘옥과 결혼했다고 한다. 이후 김창선이 승승장구하다 2000년대 들어 서기실에 합류했다. 그러나 류춘옥이 사망(시기불상) 한 뒤 재혼했다는 설도 있다. 서기실에서 부부장으로 있으면서 전희정, 강상춘 등 김일성 일가의 주변을 챙겼던 인물들로부터 업무를 이어받고 김정은 시대의 첫 서기실장으로 있다. 막강한 권력에도 불구하고 노동당 중앙위 직책을 받지 못하다 지난달 20일 후보위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